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진단학 등 다 배우는 한의사인데, 왜 의료기기 사용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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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진단학 등 다 배우는 한의사인데, 왜 의료기기 사용 못 하나”
  • 승인 2015.08.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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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자 기자

박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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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탈북 한의사 1호’ 박수현 묘향산한의원 원장


남북 한의학, 크게 다르지 않아
한약재의 많고 적음 차이일 뿐
개원한 지 벌써 14년…두 동생도 한의사

[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북한에서도 해부학, 진단학 등 다 배운다. 남한 한의대에서도 해부학, 진단학 다 배우는데, 왜 한의사들은 의료기기 사용하면 안 되나?” 남한에 정착한 지 22년, 한의원 개원한 지 14년째인 박수현 원장(49세)은 탈북 한의사 1호이다. 또한 4형제 중 3형제가 각각 경기도 성남, 광주, 양주에서 ‘묘향산한의원’을 개원한 한의사 가족이다.

◇탈북 한의사 1호 박수현 원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의사가 된 사람들은 대단한 행운아”라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박애자 기자>
1993년 청진의대 약학부 동양약과(한약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수현 원장은 중국어 통역을 부탁하는 친구의 권유로 탈북했다. 단순한 탈북이 남한 정착으로 이어졌던 건 친구의 계획된 탈북 때문이었다.

1993년 10월 남한에 정착한 박수현 원장은 같이 다니던 담당 형사의 도움으로 1995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과 2학년에 편입할 수 있었다. 전립선염을 앓고 있던 형사에게 박수현 원장이 북한에서 배운 약초학 솜씨를 발휘해 약재를 처방해줬는데, 이 약을 먹은 형사가 완쾌됐다. 이를 계기로 담당 형사는 재능을 썩히지 말라며 한의대 입학을 권유했고,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렇게 한의대에 입학한 박수현 원장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바로 언어 문제였다.

박수현 원장은 “북한에서는 영어, 한자 등을 모두 한글로 순화해서 사용한다”고 언급한 뒤, “북한에서 한약학과를 다녔기 때문에 한의학을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해부학, 진단학, 생리학 등은 영어로 진행돼 힘들었다.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의학 공부의 어려움과 한약분쟁 등으로 박 원장은 2001년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기도 성남에서 개원했다.
개원 후 박 원장은 성남시한의사회에서 적극 활동했다. 탈북자는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박 원장은 원만한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성남시한의사회에서 재무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4월부터는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박 원장은 한의대 재학 중에도 북에 남아있는 어머니, 아버지, 형, 두명의 동생 등 가족들을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다 탈북시켜 남한에 정착시켰으며, 두 명의 동생들에게 한의사가 되기를 권유했다.

동생들이 남한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고,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 한의사가 적임이라고 판단했다. 형의 권유에 두 동생들은 힘든 한의대 과정을 거쳐 각각 경기도 광주와 양주에서 한의원을 개원했다.

박수현 원장은 “삼형제가 한의사다 보니 어려운 환자의 경우 서로 정보를 공유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의사 가족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박 원장은 남한의 한의학과 북한의 고려의학의 큰 차이점은 없다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한약재의 많고 적음 뿐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북한에서도 남한처럼 생리학, 진단학, 해부학 등을 배우는 등 큰 차이는 없지만 모든 용어를 한글로 순화하다보니 용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북한에서는 이론은 있어도 약재가 부족해 처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의대에서 진단학, 해부학 등을 다 배우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의료기기가 필요한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한의사로서 책임감을 갖기 위해 지난 2010년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면서, “한의사들은 한의학이 환자들한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하고 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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