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81> - 『軍中醫方秘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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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81> - 『軍中醫方秘要』①
  • 승인 2017.06.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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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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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片毒과 맞닥트린 전통군중의약

 

​◇ 『군중의방비요』

  이 책은 근대로 넘어오는 길목, 전통시대 끄트머리에 나온 보기 드문 군사의학 전문서이다. 지난 주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 있었던 一山 金斗鐘(1896~1988) 박사를 기리는 고문헌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일산문고 전문의서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 고판본으로 서지사항에는 불분권 1책이며, 지은이는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청나라 宣統3년(1911)에 저술되었다는 것만 밝혀져 있었다. 

  청나라 말기 끝없이 넓은 중국 대륙도 군사나 정치 분야에 있어서도, 모두 서구 열강과 일본제국주의의 각축장이 되었으므로 아마도 이 책이 전통시대 군진의학을 다룬 마지막 모습을 지닌 의약서일 것이다. 중국의서지에 수록된 간략해제에는 현전 판본은 청대 목각본으로 기재하였다. 또『중국의적통고』등 다른 서지목록에는 아예 수재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저작된 지 100년 만에 중국에서도 매우 傳本이 드문 희귀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일산문고본에는 표지 다음,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제목을 새겨 넣은 裏題面이 달려 있는데, 이곳에는 ‘軍中醫方秘要’라는 서제와 함께, ‘侯官林氏銅擺本’이란 글이 적혀 있다. ‘侯官’은 중국의 복건성의 지명으로 지금의 복주를 말한다.

  어떤 관련성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19세기 말 서구열강들이 산업혁명으로 비축된 자본을 앞세워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회복하는 방편이자 광활한 중국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몰래 아편을 팔기 시작했다. 중국 전역으로 퍼진 아편중독의 막심한 폐해를 막고자 道光帝는 복주출신의 강경파인 임칙서를 欽差大臣(특정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임시관직)으로 임명해 광동으로 보냈다.

  훗날 중국인들로부터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은 임칙서는 바로 이 복건성 侯官 출신인데, 강력한 태도로 서양의 무역대표들을 소환해 아편을 자진 환수하게 한 다음 모두 모아 광장에서 불태우게 하였다. 인류가 발견한 가장 확실한 효과를 가진 진통제이자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인 아편은 사람을 살리는 용도로만 쓰이지 않고 그릇된 욕망과 탐닉의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원본을 확인해 보니 원래는 2권으로 이루어진 모양인데, 일산문고본은 하권이 결권된 상태로 상권만 남은 零本이다. 장서인에 [養福堂/藏書]라고 새겨진 인기가 보이지만 당호만으로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어렵다. 저자불명인데다 서문 없이 목차만 수록하였다. 또 표지는 개장되어 있으며, 곧장 본문이 시작되어 자세한 소장 경위를 짐작할 길이 없다. 다만 특이사항으로 일산문고본은 필자가 보기엔 금속활자본으로 여겨지는 待考本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앞서 ‘銅擺本’이란 용어가 바로 이것을 말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필자가 과문한 탓으로 확정하지 못하는 것이 송구하다.

  본문에는 진중의 일상생활이나 작전할 때 소용되는 치료처방을 내용으로 수록하고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부는 외과 응급처치법을 위주로 창에 찔린 상처(中槍), 화살 맞은 상처(中箭), 복부파열과 장탈출 등 전장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급처치와 처방용약에 대해 열거하고 82수의 처방을 수록하였다.

  제2부는 비교적 여러 가지 잡다한 처방들을 나열하였는데, 주로 외상 및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염성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처방을 다루었다. 본방의 주증상으로 수록처방의 방제명을 삼았으며, 뒤에 약물 구성에 대해 실었다. 부분적으로는 처방 뒤에 생사를 판단할 수 있는 요점이나 치료시의 주의사항 등에 대해 기록하였으며, 처방의 약물 구성이 간단하고 실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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