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도뇨관, 넬라톤 카테터, 그리고 할아버지 ②
상태바
유치도뇨관, 넬라톤 카테터, 그리고 할아버지 ②
  • 승인 2014.06.05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행

이선행

mjmedi@http://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이 선 행
마스터리의 전공의 생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소아과 전임의http://blog.naver.com/civil011
또 다른 할아버지는 사지마비에 배뇨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인턴에게서 CIC를 할 때 주먹을 사용해서 배를 눌렀다고 인계를 받았습니다. 장기간 CIC를 받아서인지 강력한 하복부 압박을 받아서인지 하복부 피부나 근육이 모두 무력한 상태였습니다. 간병인은 주먹으로 누른 것이 좀 더 소변을 잘 보는 것 같다고 주먹을 사용해 달라고 했는데, 너무 야만적인 느낌이어서 그냥 저는 손바닥을 사용했습니다.

어느 날 CIC를 하기 위해 환자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간병인이 휴가를 갔는지 아들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산책을 시키기 위해서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앉혀 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지마비의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눕히고 다시 앉히려면 많은 힘이 들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시 눕혀달라고 하진 못했고 그 상황에서 그냥 nelaton을 시행했습니다.

좌위 상태에서 도뇨관이 요도괄약근을 지났다고 생각될 무렵, 신기하게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력 때문에 하복부를 누르지 않아도 소변이 나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배뇨가 끝난 뒤 잔뇨가 없는지 확인을 위해서 배출 뒤에 하복부를 눌러봤는데 방광은 깨끗하게 비워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도 그 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기나긴 투병 생활 동안 누워서 소변을 해결했는데 앉은 상황에서 배를 누르지 않고 소변을 보았고 이전과 달리 소변이 나가는 상황이 보였다는 것이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자세에서 술기를 시행한 경우는 이전에 이야기한 앉은 상태의 Tracheal cannula 교체와 앉은 상태의 nelaton catheter 삽입의 두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와는 다른 에피소드도 있는데 nelaton 시행 후 출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윤활제를 충분히 발라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았었는지 어느 날 소변이 분홍색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시행된 요검사에서 혈뇨가 검출됐고 이에 따라 요도에 자극이 많은 nelaton은 중단하고 2주 정도 foley catheter를 사용하여 배뇨를 했습니다. 인턴이었던 저는 CIC가 줄어서 편했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뇨체크
잔뇨체크 방법은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환자가 소변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20분 내에 찾아가서 nelaton을 사용해서 배출된 요량을 보고하면 됩니다. 잔뇨체크 횟수가 1번이면 바쁘지 않을 때 확인하면 되지만, 한 사람 당 잔뇨체크 횟수가 2번, 3번이면 보고가 들어오는 대로 하던 일을 급히 마무리하고 가서 시행해야 합니다. 기저귀를 사용하는 환자가 특히 애매한데 기저귀에 소변을 본 상태이긴 한데 언제 봤는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아서 잔뇨체크에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처음 일할 때는 20분의 deadline을 잘 못 지켜서 문제가 많았는데, 잔뇨체크를 우선순위로 두고 나니 이러한 점은 사라졌습니다. 가능한 잔뇨체크 콜을 넘기지 않고 시행하는 것이 밤늦게 잔뇨체크 콜을 받지 않는 비결이 됩니다. 잔뇨체크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할아버지는 한 분이 있습니다.

여러 병원을 돌아가면서 입원을 하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체격이 건장하고 호인의 느낌을 주는 잘 생긴 할아버지였습니다. 배뇨기능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 입원 초기 검사로 잔뇨체크가 내려졌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nelaton 경험이 많은지 지금 소변은 시원하게 보고 있고 이런 것은 다른 병원에서도 해봤는데 매번 안 해도 된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이번에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처음 상태 파악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하니 웃으면서 흔쾌히 허락을 하셨습니다. 배뇨가 끝났다는 연락이 와서 nelaton을 했는데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잔뇨체크를 해봤지만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은 경우는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저희 병원 중풍 환자들은 인턴 3명이 나눠서 맡고 있는데 여름 휴가 기간 중에 1명이 휴가를 갔을 때는 2명이 맡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한 명이 휴가 가고 다른 한 명은 외조모상으로 빠져서 병동의 모든 중풍 환자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물론 다른 과 인턴들이 도와준다고 도와줬지만 매우 힘들었던 하루였습니다.

그 날은 오전 6시부터 라운딩을 돌고 가능한 많은 교수님의 회진을 따라다녔으며 업무를 시행했습니다. 액팅은 업무를 수행하고 시간이 비는 인턴이 도와줬는데, 시간을 놓치면 안 되는 발침과 잔뇨체크는 대부분 제가 맡아서 했습니다. 그날 오전은 대개 침 뽑고 소변 뽑는 것으로 채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젊은 남성 환자에게도 nelaton catheter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할아버지들에 비해 대부분 격한 거부감을 표현합니다. 가벼운 뇌졸중 남성 환자가 입원했는데 어느 날 소변 볼 때마다 요도가 아프다고 해서 거부를 무릅쓰고 nelaton 검사를 하여 요검체를 얻었습니다. 삽입시 표정을 보니 죽을 상을 짓고 있었고, 나중에 나온 요검사에는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환자에게 물어보니 소변볼 때 아프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는 nelaton으로 요도를 넓혀주어서 소변보기 편한 상황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