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86> - 『救荒補遺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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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86> - 『救荒補遺方』②
  • 승인 2017.07.2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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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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俗方, 창의적인 전승지식의 활용

 

  이 책의 편찬 경위를 살펴보면 결국, 단독으로 편찬되기보다는 기존에 전해지던 『救荒撮要』를 비롯한 구황서의 부족한 면모를 보충하고 새로운 지식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1660년 判中樞府事의 직임에 있던 송시열이 쓴 『신간구황촬요』의 서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편찬 당시 정황을 살펴볼 수 있다. 

◇ 『구황보유방』

  “…… 서원현감 신속은 세종대왕께서 펴내신 『구황촬요』1편에다 보유방을 붙이고 언해하여 널리 배포하였다. 보유방은 촬요에 없는 것을 매우 자세하게, 또한 매우 적절하게 수록하였다.” 여기서 세종 때 구황서란 사실『救荒辟穀方』인데, 후대 명종, 선조, 인조, 효종, 현종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구황촬요』를 간행하면서 항상 세종대 처음 펴낸 것을 기본으로 삼았기에 두 가지 책을 동일시하였다. 하지만 현재 아쉽게도 세종대『구황벽곡방』실물은 전해지지 않는다.

  또한 이 책 『구황보유방』의 편찬을 주도한 신속은 발문에서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옛날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이 굶어 죽는 것을 구제하기 위하여 벽곡방을 펴내어 …… 명종대에도 가장 요긴한 것을 뽑아 언문을 붙여 『구황촬요』라 하고 팔도에 널리 배포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흩어지고 潛谷 金相公(金堉)이 다시 간행하였으나 이 역시 산일되어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자신이 새로 보유한 방식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는데, 다음에서 그 경과를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이 고을(西原, 즉 지금의 청주지방) 수령으로 온 뒤에 불행하게도 흉년이 계속되어 백성들이 헐벗고 굶주리게 되었다. 그러나 수령으로서 굶주려 죽어가는 백성들을 수수방관만 할 수 없어 이 책을 다시 펴내기로 하였다. 이에 醫方書를 참고하고 냉이를 채취하여 먹는 法, 토란재배법 등 듣고 본 경험을 보유하여 재난에 해를 입어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한다.”

  이 발문을 쓸 당시 신속의 벼슬은 通政大夫 行西原縣監, 西原鎭兵馬僉節制使로 되어있다. 다시 풀어서 설명하자면 효종이 승하하고 현종이 새로 즉위한 1660년 『구황촬요』에 누락된 구황법을 중국에서 입수한 서적과 민간에서 전해진 俗方에서 채집하여 『구황보유방』을 편찬하고 다시 언해를 붙인 다음, 이전에 나온 『구황촬요』의 내용과 합하여 『신간구황촬요』라는 이름을 붙여, 널리 펴낸 것이다.  

  그럼 여기서 중국을 통해 입수된 새로운 지식들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자. 인용서에는 ‘본초’와 ‘齊民要術’, ‘范勝之書’, ‘壽世’, ‘入門’이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證類本草』, 『齊民要術』, 『范勝之書』등은 조선 전기부터 널리 이용되어왔으니 새로울 것이 없고, 고작 명대에 나온 『수세보원』이나 『의학입문』정도가 새롭다 할 것이니 그다지 신지식을 대폭 수용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색해 보인다. 

  이에 비해 전래의 경험지식이라 할 ‘俗方’은 여러 곳에서 수재되었는데, ‘辟穀絶食方’에 3조, 羊蹄根 1조, 芋 1조, 大棗 1조, 萎蕤 1조 등 다수 등장한다. 또 인용서가 밝혀지지 않은 雜物食法의 여러 조문들이나 杆城葛根, 造淸醬法, 謫仙燒酒方 등도 역시 조선에서 전래되거나 대대로 전승된 경험지식이 크게 반영된 내용으로 여겨진다. 

  예컨대 잡물식법을 보면 솔잎을 잘 찧어 걸쭉하게 갈아서 여기에 곡물가루를 넣어 묽게 죽을 끓인다. 예전 방식은 처음에 찧어서 덩어리 채 햇볕에 말려 다시 찧어 가루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맛도 나빠질 뿐만 아니라 죽을 끓이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또한 옛사람들은 흉년에 黃蠟을 먹고 굶주림을 면했으나 이것을 삭이려면 반드시 대추를 씹어 먹어야 한다고 말해 그간에 실제 경험에서 채득한 실전 지식들이 보태어 졌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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