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애는 연애도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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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애는 연애도 아니여”
  • 승인 2014.04.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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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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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피끓는 청춘
필자는 매년 식목일마다 집 마당에 있는 목련나무의 꽃들을 찍어 왔는데 올해는 식목일 이전에 이미 꽃이 다 펴버릴 정도로 예년보다 봄이 일찍 찾아왔다. 물론 깜짝 꽃샘추위도 있었지만 활짝 핀 꽃 속에서 봄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했다. 항상 봄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뭔가에 대한 설렘을 갖게 하고, 청춘이라는 단어에도 봄이 있는 것을 보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기, 즉 피끓는 청춘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춘곤증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감독 : 이연우
출연 : 이종석, 박보영, 이세영, 김영광

영숙(박보영)은 충청도를 접수한 여자 일진이지만,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을 바라보며 애만 태운다. 한편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영숙이 야속하기만 한데,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의 등장이 이들 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소희 꼬시기에 여념 없는 중길 때문에 속상한 영숙의 마음을 알아챈 광식은 급기야 소희에게 손길을 뻗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중길을 지키기 위해 영숙은 눈 하나 꿈쩍 안하고 자신을 던지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배우 중에 한 명인 이종석과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등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출연했던 박보영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던 ‘피끓는 청춘’은 설날 연휴에 개봉하면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1982년 충청도 홍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옛 추억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빵집과 교복, 촌스런 의상 등 복고에서 오는 웃음을 기반으로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 내려온 여학생에 대한 판타지를 기존의 영화 등에서 보여줬던 것과 달리 뭔가 있어 보이는 행동 뒤에 엉뚱한 모습들을 연결시키면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코믹적인 장치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뭐니해도 이종석의 연기 변신이다. 그동안 반항아적인 모습을 주로 보였던 것과 달리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서 여학생들을 꼬시는 신공을 발휘하고, 그만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면서 이종석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함께 개봉했던 ‘수상한 그녀’가 승승장구했던 것과 달리 ‘피끓는 청춘’은 많은 관객들을 모으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코믹적인 요소가 분명 관객들을 즐겁게 했지만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중반부부터 가족 이야기가 첨가되면서 점차 그들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가 진지해지지만 오히려 관객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데 실패한다. 어쩌면 사족 같은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지 못한 채 겉돌게 되면서 마치 영화의 배경과 같은 1980년대 영화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한 채 곁가지의 이야기들까지 신경을 쓰려다가 중심을 놓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위해 펄펄 끓는 열정 하나만으로 자신을 과감히 희생하는 주인공들처럼 그 시절의 청춘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오랜만에 옛 추억에 빠지며 행복한 그 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면서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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