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마음인문학은 심신 건강 추구하는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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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마음인문학은 심신 건강 추구하는 다른 이름”
  • 승인 2015.01.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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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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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한내창 소장(원불교학과 교수)

‘아시아 전통에서의 명상과 치유’ 워크숍 지속 개최
존스홉킨스대와 공동 진행 이어 협력 출판도 계획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는 지난해 10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아시아 전통에서의 명상과 치유 Part. 2’라는 제목의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국내에서 ‘아시아 전통에서의 명상과 치유’로 미국, 독일, 중국으로부터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견해를 듣기도 했다. 올해 역시 우리나라와 중국, 티벳 등 다양한 아시아 전통에서 다양한 명상 기법들과 그 치유적 접근법들을 논의할 예정이며 2016년에는 미국과 협력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마음인문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한내창 교수(원광대 원불교학과)에게 근황과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인성과 마음치유 문제를 학제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는 한내창 소장.

▶마음인문학연구소의 설립 배경 및 구성은 무엇인가.
한국연구재단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인문학의 진흥을 기획하게 되었다. 재단은 2007년부터 전국의 대학 연구소들에게 인문학 진흥 방향을 제안토록 하고 그 가운데 43개 연구소를 선발하여 지원을 하고 있다. 이것을 ‘인문한국’ 사업 혹은 HK사업이라고 부른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원광대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인문한국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소 가운데 하나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정치나 혹은 각종 학문의 아젠다 속에서 인간이 실종돼 있음을 간파했다. 특히 마음, 정신의 문제가 정치경제의 사회적 아젠다 속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겠다는 판단에서 설계를 했다. 그래서 연구소는 인성 문제와 마음치유 문제를 학제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철학, 종교, 문학, 교육학, 한의학, 의학(정신의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울려 인성 문제와 마음 치유문제를 고민하고 해법들을 논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한의학과 마음인문학의 연관성에 대해 말한다면.
한의학의 저변에는 자연과 인간에 관한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인문학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의학은 심신을 불가분리의 대상으로 본다. 오늘날 질병을 몸 내지 어떤 물질적 측면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험과학적 학문과는 구별된다. 질병과 마찬가지로 건강도 심신의 상호작용이라고 보는 것이 한의학적 관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인간 문제를 전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인문학적 담론은 한의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원리와 마음의 원리 또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한의학과 마음인문학은 함께 심신의 건강을 추구하고 모색하는 다른 이름일 뿐이다.

▶최근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아시아 전통에서의 명상과 치유’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서구에서 차용한 ‘기술로서의 명상’을 넘어서 아시아 전통 내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명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치유적 효과를 갖는지를 논의하고자 한 것이다.
서구 문명은 실체에 대한 관심이 지극하다. 물질에서도 궁극적 실체를 추구하고, 정신에서도 영구불멸의 실체를 꿈꾼다. 몸과 마음의 영속을 꿈꾸면서 특히 영혼의 실체적 영속성에 많은 관심을 갖기에 자아에 집착한다. 그런데 근대문명이 등장하면서 자아가 위기에 봉착한다. 사람들은 각종 심리적 질병에 시달린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는데 그것들이 심리치료기법들이다. 인지행동 치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지행동치료가 다양한 심리적 치료에 확실히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역설적 효과에 봉착하게 된다. 극복하려 했던 대상에 더욱 집착하는 역설에 봉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접근이 오히려 스스로를 고질적인 우울증 환자로 만드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 명상법이 자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게 된다. 자아에 실체가 없음과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흘러가서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음의 세계관이다. 고정불변하고 배타적인 자아라는 실체에 집착해왔던 서구 문명, 좁게는 심리치료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 것이다. 서구 심리학은 열광적으로 이 새로운 세계관, 또는 기술(명상기술)에 관심을 보여왔다.

▶2016년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협력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
종교, 철학, 의학, 역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고 명상과 치유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책을 저술할 예정이다.

▶올 해 우리나라에서 갖게 될 세미나 계획을 알려 달라.
같은 주제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티벳 등 다양한 아시아 전통에서 다양한 명상 기법들과 그 치유적 접근법들이 논의될 것이고 토론될 것이다. 사실 명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명상의 종류들이 매우 다양하고 그 치유 효과들도 천차만별이다. 티벳이나 중국 등도 마찬가지다. 또 남방불교에서의 명상과 치유적 관점도 다르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한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반응은.
명상과 치유에 대한 관심은 일부 전문가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초청한 미국 MBSR 전문가의 세미나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참여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경우 명상은 연령과 계층, 직종에 상관없이 매우 널리 확산된 치유적 접근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지식인층이나 일부 계층에 한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이 주제에 대한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반응도 일부계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음인문학연구소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많은 연구자들이 마음 담론을 학문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한다. 마치 한의학이 1970년대 대학의 학과로 자리잡으면서 독립된 학문영역으로 정체성을 확보해나가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틀을 잡아가듯이 마음인문학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마음문제에 대한 종합적 논의가 학문의 영역에서 시작됐고, 마음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그 해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본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마음인문학연구소도 조급증을 느끼고 있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아쉬운 점이다.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되는데, 끝없는 내외적 압박 속에서 문제해결의 노력이 혹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달라.
마음인문학의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개발을 할 것이다. 또 다양한 문제(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과 같은)들을 풀어나가는 바람직한 방법들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마음인문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격증 과정을 만들 생각이다. 대학에 과목도 개설할 예정이며, 나아가서 마음치유 관련 대학원 과정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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