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건강증진사업 향후 공보의 주 업무영역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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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건강증진사업 향후 공보의 주 업무영역 될 것”
  • 승인 2017.08.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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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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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인호 전남 고흥군보건소 공보의

불면증클리닉으로 지난해 건강증진대회 최우수…불면증 해결 그 분들 삶 바꿀 수 있을 것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보건소에서 지역주민의 한의약건강증진을 위해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다. 한의사 면허를 갖고 있는 공보의들이 주축이 돼 사업의 방향과 목적에 대해서 어떻게 성장시켜나갈지 고민이라는 정인호 한의사를 만나보았다. 정 한의사는 지난해 한의약건강증진대회에서 불면증 클리닉으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었다. 
 

◇정인호 공보의.

▶간략한 본인 소개를 해 달라. 
동의대 07학번이고, 현재 전남 고흥군 보건소에서 근무 중이다. 31대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이하 대공한협) 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고흥군보건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사업과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사업으로는 노인 불면증 클리닉, 학교로 찾아가는 월경통 클리닉, 마을 순회진료, 교육활동 등을 하고 있다. 불면증 클리닉과 월경통 클리닉이 연중 가장 큰 행사이고 업무비중도 높다.
 

▶공보의 입장에서 보건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나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첫 번째로 공무원의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이것은 운에 달린 부분인데, 보건소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비협조적이면 사업을 기획하고 이끌어나가기 쉽지 않다. 내 경우에는 배치 초반에 소장님의 불면증이 잘 치료되어 쉽게 시작할 수 있었고, 운이 좋아서 훌륭한 파트너를 만났다. 이외에도 군청, 계장 등이 상당한 도움을 주셨는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공보의가 새롭게 사업을 주도하려고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책정해 올리는 것부터, 기획서 작성하는 법 등 낯선 일이 많아 시작을 못하는 것이다. 이번 대공한협에서는 전국적으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보건사업을 시작하는 교육을 통해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표준 사업을 만들어서 공통의 사업 프로토콜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점인데, 사업 대상질환에 대한 전문성이다. 대부분 학교를 갓 졸업하고 공보의가 첫 진료지인데, 특정 질환에 대한 진료매뉴얼의 숙지가 완전치 않은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도 몇몇 원장님들과 학회에서 매우 큰 도움을 얻었다. 지면을 빌어 노의준, 이원행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불면증 클리닉서 첩약을 처방함에 주변 한의원 불만은 없었는지.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불만을 들은 적은 없지만, 사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걱정을 했다. 주변 친한 한의사들한테는 왜 보건소에서 한약을 주냐는 얘기를 들었다. 변명을 하자면 사업 대상자 대부분이 한의원에서 불면을 치료한다는 개념자체가 없던 분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고흥 각지에서 온 중증 불면증 환자 35명을 통해 한약으로 불면을 치료했다는 소문이 났다.

내가 잘한다기보다 한약으로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8주간의 투약이 끝나고도 여전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분들이 많고, 새로운 환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있었다. 이런 분들께는 가까운 한의원으로 가시라고 안내해드린다. 도시에는 특화질환을 보는 한의원들이 많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아서 한의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가 한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고 영역을 더 넓히고 싶다.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면단위에 의료기관이 많이 들어오면서 전국적으로 공중보건의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 보건(지)소 당 내원 환자수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에, 보건소가 진료보다 예방이나 보건사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지부에서도 건강증진사업의 비중을 점차 높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건강증진사업이 앞으로 공보의의 주 업무영역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사업의 방향과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이 많다. 앞으로는 좀 더 예방에 집중해야하는지가 고민인데, 예방사업들의 효과를 뚜렷하게 평가하기가 어렵다보니 아무런 효과가 없는 사업들도 계속된다는 문제가 있다.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그런 것이 정말 많다. 말은 “한방 00예방사업”인데 들여다보면 정말 예방이 될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보의들 입장에서 재미가 없다보니 참여를 안한다. 직접적으로 치료를 하고 그것이 나중에 로컬에 나갔을 때 경험으로써 가치가 있어야 공보의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보의가 억지로 참여하거나, 사업을 안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것을 기획해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예방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공보의들이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대공한협에서는 내년을 목표로 전국의 공보의들이 더 많이, 더 쉽게 건강증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표준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공통의 주제와 실행방법, 진료 프로토콜, 평가방법까지 공유하는 것이다. 사업에 관심있는 공보의가 공무원에게 먼저 기획서를 제출할 수 있는 표준 기획서도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끼리만의 힘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시범사업을 만들어 몇몇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이 시범사업들은 공보의들의 역할이 작고 진료 프로토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공한협에서 도와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대공한협 차원에서 우리끼리 사업 기획하고, 진료 프로토콜까지 만드는 것 보다 협회, 한의약연구원, 한약진흥재단, 개발원, 학교 등에서 하고있는 비슷한 목적의 사업들을 엮고 다듬어서 최종적으로 공보의들이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공한협의 목표이다. 한의과 공보의는 천명이 넘는 집단이다. 이중 일부라도 공통의 사업을 하고, 이것이 매년 논문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멋진 일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델은 건강증진개발원과 대공한협에서 사업의 방향을 미리 기획하고, 해당 질환을 보시는 원장님들과 교수님이 진료 프로토콜을 짜고, 데이터는 공보의들이 모으고, 실제적인 논문화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다.

