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칼럼] 서로 다른 것을 본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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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칼럼] 서로 다른 것을 본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것을 본 것이다
  • 승인 2015.06.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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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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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칼럼

“우리 한의사가 기록하고 관찰한 질병은 서양의사가 관찰하고 기록한 것과는 다른 질병일까?” 우리 한의계는 지금까지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다르다는 것을 배웠고, 항상 다른 점을 부각하려 했던 것 같다.

고흥
세명대 한의대 교수
하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것은 관찰시 사용되는 언어적 제약과 표현의 한계 그리고 관찰도구의 부재와 지식의 빈곤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의학 용어는 표현범위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陰陽, 五行, 五臟, 六腑, 氣血, 三陰三陽, 六氣를 벗어난 표현이 드물다.

또한 한자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이들 용어는 한 가지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복합적인 의미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氣는 사전적으로 해석해도 그 의미가 30가지가 넘는다. 상황에 따라 같은 언어를 중복적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용어,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현시대의 언어적 표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東醫寶鑑에서 咳嗽, 腰痛, 腹痛, 心痛 분류를 보면서 “어떻게 분류를 체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지 않았을까”였다. 임상경험을 하고 나서 느끼게 된 것은 “관찰하고 경험한 것으로 분류하다보니 기준이 일정하지 못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辨證論治의 기본서로 언급되는 景岳全書를 보면 이론적인 분류가 정확하지만 실제로 이런 환자가 있나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 東醫寶鑑에서는 기존에 기록되어온 醫書에서 내용을 수집, 기록하였고 제목과 분류만 새롭게 구성하였으며, 서로 반대되는 이론이 기술되어 있다.

東醫寶鑑을 저술할 때까지 조선에 들어온 醫書에서 실제로 관찰되고 경험된 것을 추리면서 분류기준이 뒤죽박죽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예전에 선배에게 들은 말 중 “景岳全書의 이론은 이해하기 쉽고 一目瞭然한데, 막상 사용하려면 막연하고, 東醫寶鑑은 이론적인 연계성을 알기 어려운데, 환자의 증상에 맞추어 사용하기 편하다”고 했던 말이 그 의미였던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체계화시킨 辨證을 사용하면서 잘못된 점이 있다. 中醫辨證을 하여 증상을 언급할 때 여러 가지 증상을 언급하면서 항상 “-- 等”을 붙이게 된다. 東醫寶鑑에서 等은 약 처방에서 等分이라고 할 때 주로 사용되었고, 질병을 설명하고 언급할 때 증상을 나열하면서 “ --等”이라고 언급하지는 않는다.

【酒毒變爲諸病】에서 ““病淺或嘔吐或自汗或瘡痍或鼻㾴或自泄或心脾痛尙可發散而去之 及其久而病深則爲消渴爲黃疸爲肺痿爲內痔爲鼓脹爲失明爲哮喘爲勞嗽爲癲癎爲難明之疾倘非具眼未易處治可不謹乎”라 하여 증상을 언급하면서 “等等”이라는 것은 없다.

말미에 難明之疾이라 하여 모르겠다고 하였다. 陰陽 五行 六氣를 이용한 이론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東醫寶鑑에 처방이 제시되었는데, 처방 적응증상을 언급하였지, 이론적 해석을 한 것은 드물다. 이것은 추측컨대 관찰하고 경험된 임상적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 해석이 되는 것만 기술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古人의 한의학이론으로는 해석할 수 없었던 것은 설명 없이 기술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中醫辨證을 하면서 古人의 理論體系를 가지고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한 牽强附會식 해석으로 느껴진다.

瞳孔直視라는 표현이 있다. 만약 瞳孔直視를 기록한 시대에 동공반사를 볼 수 있는 펜라이트가 있었는데도 瞳孔直視만 언급하고 瞳孔의 수축과 이완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횃불을 들고 동공반사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脈의 정상 횟수를 언급할 때 자기 호흡수에 기준하여 환자의 脈動을 언급하였는데, 지금처럼 시계가 있었으면 그런 기준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東醫寶鑑에서는 醫不著書라 하였다. 이는 관찰되고 경험되지 못한 것을 허무맹랑하게 마구 언급하여 혼돈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이런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서문에서는 鑑이라 이름 지은 연유를 설명하는데 “鑑者明照萬物莫逃其形 ... 今是書披卷一覽吉凶輕重皎如明鏡故遂以東醫寶鑑名之者慕古人之遺意云”이라 하였다. 제목에 鑑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경험되고 관찰되고 검증하여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우리가 中醫 辨證論治를 받아들면서 “-- 等”이라는 증상의 조합으로 해석하고 牽强附會적인 이론적 해석이 많아진 것으로 생각된다. 中醫 思考 理論體系를 받아들이면서 생긴 폐해로 보인다.

