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한 발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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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한 발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 승인 2014.07.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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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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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우는 남자
영화 제목은 영화의 내용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서 관객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최대한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제작 초반과 달리 개봉시에 영화 제목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외화의 경우에는 제목을 직역했을 때 어감이 이상할 때는 그냥 영어의 원제를 사용하거나 영어 단어가 너무 어려울 경우에는 전혀 엉뚱한 제목으로 탄생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영화의 운명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제목들인데 바로 이번에 소개할 ‘우는 남자’는 제목 그대로 ‘흥행에 실패해서 우는 남자’가 되어 버렸다.
감독 : 이정범
출연 : 장동건, 김민희, 브라이언 티, 김희원

낯선 미국 땅에 홀로 남겨져 냉혈한 킬러로 살아온 곤(장동건)은 조직의 명령으로 타깃을 제거하던 중 어린 아이를 살해하게 되고, 이에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러던 중 조직은 그에게 또 다른 명령을 내리고, 곤은 마지막 임무가 될 타깃을 찾아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한순간에 남편과 딸을 잃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 최모경(김민희)은 엄청난 사건에 연루된 것도 모른 채 일만 파고들며 술과 약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 그녀 앞에 딸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곤이 찾아온다.

2010년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거뒀던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4년 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인 ‘우는 남자’는 장동건과 김민희라는 톱스타들이 출연하고, 더불어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총기 액션이 주류를 이루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써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영화는 보면 볼수록 감독이 ‘아저씨’와 뭔가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얘기를 하고자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장동건이 맡은 캐릭터의 행동조차 이해되지 않는다. 그로인해 관객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방해하면서 단순히 자기네들끼리 총질하는 잔인한 영화로 비쳐질 수도 있다.

어쩌면 감독은 ‘아저씨’를 통해 원빈의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에 ‘우는 남자’를 통해서는 장동건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자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장동건은 ‘태풍’ 등의 영화에서 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한 적이 있기에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단, 40대 중반임에도 몸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고, 전작들과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는 선택은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희생정신은 높이 살만 하다. 또한 요즘 물이 오른 김민희의 연기가 한껏 돋보이지만 강한 남성들의 액션에 묻혀 잘 살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중국의 흑사회 조직과 연계된 글로벌한 사건과 다양한 총기를 활용한 액션신 등은 매우 세련된 영상미로 연출되었지만 엄청난 총싸움에도 꿈쩍하지 않는 아파트 주민들이나 한 발도 안 맞는 주인공 등 리얼리티가 배제된 연출력은 21세기에 보기에는 좀 민망한 부분이 없지 않다. 결과적으로 전작의 흥행에 기대어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과도하여 어마무시하게 쏟아지는 총알 속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볼만한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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