대공한협 일을 하고나서야 여러 단체에서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되었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프로젝트들이 하나로 뭉쳐 힘을 내지 못하고 산개해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굳이 모든 걸 한 단체에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동의 목표를 갖고있는 일들은 기업이 M&A하듯이 묶어서 TF로 운영하면 어떨까 싶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의 경우에는 대공한협이 TF를 조직해보겠다. 이와 관련해 의견이나 제안사항이 있는 분들은 대공한협에 전달해주시면 감사히 고견을 청해듣겠다.
 

▶지난해 잠이 솔솔 불면증 클리닉 프로그램으로 건강증진대회서 최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꽤 지난일이라 이제와 소회를 말하기는 부끄럽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잘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마지막 한 번의 프로그램이 더 남았는데, 앞으로 발전해야할 부분이 아직 많다.

불면증 클리닉을 기획한 이유는 대상자들에게 진짜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대다수의 한의약 건강증진사업들이 쓰는 돈과 인력대비 충분한 효과를 달성하는지에 대해 사실 회의적이다. 나는 자칭 효율주의자라서, 어떻게든 효과를 내고 참가자에게 실제적인 이익이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방문진료에서 매번 느끼는 것이 노년층의 불면증 유병률이 상당히 높고, 이로 인해 2차적인 질병이 야기된다는 것이었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하니 혼자 밥해먹기도 귀찮고, 운동은 고사하고 노인회관에 나가기도 싫고, 짜증도 심해져 사회적으로 점차 고립되어가는 식이다. 노년층 불면증을 해결하면 정말로 그 분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프로그램의 특징은 무엇인지.
일단은 공보의가 주도가 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기획부터 진행, 평가까지 담당 공무원과 많은 협의를 거쳤다. 노년층의 중증 불면증을 치료하기로 하고, 개인별로 최적의 치료를 하기 위해 첩약을 선택했다. 원외탕전원에서 약을 주문해 1주일 단위로 약을 처방했고, 매주 10분가량 상담을 하면서 수면상태를 체크했다.

처음에는 수면일지를 작성하게 했는데,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어려워해 수면일지를 간소화하기도 해봤고, 헬스케어 기기를 사용해 수면시간을 측정해보기도 하는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보완해 나갔다. 주 단위로 상태를 파악해 효과가 없다고 판정되면 약을 바꿨다. 첫 주에 결정한 처방을 계속 쓰는 경우도 있었고, 많은 경우 사업기간 중 4번이나 약을 바꾼 적도 있다.

처음에는 신환 35명 정도를 본다고 이틀이 꼬박 걸렸는데,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그렇게 올해까지 2회차를 진행했고 총 20종 이상의 처방을 사용해 70여명을 진료했다. 약의 효과를 확인하고 싶어서 수면위생교육은 최소화하고, 침구치료는 하지 않았다. 양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정도가 나아지면 테이퍼링 해나갔다.  
 

▶한의학이 불면증치료에서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 아는 얘기지만, 불면증으로 정신과에서 약을 복용중인 분들의 가장 큰 불만이 다음날 정신이 멍하거나, 점차 내성이 생겨 복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적인 부작용보다 환자들이 부작용을 더 부풀려 생각해 nocebo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한의학은 이런 측면에 대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다.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점차 복용량을 줄여도 효과가 유지된다. 올해 2년차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환자 중 또 참여한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수가 여전히 양호한 수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수면상태의 개선과 함께 다른 증상 (특히 대소변, 소화, 심계, 구건 등)이 개선되고, 처음의 기대보다 입면시간, 각성횟수, 수면시간의 개선이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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