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올바름과 그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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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올바름과 그름에 대하여
  • 승인 2017.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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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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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승리한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 발표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 상황이 더 깊이 정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국가는 왜 존재하며, 국민은 무엇을 국가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고, 또 어떠한 권리를 가진 것인가? 그리고 국민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 집단이라면 그 국민들은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깊은 고민과 탐구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이번에 그 답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온 국민이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고, 회복할 수 없는 희생을 대가로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논의를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나 세대 간의 갈등, 혹은 현실 정치의 문제로 돌려 말하는 것은 동의하기 곤란하다. 이는 명백히 정의로움의 문제이고, 법치주의의 문제이다. 민주주의 그 자체의 문제이다.

경찰의 총수가 음주운전단속의 처벌을 피하려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고, 사정기관의 총 책임을 맡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자신의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대통령이 법과 정치를 무시하고 자신의 공적 통치기구인 검찰수사나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아니 그러한가?

국가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게 대통령과 정부의 임무 아니겠는가?

그런데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 나서서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과 잘못을 감추게 하거나 부당한 인사개입을 했고, 대통령은 어린 생명들이 차디찬 바다에 수장되고 있는 그 시점에서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로인해 국익과 국가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으려고 하고, 전 국민을 상대로 공공기관과 언론을 통해서 거짓말과 모르쇄로 일관하고 있다. 이 태도가 국가원수,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할 일인가? 이것이 정의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내 진료실에는 롤스의 <정의론>이 꽂혀있었다. 지금은 마이크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971년 존 롤즈는 <정의론>에서 중립에 관한 자유주의적 사고를 철학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나 샌델은 29세인 1982년에 자유주의 이론가인 존 롤즈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공동체주의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는데, 현재 그는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 찰스 테일러 교수 등과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정의를 이해하는 세가지 방식이 있다. 벤담이 말했듯이 최대 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공리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자유주의적 견해이며, 기존의 도덕적 종교적 가치를 최대한 배제한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 마지막 세 번째 주장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들은 공리주의적 이해방식은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든다는 것과 인간 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 하면서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만들 수 없으며,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당연히 생기기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정의는 영광과 미덕, 자부심과 인정에 관한 대립하는 여러 개념과 밀접히 연관된다고 하면서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가 아닌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불평등의 문제도 제기한다. 불평등은 시민의 연대의식과 미덕을 해친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 민주 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의식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의 영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납세를 꺼리게 되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서로 만날지 않게 되는데, 공적인 영역이 비어버리면 민주주의 시민의식의 토대가 되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불평등의 문제와 빈부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공동체의 건설

샌델교수의 마지막 말은 도덕에 기초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되며,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

맹자의 왕도정치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대통령의 탄핵인용을 마무리하고 우리 사회가 선한 공동체를 건설하기에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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