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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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세계
  • 승인 2014.07.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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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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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7월을 맞이하여 2014년 상반기 영화계 성적에 대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1월부터 ‘변호인’과 ‘겨울왕국’ 등 천만 관객 영화들이 두 편이나 나오면서 또 어떤 기록들이 세워질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한국영화의 경우에는 그 뒤로 ‘수상한 그녀’를 제외하고는 크게 흥행한 작품이 없어 2009년 이후 한국 영화 점유율이 최저치로 떨어졌고, 대신 그 자리를 외국의 블록버스터들이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수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반기 결산 기사 중에 눈에 띄는 영화 한 편이 있는데 바로 다양성 영화 중에서 7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감독 : 웨스 앤더슨
출연 :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시얼샤 로넌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긴다. 하지만 마담 D.의 유산을 노리고 있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구스타브를 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와 함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다.

엄청난 제작비용이 들어가지도 않고, 톱스타가 등장하지도 않고, 전형적인 장르 스토리텔링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등 영화의 기본적 흥행 법칙을 지키지 않는 영화이기에 메이저 극장에서 대규모 상영을 할 수 없는 영화들을 다양성 영화라는 이름으로 묶어 다양성 영화 상영관에서 따로 개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객 10만명이 넘으면 상업영화의 천만 관객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2007년에 개봉되었던 ‘원스’가 갖고 있던 다양성 영화의 기록을 7년 만에 깨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는 1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쓰고도 허술한 스토리와 화려한 겉멋만 부리다가 흥행에 실패한 한국영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시각적 재미로 성공한 작품이다. 최근 무수히 쏟아지는 CG로 점철된 인공적인 화면과 관객의 마음을 빼앗지 못하는 어중간한 스토리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작품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또한 다양성 영화라고 해서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날려버리면서 매우 빠른 속도의 이야기 전개와 특이한 캐릭터들이 일단 영화 속에 몰입하게 한다. 거기에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화면이다. 기존 영화들이 인물을 가운데가 아닌 약간 옆으로 치우친 황금비율을 차용한 화면구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인물을 화면의 가운데 부분에 배치하는 대칭 구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사각 프레임 공간을 마치 회화를 보는 듯 구도와 색채 등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촬영하고,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할 때 화면 비율도 그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등 영화 관객들에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이야기 구조가 낯설어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이런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즐거울 따름이다.

또한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들이 작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출연하면서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왔는지 찾는 재미도 쏠쏠히 있다. 올 2월에 개최되었던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자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평론가들이 선정한 2014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로 뽑히기도 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올 여름 특별히 휴가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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