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비상사태 긴급 점검-한의계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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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비상사태 긴급 점검-한의계가 죽어가고 있다
  • 승인 2003.03.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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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제도에 매몰, 효율적 대응 부재

한의계가 전문의제도에 매몰된 사이 한의사 진료분야가 하나둘 침식되고 있어 한의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양의계가 눈독을 들이는 한방의료분야는 한약을 비롯해 침, 구, 부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한의사제도 자체의 존재이유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한의사 수입의 80%가량 차지하는 한약분야는 이미 2만 7천여 양약사가 한약조제약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100종 이내의 첩약을 취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40여 종의 한약제제를 일반의약품으로써 아무런 제약없이 판매하고 나아가서는 임의조제까지 하고 있다.

비한의사의 한약취급 급증

여기다가 최근 식약청이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기성 한약서에 수재된 1만 4천개 이상의 처방을 천연물의약품으로 허가할 수 있게 하는 의약품심사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한마디로 의약품 허가시 적용하는 안전성·유효성 검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일체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제제로 허가하겠다는 발상이다. 한의계는 전문한의약품을 많이 늘리고 일반의약품 처방을 독려할 방침이지만 자칫 한방의약분업의 빌미가 될 수도 있어 이것도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약사법의 규정 미비도 비한의사의 한약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양의사의 맥문동탕 처방을 단속할 만한 뾰족한 근거가 없다는 게 복지부측의 판단이다. 한의계는 한약관리법이나 독립한의약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 제정을 반대하는 세력에 맞서 강력하게 추진할 힘이 한의계에서 분출되지 못하고 있다.

기능식품법안도 태풍의 핵

또한 국회에 계류중이긴 하지만 김명섭 의원이 제출한 건강기능식품법 신설법안은 언제라도 국회에서 통과만 되면 양약사가 한약첩약을 몽땅 건강기능식품처럼 쓸 수 있어 한의사의 존립기반을 뒤흔들 메가톤급 법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의사의 침·부항 사용도 한의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양의사들은 통증완화 차원에서 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이비인후과 의사(서울 마포구)는 비염치료시 양약을 사용하기 전에 코에 水溝 부위에 장침을 꼿는 등 치료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치과의사들도 오래 전부터 마취요법의 하나로 침을 사용하고 있다. 전통 침을 전자침으로 개량해서 쓰듯이 부항의 원리도 전자의료기로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치료분야의 침식이 한의사의 존재의미를 반감시키는 위협요인이라면 양방병원내 한의원을 설립하는 것은 독자적인 한방의료기관의 존재의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복지부는 1월초 종합병원활성화대책의 하나로 종합병원내 일부 시설을 임대해 별도의 의원을 개설하는 것도 가능하게 허용함으로써 한의원 설치를 용이하게 했다. 지금까지는 허용하더라도 출입구를 달리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부과됐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배타적 영역 갈수록 약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법적으로 2원화 체계지만 내용적으로 그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급기야는 한의사의 배타적 영역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양의·약계의 공세가 한의사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직접적이었던 데 비해 최근에는 한의사의 경계심을 늦추면서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양의약계는 한의계와의 정면충돌은 피하면서도 내용물은 표 안나게 쪽쪽 빨아먹어 한의사제도를 속빈 강정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반면에 한의계는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양의약계의 공세가 한의협 안재규 집행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인 임기 직전과 직후에 집중적으로 터져나온 데다 한의사전문의제라는 한의계 내부 현안에 가려 양의약계와 대립전선을 형성해내지 못함으로써 일
선 한의사의 관심과 공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한계는 역시 정책의 부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양의계의 한의학 침탈이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하나같이 수십년간 진행되어온 문제라는 점에서 학술적 정책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풀어야지 한의협 집행부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못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집행부를 질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회원이 들고 일어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의계가 발상을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한의협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개원의 일색의 한의협으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것이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회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몸집이 커지면서 대학과 병원, 수련의, 학회 등으로 조직 분화가 이루어지는 등 한의계내 역학관계에 일대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한의협은 여전히 회원 2천 시대의 회무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원의는 한의협의 운영을 주도해왔지만 정책입안에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냈다.

외부의 위협은 늘어가고 지원세력은 없으며, 내부의 저항력은 떨어지는 내우외환, 고립무원, 이중삼중의 위기에서 한의계가 살기 위해서는 개원의와 병원·대학·학회 간 소모적인 갈등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인 회무시스템을 빚어내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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