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아버지와 인생 꼬여버린 아들의 특별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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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아버지와 인생 꼬여버린 아들의 특별한 동거
  • 승인 2014.12.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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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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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나의 독재자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본이나 연기, 연출 등 내적인 요소가 훌륭해야하는 점도 있지만 개봉을 언제 하고, 경쟁작이 무엇인지 등 외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의 독재자’처럼 여러모로 강점을 많이 가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작이 우리나라에서 열광적인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라면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 가을 ‘인터스텔라’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영화인 ‘나의 독재자’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과 김일성 대역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내용만으로도 뭔가 딱딱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어필하는데 약간 문제점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의 전형적인 소재인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독특한 소재로 풀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감독 : 이해준
출연 : 설경구, 박해일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 배우 성근(설경구)은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 오디션에 합격한다. 그래서 성근은 생애 첫 주인공의 역할에 말투부터 제스처 하나까지 필사적으로 몰입하지만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된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스스로를 여전히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성근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 아들 태식(박해일)은 빚 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다시 옛집으로 모셔오게 된다.

‘나의 독재자’를 보고 나면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설경구라는 배우가 보이게 될 것이다. 그가 최근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연기와는 다른, 즉 예전 그가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박하사탕’ 때의 묵직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다시 선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출연작마다 배역을 위해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배우답게 이 영화에서도 그는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체중을 늘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진짜 배우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 외에도 박해일과 윤제문, 이병준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하면서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답게 불꽃 튀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킨다.

물론 신문에 나온 짤막한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 작업을 한 탓에 실화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그 당시 시대적 상황도 상투적이어서 개연성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또한 전반적으로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제한된 인물과 장소들로 인해 약간 지루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메우고 있기에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는 큰 문제점이 없다. 최근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버지들이 육아하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유난히 영화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 아마 현 시대에서 점차 자리를 잃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 그동안 아버지와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한 사이라면 먼저 연락을 하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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