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당신은 변곡점을 느낄 수 있나요?(Can you feel Inflection-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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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당신은 변곡점을 느낄 수 있나요?(Can you feel Inflection-point?)
  • 승인 2014.12.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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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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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정책기획이사
고교시절에 수학교과서 가장 뒤쪽에 있던 미분과 적분 파트를 배울 때 처음 변곡점이라는 용어를 접했다. 변곡점이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미분에서는 기울기의 부호가 바뀌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수능을 본지 오래되어 정확한 해석이 아닐 수도 있지만 계속 증가 혹은 감소를 하고는 있지만 그 방향성이 변하는 지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즉 현재 잘 되고 있긴 한데 ‘하향곡선을 그릴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부분이랄까? <그림 참조>

이런 지점을 정확히 감지한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다. 현재 잘 되고 있어서 안주하기 쉽고 관성에 젖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 때 ‘무언가 이상하다’라는 느낌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지점을 감지하고 대책을 마련한 사례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개원 한의사로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한의원 운영이 잘 되고 있지만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감(感)과 촉(觸)’에 의해 이상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와 비슷한 순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2003년 아디다스 경영진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아디다스는 매출과 경영실적 모두 증가추세에 있었고 외부에서 봤을 때 전혀 문제가 없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그때 아디다스 경영진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고 한다. 경쟁과 치열한 승부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스포츠의 속성이 바뀌고 있다는 ‘감(感)’이었다. 아디다스는 야구, 농구, 축구와 같은 최고의 인기 스포츠 종목에 주력 상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다스 경영진은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필라테스나 요가, 크로스핏 등 실내에서 혼자 하는 운동을 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팀을 이루어 상대를 이기고 그 과정에서 감동과 희열을 느끼던 단체 운동에서 개인 운동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을, 그 변곡점을 아디다스는 감지하였다.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야구, 축구, 농구는 굉장히 인기스포츠인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2003년 이전에 아디다스의 모토가 ‘경쟁, 도전, 즐거움’이라면 2003년 이후로 아디다스가 주목한 것은 ‘건강과 외모’였다. 현재 우리 주변을 보아도 그 당시 아이다스의 결정은 정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로스핏이나 헬스, 요가, 필라테스 등의 분야에서 아이다스는 타 브랜드 보다 월등한 지위를 차지고 있으니 말이다.

여러 회사들의 위기 탈출 사례를 보면 필름카메라 시장의 위축을 감지한 후지필름은 4분면 분석(①기존 기술 가운데 기존 시장에서 우리가 적용하지 않은 것은 없는가 ②새로운 기술로 기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 ③기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서 적용할 것은 없는가 ④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과 같은 4가지 질문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백과사전의 판매율이 급감하는 것을 보고 온라인 교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미국 시장의 40%를 차지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경영이 악화된 이후에 대응한 사례인데 반해 아디다스는 성공을 경험하고 있는 도중에 새로운 돌파구를 준비하고 마련해서 제2의 성공과 도약을 이루었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디다스의 성공 사례를 통해 변곡점을 감지하고 대책을 준비할 수 있는 3가지 포인트를 분석, 제시하였다.

첫째, 연구나 재투자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광고비용이 늘어날 때가 변곡점이다. 이것은 소비자를 억지로 설득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동통신 시장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통화 품질과 고객 만족도에 투자되는 비용보다 광고에 쏟아 붓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영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고서도 ‘그건 우리의 방식과 맞지 않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변곡점이라고 볼 수 있다. 변화에 대한 열정보다 제 자리에 머무르려는 관성이 더 커졌다는 반증이다.

셋째, 동종 업계에서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특허, R&D가 활발하게 나타난다면 그 순간이 변곡점일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가 많아지고 게다가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면 현재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더라도 추월당하는 것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변곡점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팀이 아닌 개인이 경영과 진료를 모두 주도하는 대부분의 한의원에서 변곡점을 감지해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곡점과 같은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한의사가 있었다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드라마의 대박과 한의대 입시점수의 상승 등, 한의계가 큰 호황을 경험할 때 지금의 순간을 조금은 더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의계의 변곡점은 한의원의 업황보다 ‘한의대 입시커트라인’을 통해 알 수 있고 한의원의 변곡점은 현재 경영성과보다 ‘신규환자 유입량’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이런 변곡점의 순간들을 감지하여 아디다스처럼 승승장구 할 것인지, 변곡점은 커녕 위기의 순간에도 잘못된 선택을 하여 몰락하는 노키아처럼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사실 한의계의 변곡점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또 다른 방향으로의 변곡점을 우리는 함께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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