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거리를 도배한 문구 ‘선영아 사랑해’. 도대체 이게 뭐지 하며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는 여성포털 사이트 ‘마이클럽’ 티저(teaser) 광고 중의 하나였다. 신제품 출시 전 제품의 일부만 보여주거나 불완전한 정보만을 제공해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당시 광고기획자들이 평가한 광고대비 효과는 10배 이상이었다고 평가된다.
몇 년 전 버스 광고계 트렌드를 바꾼 세 글자 “○○탕”. 그 이후 계속되는“아토피엔 ○○탕”, “천식엔 ○○탕” 등 시내버스 랩핑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의학적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주목을 끌면서 해당 한의원의 인지도 상승과 매출 증가의 면에서 광고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아토피, 천식 등의 질환에 한의약의 치료 가능성을 알려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누구도 신문 전면에 가득하고 빼곡하게 적혀 있는 글을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마치 보험 약관에 가득한 글을 읽기보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할 수 있다”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해주는 말에 더 솔깃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의학을 통해 진료하는 한의사라면, 누구에게 물어봐도 “아토피엔 ○○탕”, “천식엔 ○○탕” 이런 진료는 하지 않는다. 아토피와 천식이 그렇게 쉽게 치료되는 질환이 아닐 뿐만 아니라, 환자 한 사람의 평소 소인과 상태를 고려해서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법이다. “○○탕”은 15만 건의 임상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하지만, 근거중심의학의 측면에서 이런 의학적 가치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탕”의 의학적 치료 효과에 대한 검증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런 식의 광고들이 세상에 즐비하게 되고, 한의원들이 서로 서로 이러한 방식으로 과다경쟁 체계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의원에서 올바른 의료광고를 통해 의료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를 통한 의료기관 내원을 유도하거나 보건교육과 같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해서 해당 의료기술이나 진료방법을 과장 없이 알려주는 광고라면 이는 의료행위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의료인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므로 오히려 공익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광고에서 질환 및 치료방법 등 의료정보적 요소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한의학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탕”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한의학의 치료의학적 가치를 담은 우리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의료광고가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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