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억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기억하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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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억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기억하는 너
  • 승인 2015.01.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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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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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민우씨 오는 날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지나고 2015년이 밝았다. 양띠의 해답게 올 한해는 늘 평온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한국영화계는 2014년에 천만관객 영화가 총 4편이나 나오고, 한국영화 관객수 1억명 돌파, 한국영화 점유율 50% 등의 기록을 세우며 나름대로 선방했는데 2015년에도 그 기운이 계속 이어져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

특히 다양성 영화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상업영화만이 흥행한다는 영화계의 불문율을 뒤엎었듯이 저예산영화와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의 영화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기존의 판도를 뒤집는 신선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기를 기원해본다.

그래서 2015년의 첫 번째 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바로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이다. 단편영화는 상영시간이 30분 이내인 영화를 일컫는데 사실 대다수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장편영화이기에 일반 영화 관객들이 단편영화를 감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감독 : 강제규
출연 : 문채원, 손숙, 고수

하지만 단편영화는 짧은 상영 시간 안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최대한 높이며, 모든 이야기를 끝맺어야하기 때문에 기존 장편영화에서 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치매에 걸린 연희(문채원, 손숙)는 오늘도 연인인 민우(고수)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어느 날, 연희를 찾아온 사람들이 민우가 살아있다며 내일 평양으로 출발할 예정이니 준비하라는 말을 전한다. 연희는 왜 그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떨리는 마음으로 평양행 버스에 오른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역동적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했던 강제규 감독이 이전 작품과는 180도 다르게 정적이면서 담담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연출한 <민우씨 오는 날>은 앞서 언급한 단편영화의 특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주인공 연희는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이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민우 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노년이 아닌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를 감독은 문채원을 보여주다가 중간중간 손숙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간결하고, 이미지도 주인공처럼 단아한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 즉 지척에 있으면서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 지속되지 못하면서 가족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분단국가이기에 겪어야 하는 이 아픔이 2015년에는 깨끗하게 치유되면서 이제는 영화의 영어 제목이기도 한 ‘awaiting(기다림)’이 아닌 자유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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