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한국질병사인분류 개정 고시에 대한 양방 의료계의 대응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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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국질병사인분류 개정 고시에 대한 양방 의료계의 대응은 정당한가
  • 승인 2015.07.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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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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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7)가 7월 1일 9시 30분에 고시(통계청 고시 제 2015-159호)되었다. 고시의 범위는 1권 본분류, 2권 지침서, 3권 색인까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전체이다. 부칙에 의거 KCD-7은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니 딱 6개월 남았다.

한국질병사인분류 개정 고시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연구자로서 자문위원으로서 지난 수년간 통계청 회의, WHO-FIC 연례회의, 보건복지정보개발원 회의 등 관련 논의에 참여해오면서 지켜보니 관련 전문가들과 통계청 공무원들은 정말 많은 수고와 고생을 하고 있었다. 고된 노동의 결실이자 성과물로 탄생한 개정안의 고시를 축하하고 환영한다.

이번 개정의 주요한 내용은 국제질병분류(ICD-10) 관련 802건 업데이트, 종양국제분류(ICD-O3) 관련 229건 반영, KCD-6 세분화 적용 현황조사 결과 반영 등이다. 한의분류 통합정비는 현재 개정중인 제 11차 국제질병분류(ICD-11) 27개 장(chapter) 중 국제전통의학분류(ICTM)의 내용과 현재 시행 중인 KCD-6의 한의 관련 코드를 연계하여 개정하였다. 또한 희귀질환 관련해서 736건을 적용하였으며, 한글용어부분에 대해서는 KCD-6을 유지하면서도 주요용어에 대한 많은 정비가 이루어졌다.

국제질병분류의 국내도입 역사
1893년 사망을 중심으로 한 질병통계 작성을 위한 국제분류체계를 국제통계협회에서 작성하기 시작하였으며, 1946년 제6차 개정 국제질병사인표(ICD-6)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관장해오고 있다. WHO는 이후 10년 주기로 개정을 해오다가 1992년 제10차 개정 이후(ICD-10)에는 매년 업데이트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하인 1929년 제4차 개정 국제사인표를 채택하여 1938년부터 인구동태조사를 시작하였다. 1949년 8월 WHO 가입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최초의 국제기구 가입이었다.

1952년 <한국 사인상해 및 질병분류>를 처음 제정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 KCD 1차 개정은 1968년 개정된 ICD-8에 의거 197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며, 2차 개정은 1976년 개정된 ICD-9를 기초로 197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3차 개정은 1990년 ICD-10을 기반으로 199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며, 지난 6차 개정은 2010년 11월 1일에 개정 고시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다.

KCD-7개정안은 코드를 통합하는 새로운 시도인가?
지난 2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개정안(KCD-7)의 한방코드를 의학코드로 통합하고자하는 시도에 반대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성명서에서는 ‘한의분류코드를 의학분류코드로 통합하고자 하는 것은 학문적 근거가 부족하고 기호의 의·과학적 유사성이 전혀 없으므로 이 개정안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이미 지난 6년간 혼란 없이 질병사인분류를 사용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질병사인분류(KCD-6)는 2011년 1월 1일부터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이미 통합되어 있었다. 이번 KCD-7에서 새롭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코드의 통합은 이미 되어 혼란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번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을 개선한 것이다.

상황이 그러한데 ‘한방코드를 의학코드로 통합하고자하는 시도를 반대한다’ 하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의협과 의학회의 성명서는 사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표현을 써야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혼란을 부추기고자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써야한다.

한의학의 영문표기 개정은 정당하다
또한 의협과 의학회는 한의병명(韓醫病名)의 영문 표제어를 ‘Disease Name of Oriental Medicine’에서 ‘Disease Name of Korean Medicine’으로 수정하는 것은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혼용되어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정안을 절대로 받아 들 일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지난 6월 12일 확정 판결한 서울남부지법 판결문에는 “대한의사협회의 영문 명칭중 ‘Medical’과 ‘Association’은 기술적 표장이고 ‘Korean’은 지리적 표장에 불과하여, ‘Koran Medical Association’은 자타상표의 식별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의학의 한문명칭이 ‘韓醫學’인 점을 고려하면 대한한의사협회의 영문명칭중 ‘Korean Medicine’이 그 자체로 ‘한의학’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협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하였다. 이 판결로 인해 법원은 의협의 주장을 기각하였으며, 양측 관련 소송비용은 모두 의협이 물게 되었다.

이 재판은 2013년 대한의사협회가 대한한의사협회의 영문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청구로 인해 시작되었고, 결론적으로 이 결정으로 인해 대한한의사협회의 영문명칭은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으로 확정된 셈이다. 이미 대한한의학회의 영문명칭은 ‘The Society of Korean Medicine’이며, 한의학교육평가원의 영문명칭은 ‘The Institute of Korean Medicine Education and Evaluation’이 사용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에 바란다
의협과 의학회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여야 마땅하다. 사법부의 판단에 근거하더라도 2015년 7월 1일 현재를 기준으로 KCD-7의 고시의 영문명칭 변경은 지극히 정당하다. 정부, 즉 행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근거하여 고시하는 게 마땅하다. 의협과 의학회는 더 이상 정부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업무를 애써 폄하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감사하고 환영해야 마땅하다. 사실 이번 개정안 중 한의질병분류 개정부분은 전체의 아주 일부에 속하며, 대부분의 개정내용은 본인들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내용이다.

의협과 의학회는 이번 개정안 고시 직전에 통계청을 항의방문 하였다고 한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다. 개정안이 고시되면, 개정된 구체적인 내용들이 개선되었는지 개악되었는지를 잘 살펴 숙고한 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 수정을 요구해야 순서상 마땅하다.

의협이나 의학회에서 아직까지 이번 개정안의 다른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다른 부분은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 발표에 일성은 “개정고시를 환영한다. 수고 많이 하셨다. 그런데 전체 내용 중 일부인 한의 관련 개정부분은 우리의 뜻과 다르다. 우리의 의견은 이렇다”라고 논평을 내는 것이 적절했다.

우리사회 최고의 양식을 갖춘 전문인들의 모임인 의협과 의학회가 좀 더 성숙하게 대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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