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사업시작에 부쳐
상태바
[한창호 칼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사업시작에 부쳐
  • 승인 2016.01.27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창호

한창호

mjmedi@http://


한창호 칼럼

우선 복지부가 한의진료의 질 상향평준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통해 한의약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향상에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다는데 박수를 보낸다. 매우 적절하고 잘하는 일이다.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지난해 8월 4일 정부는 한의약의 표준화 과학화 기반 조성을 위해 범한의계가 참여하는 ‘근거중심한의약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복지부는 근거중심 표준임상진료지침의 개발과 확산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그 동안 동일상병에 대한 치료방법이 편차가 심하고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치료법도 시행되어 왔다고 하면서 의료기관별 의료인별 상이한 진료방법은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중장기적 발전을 저해하고 한의약 국제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복지부는 범한의계가 주도하는 이번 진료지침개발 및 확산이 ‘한의진료의 질 상향평준화’와 ‘근거기반의 한의약 발전’을 유도하여 국민 신뢰가 증대될 것이며, 진료지침 개발시 한의진료비용과 치료효과 간 최적의 조합 모색이 가능함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통해 한의약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위한 기획연구 공청회

지난 20일에는 복지부 기획과제로 진행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사업 기획연구 공청회’가 있었다. 기존에 한의진료지침 개발 현황을 말하면서 총 15건이 있는데 활용이 저조한 이유를 일선의 임상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고, 개발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건강보험 적용 등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 등으로 분석하였다.

정부는 대한한의학회 사전기획연구를 통하여 범한의계 거버넌스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 기준과 원칙으로 37개 질환 후보군을 도출 완료했다고 하였다. 이번에 복지부에서 발표할 때 중요한 지점을 밝혀주었다. 범한의계 거버넌스를 언급한 것이다.

근거중심한의약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거버넌스를 잘 잡았고, 그 결과 한의계의 총의가 잘 모아졌으니 이대로 잘 수행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과연 2만여 한의사들이 이것을 이해하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기획과제 결과에 따라 현재 논의 되고 있는 것과 같이 질환을 선정하고 몇몇 학회의 몇몇 연구자에게 개발을 맡기면 될 것인가? 쉽게 긍정하기 어렵다. 한 두 개의 학회가 주도하여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임상 한의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지침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모르기 때문이다.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학회의 소수의 연구자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도 안 쓴다. 결국은 실패한다. 개발단계에서부터 다학제적으로 참가하여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다양한 한의계 목소리를 담아서 개발해야 한다.

1차 의료를 담지하는 한의원에서 소규모 한방병원, 수련한방병원, 전문한방병원, 대학한방병원 등에 근무하는 한의사들이 가능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내과, 침구과, 재활과 등 전문의 과목만이 아니라 추나학회, 약침학회, 도침의학회, 상한금궤의학회 등등 한의계 모든 학술단체와 치료기술을 확보하고 시술하고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한 다각적 검토에 근거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한의계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아야

모든 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더 시급하고 더 활용도가 큰 결과적으로 더 큰 효용이 있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임상활용을 이야기하면 건강보험통계를 제시한다. 건강보험의 급여범위를 고려해 보자.

현재 한방건강보험은 침구부항 등 시술에 대해서는 급여하면서 한약에 대한 급여범위가 좁고, 한약제제가 새롭게 추가되지 않고 있으며, 한약에 대한 비급여로 극단적으로 약제에 대한 급여가 작은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근골격계를 비롯한 소수의 진단코드에 편향되어 성장하였고,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약 시장이 절름발이로 성장하여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그렇다면 제한적인 건강보험 급여범위 때문에 왜곡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다빈도 통계를 선정기준으로 가져간 것은 한계가 있다.

다시 만나 좀 더 깊은 논의를 통한 합의과정을 거쳐 나가야한다. 다시 한 번 한의계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아야한다. 그 자리에서 국민의 질병 예방과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 있는 한의계 영역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지침이 필요한 질병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질병중심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 너무 넓은 범주의 증상 위주의 가이드라인은 질병관리의 일상규범 즉 생활관리가 많이 차지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것은 임상한의사가 쓰는 임상진료지침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한의사가 진단명으로 사용하는 KCD질병명을 기준으로 만들어져야 효과가 크다.

양방 의료계의 대처 타산지석 삼을 만

정부주도의 표준임상진료지침에 대한 한의계 일선의 생각은 어떠할까?
양방의료계의 대처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지난 2010년 2월 9일에는 ‘국가주도의 임상진료지침연구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임상진료지침연구 토론회가 있었다. 주제발표는 ‘공익적 임상연구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원장이었던 허대석 교수가 발표하였다.

제2주제는 ‘임상진료지침 사업 현안과제와 향후 추진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의학회 의료정책이사였던 이선희 교수가 발표를 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교수는 제2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원장이 되었다. 당시 대한한의학회 제도이사로 초대를 받아 그 자리에 참석한 바 있다.

의학계의 경우를 보면 의뢰자주도임상연구(SIT)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개발 노력으로 주로 3상을 중심으로 활성화 되어 있으나 일부 대형병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국내제약회사개발 신약 임상시험은 2004년 지역임상시험센터를 통해 정부지원이 시작되었으며, 주로 1상과 2상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은 국제 경쟁력이 취약하며, 2007년 11월부터 국가임상시험사업단으로 관리되고 있다.

연구자지도임상연구(IIT)는 2004년부터 질환별 임상연구센터를 통해 정부지원이 시작되었으며, 공익적 임상연구 혹은 실용임상연구(PCT)는 2010년부터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으로 전환되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제한적으로만 정부 개입 고려해야

정부가 나서서 하는 임상진료지침 개발은 어디인지 편하지가 않다. 학회 간 혹은 연구진 간의 이견으로 지침의 내용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거나 개별지침이 특정 전공과목의 입장을 주로 반영하여 합의에 기초한 지침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하여 제한적으로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전면적인 정부주도의 임상진료지침 개발은 한의계가 받아들이기 곤란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입하는 영역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임상진료지침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득과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에 한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이 과제에서 수행되는 임상연구에는 제품의 개발 이득이 있는 디자인은 연구되어서는 안 된다.
그건 제품개발을 위한 사업화 연구이지 임상진료지침에서 수행해야하는 임상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수행해야하는 것은 실용임상연구이다. 실험적 환경이 아닌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통상적인 진료를 대상으로 효능검증(efficacy)이 아닌 효과의 비교평가(comparative effectiveness)를 보아야 한다.

기존의 전형적인 RCT를 통해 약물이나 의료기기의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는 여기서 주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현재 한의계에는 몇몇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복지부 그림대로라면 5~6년 후에 이들 연구의 결과가 만들어 낼 폭풍은 임상가를 휩쓸 것이다. 물론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말이다. 보다 많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