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꽃할배들의 물이 다른 총각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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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꽃할배들의 물이 다른 총각파티
  • 승인 2014.05.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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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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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라스트 베가스
최근에 TV 드라마를 통해 친숙한 4명의 할아버지 배우들이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컨셉트의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큰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데 마치 할리우드판 ‘꽃할배’처럼 지금도 스크린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할아버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인 ‘라스트 베가스’가 개봉되면서 다시 한 번 꽃할배들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느 날, 32세 연하 애인과의 결혼을 전격 발표한 빌리(마이클 더글라스)는 58년 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다. 이에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패디(로버트 드 니로), 아치(모건 프리먼) 그리고 샘(케빈 클라인)이 라스베가스에 모인다. 이들은 라스베가스에서 노후연금을 건 카지노는 물론,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의 풀장 콘테스트에 참여하고,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총각파티 등을 열게 된다. 그리고 바에서 노래하는 다이애나를 만나게 된다.
감독 : 존 터틀타웁
출연 :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드 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일단 출연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영화인 ‘라스트 베가스’는 오래된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서로에게 쌓인 오해로 인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하지만 친구이기에 이해할 수 있고, 삶의 조언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록 영화 중간에 나오는 빌리의 대사처럼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에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신체적으로만 늙었지, 결코 마음만은 늙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 덕분에 영화로 보는데도 깜짝 놀랄만한 호텔 꼭대기에 있는 롤러코스터 장면을 비롯하여 라스베가스의 멋진 모습을 맘껏 구경할 수 있으며,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총각 파티를 열어가는 그들의 열정까지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사실 필자의 경우 이들이 한창 때 주연을 맡았던 영화들을 보고 자란 세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할아버지’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나이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케빈 클라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70대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며 이들은 영화 속에서 그들만의 매력을 물씬 표현하고 있다. 그로 인해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자리보전한 채 누워있고, 아내를 먼저 보낸 것에 상심한 채 외부와 소통하지 않은 채 단절된 삶을 살고, 부부관계가 돈독치 못하는 등 노인들이라면 한 번 쯤은 경험해 봤음직한 사연들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마음만은 58년 전의 청춘이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매우 유쾌하게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힙합가수인 50센트가 자주 언급되다가 급기야 카메오로 출연하고, 태양의 서커스단이 출연하는 등 깨알 같은 재미가 있는 ‘라스트 베가스’는 꽃할배들에게 제목처럼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어버이날이 지난 지 얼마 됐지만 ‘아빠의 청춘’ 가사처럼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면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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