古典에 기록된 것은 그 당시의 관찰수준과 언어적 제한으로 인하여 간결하거나 미숙하게 표현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古典에 적혀있는 글자나 문구의 해석을 가지고 진위를 따지는 것은 과학적으로 발전해야하는 한의학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우리가 우리의 이론을 정리하고자 하면서 빠졌던 오류였다.

우리는 철저히 관찰되고 경험한 것을 그 당시의 이론으로 해석 가능한 것만 해석했기 때문에, 설명 없이 기록한 것은 그 당시에 해석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酒毒變爲諸病】에서 陰陽 氣血 臟腑 衛氣營血 三焦辨證은 없다. 여기서 언급된 증상이면서 질병은 음주로 인하여 발생하는 Boerhaave syndrome, 말로리 웨이즈, 식도염, 위염, 췌장염, 간염, 간경변증, 간폐 증후군, 천식을 알게 되면서 여기서 언급된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失明은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메탄올이 많이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석이 가능하다. 古人도 관찰된 증후에 해석을 하지 않았다.

【中風大證】에서““風中於人 曰卒中 曰暴仆 曰暴瘖 曰蒙昧 曰口眼喎噼 曰手足癱瘓 曰不省人事 曰語言蹇澁 曰痰涎壅盛”이라 하였는데, 증상만 나열되어 있지 理論的 해석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腦에 대한 생리적 병리적 지식을 통하여 여기서 언급된 증상을 이해할 수 있다.

해방되고 한의과대학이 세워지고 洋診韓治를 주장하고 과학화를 주장해오면서 항상 한의학이론의 우선정리가 필요하였다. 일제 강점시대 동안 잊어버렸던 한의학적 사고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이제 해방 후 70년 동안 재야에서 알려졌던 한의학적 해석의 이론은 책으로 만들어져 있고, 중국에서 만든 辨證論治라는 체계로 한의학을 정리한 것도 이제는 30년이 되어 간다. 임상적 경험이 누적되고, 서양의학을 받아들여서 지식이 축적되면서, 이제 우리는 한의학의 해석방법에서 잘못된 것과 버려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동양과 서양의 의학은 서로 동일한 것을 보아오고 관찰하고 경험한 것이다. 우리는 정확한 관찰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을 도입하지 못했다.

이제는 현대 생리학과 병리학 조직학 해부학적 지식과 체온계, 혈압기, 시계, 펜라이트에서 혈액검사와 영상진단까지 측정 자료와 영상진단을 통한 지식을 가지고 우리의 이론과 경험을 해석하고 정확한 적응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古典의 診脈은 王叔和의 脈經에서 寸關尺으로 좁혀졌지만, 지금은 王叔和로 인하여 진맥이 얼마나 잘못되었던 것인지 볼 수 있다. 東醫寶鑑에서는 진맥으로 질병을 맞추는 초능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질병을 진단하고 난후 그 질병에서 나타나는 맥상을 가지고 예후를 판단하게 하였다.

지금 우리는 진맥은 단순하게 요골동맥의 맥을 보는 것이 아니다.

古人의 관찰에 근거하여 볼 때 脈은 심장에서 발생하는 리듬, 맥박수로 해석되어야 하는 促, 結, 代, 遲, 數, 죽을 수도 있는 頻脈, 徐脈, 不定脈인 十怪脈, 厥證으로 쇼크와 사망을 예측할 수 있는 전신 동맥의 부위별 맥압을 측정했던 三部九候脈, 경정맥의 동맥압을 관찰하여 예후를 언급한 人迎氣口脈, 손목부위의 해부학적인 구조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동맥의 변형된 파형을 파악하는 容積波, 순환을 유지시켜야 하는 최소한의 혈압과 정상보다 높은 혈압에 해당되는 洪大滑弦緊, 정상보다 낮으면서 궐증으로 쇼크에 이르기 전까지의 혈압을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微細弱澁. 지금 診脈을 하는 것은 심장의 리듬과 맥박수를 언급한 심전도, 말초혈압을 이용하여 혈관 탄력도 측정, 혈압, 동맥의 파형분석을 통해서 보다 정확해 질 수 있다.

唐宗海가 이러한 관점을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近世 西醫學의 理論은 足히 內經을 證明해주며 失傳된 內經의 奧義를 發見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西醫를 攻擊하지 말고 빌려서 原文의 뜻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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