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의 일침] 힘 있고 ‘통 큰’ 한의사협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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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일침] 힘 있고 ‘통 큰’ 한의사협회가 돼야 한다
  • 승인 2015.01.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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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안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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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일침-무엇을 할 것인가④
안 종 주
전 '한겨례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
보건학 박사
또 한 해가 가고 새 해를 맞이한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도 어제의 해와는 분명 다르지만 우리 눈으로는 전혀 이를 알아차릴 수조차 없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장소도 약간은 바뀌어 있지만 이를 알아차릴 수도 물론 없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의계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못한 것을 새해 들어 갑작스레 잘할 수도 없다. 필자의 칼럼도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까닭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래서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지난해 12월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냈다.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에 관한 것이었다. ‘의협 쇼닥터에 엄정한 기준 적용키로’란 제목의 이 보도자료에서 의협은 ‘쇼닥터’란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일부 의사들이 빈번하게 방송매체에 출연하여 근거 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쇼닥터 대응 태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하며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먼저 의사들의 방송출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하고 이를 어기는 문제 의사들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를 하며 의협 회원의 경우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의사가 방송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은 시술법이나 건강지식을 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 이번에 의협이 이번에 보도자료까지 낸 것은 아마 ‘마왕’ 신해철의 의료사고 사망 논란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신해철이 사망하기 전 수술을 받았던 어느 병원의 병원장이 방송에 자주 출연했고 이로 인해 언론에 의료인의 방송 출연 문제가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루어져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에 관한 전문가인 의사나 한의사 등이 방송에 나와 올바른 건강지식을 시청자에게 알림으로써 이들이 건강증진 행동을 하거나 건강습관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바꾸게 만든다면 이는 외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들 방송 출연 의사 가운데 일부가 자신이 만든 건강기능식품을 방송 출연을 계기로 만들어진 친숙하고도 전문성을 지닌 이미지를 팔아 선전한다면 이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자칫 그들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맹신을 환자들에게 심어줄 위험성이 있고 또 TV홈쇼핑 채널에 출연해 자신 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만들거나 수입한 건강제품을 팔기 위해 이들 제품에 대한 과대홍보성 발언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양한방 모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쇼의료인’에 대한 이런 강경 대응은 실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원조다. 한의사협회는 자신이 개발했다는 제품을 홈쇼핑에 소개하면서 “역사가 천년 가까이 된다. 황제에게 진상하는 대표 보양식”이라고 선전하다 방송법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한의사 김아무개 씨를 포함해 ‘쇼한의사’ 3명에 대해 이미 지난해 11월 의료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에 대한 책임 등을 물어 한의사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1년간 정지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문제는 이런 한의사에 대한 협회의 징계가 실효성이 과연 있는가이다. 징계 받은 한의사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방송가를 누비며 왕성한 방송 활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의사 김 씨와 같은 사례가 적발되면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사에 경고나 주의 조치를 내리고, 식약처는 제품 판매업체에만 책임을 묻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품위손상을 들어 1년 이하의 면허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지만 ‘쇼의료인’들의 허위·과장 광고에 이 같은 처분을 내린 사례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들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하려면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이 문제는 한의사협회든, 의사협회든 함께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므로 필요하면 서로 힘을 모아(이런 그림도 때론 국민들에게 좋은 모양으로 비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와도 손을 잡는 ‘통 큰 자세’가 2015년 새해를 맞은 한의계에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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