유전자의 변이, 그리고 질환의 실체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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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변이, 그리고 질환의 실체 접근
  • 승인 2014.03.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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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운

정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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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사 정창운의 ‘진화와 의학’ <6>

앞서 이야기한 바 같이, 특정 한 유전자의 변이만으로 직접적으로 질환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개개인마다 발생하는 다양한 유전자의 변이가 질환을 유발하게 되며, 그 외의 생활습관 등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세기에는 단일 유전자 이상이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해왔지만, 최근에는 수천가지의 유전자 표지자(marker)를 통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좀더 복잡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매우 복잡한 인과를 통해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 발현의 속도는 느린 편이다. 그러나, 공중보건이라는 큰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차이들은 느리지만 거대한 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임상진료에 매진하게 되면 다소 생소한 개념들이 되는 것이 기초 의학이지만, 다시 학부시절 유전학 지식을 되새겨 보자. 간단히 유전자들의 이상유전자의 변이는 크게 STRs(Short tandem repeats, micro-satellites라고도 함, 직렬반복부위), SNPs(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 단일염기다형성), CNVs(Copy number variants, 유전자 복제수 변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STR은 예를 들어 CA나 CAG 같은 서열이 수회 반복되는 경우를 말하며, 이러한 반복이 적은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그 횟수가 많은 경우 다양한 유전질환과 관련을 가지고 있음이 알려져 있다. 특정 유전질환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복잡한 질환에 대한 분석에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다.

SNP는 가장 잘 알려진 유전 변이 형태로써, 단일한 염기의 서열이 변형되는 것을 말한다. 그 빈도가 높고 안정하며(500~1000염기, bp당 1회) 유전자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풍부함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dbSNP (http://www.ncbi.nlm.nih.gov/projects/SNP/snp_summary.cgi)를 통하여 그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단백질에서의 아미노산 변이에는 영향을 주지는 못하나, 유전자 발현의 정도에는 영향을 미친다.

CNV는 SNP에 비해 상대적으로 염색체의 큰 부분의 구조적 변이 중의 하나로, 한 사람에서 약 12%의 유전체 변이가 일어나며 각각의 변이는 1000bp에서부터 수백만bp에 이르는 크기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유전자에서 중복이나 결실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의 임상적 영향에 대해서는 주로 암 등에서 잘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어 비소세포암에서 EGFR의 copy number가 상대적으로 높다거나 한 것이 그것이다. 실제 양방의료에는 ‘이미’ 이러한 변이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가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질환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특히 이들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비롯한 수많은 복잡한 층위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들의 변이들 대다수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누구에게나 흔하게 나타나는 변이들로는 생명현상 특유의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의 기능과 특성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큰 그림을 점점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일부 소수 유전자간의 상호작용이지만, 그 정도가 복잡하기에 생물학적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생명에서 1+1은 언제나 2가 되는 건 아니다.

이러한 유전적 지식들은 과학자 모두가 표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형태이며, 전 세계적인 정보 공유 덕에, 빠른 속도로 질환의 진정한 실체들에 접근할 수 있는 촉매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맞춤 의학’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흔한 양방 내과 교과서에 전형적인 유전자의 변이와 그 표현형인 질환과의 관계가 당연하게 올라오는 시점에서, 한의계가 내경의 한 구절만을 드높이며 한의학에서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맞춤 의학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은 그저 질낮은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한다.

 

정 창 운

근거중심의 한방진료확립에
관심이 많은 초보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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