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살아있다는 생동감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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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살아있다는 생동감 느껴요”
  • 승인 2017.08.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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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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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집행부로 활동하는 이희성 학생


길벗 내 한의대생·한의사 200여 명 활동 중…사회 곳곳의 약자들과 연대활동 펼쳐
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외에도 건강권·의료민영화 등 보건의료주제 세미나 진행하기도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2005년 무렵 결성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소외 받고 외면 당해온 수많은 약자들과 함께해 온 한의계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소속되어 활동하다가 어느덧 졸업을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길벗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되었고, 스스로 생각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어두운 현실을 함께 밝힐 수 있는 동지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을 뒤를 이어 활동하고 있는 후배의 생각은 어떨까. 이희성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구한의대 본과 2학년 이희성 학생.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대구한의대학교에 재학중인 본과 2학년 이희성이라고 한다. 수험생 시절, 할아버지께서 당뇨 합병증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과임에도 '사람을 살리는' 의학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래서 의료계열 학과 중 문과생들에게 입학 기회의 문을 많이 열어두고 있는 한의예과에 지원하였고 한의대생이 됐다. 


▶길벗은 어떤 단체인가. 어떻게 이런 모임이 결성되었는지 궁금하다. 또 현재 구성원은 어느 정도인지. 
길벗은 2005년 경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자는 뜻과 더불어 학생의료봉사에 대한 비판을 가지고 모이게 됐다. 길벗은 민중의료연대활동을 주된 활동으로 하여 장애인진료소, 외국인이주민진료소, 노숙인진료소, 대학 내 청소노동자 의료연대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경우 방학 중에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지역을 돌아가며 의료연대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기 중에는 전국 한의대 지부별로 건강권이나 의료민영화와 같은 보건의료주제 또는 장애인, 성소수자,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길벗은 한의대 재학생 회원과 한의사 회원으로 구성되며 학생 약 100여 명, 한의사 약 100여 명으로 총합 약 2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어떻게 길벗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 RCY(적십자 사회봉사동아리)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지역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생필품 전달과 말벗이 되어드리는 봉사활동을 학기 중 2주에 1번씩 다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 마을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을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작은 봉사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되었고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처음 한의대 새내기 때 있었던 길벗 동아리 소개식에서 사회 문제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매 방학마다 의료연대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다는 홍보를 듣고 고등학교 때 해왔던 경험을 이어가보자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길벗에 가입해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하게 됐다. 


▶노동자, 농민, 미군·해군기지 주민,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해온 걸로 알고 있다. 그동안 해온 활동을 들려 달라. 
길벗 초창기인 2005년은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노동쟁의가 많이 발전하는 시점이었던 터라 KTX 여승무원 투쟁, 이랜드-뉴코아 투쟁, 쌍용자동차·콜트콜택 해고노동자 복직 투쟁, 홍익대 미화노동자 투쟁 등 부당한 것에 대해 저항하고 인간다운 삶과 권리를 위해 투쟁해온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활동을 해왔다. 

이외에도 평화·통일·민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 사할린 영주귀국동포 진료, 강정 평화마을 진료,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안산 이주노동자 진료, 세월호 유가족 진료 및 연대 활동 등이 있다. 또 매년 여름, 겨울에 농촌 의료 연대 활동을 다녀온다. 
 

◇최근 제주 강정마을에서 건강연대활동을 진행한 모습.

▶지속적으로 연대해오고 있는 사회단체가 있나. 
비정규노동자의집이나 콜트콜텍노조와 같은 노동단체와 의료연대를 통한 교류를 하고 있으며, 민가협, 유가협(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과 같은 민주화운동 단체와 매년 강의 및 첩약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한 강정마을로 의료연대활동을 갔는데 이곳은 길벗이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 2017년까지 3번째로 방문해 의료연대를 이어오고 있다. 


▶‘정치적인’ 활동으로 오해받는 시선을 느낀 적은 없는지. 
길벗을 하면서 '정치적이다'라는 비난의 어투의 말을 많이 들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 얼마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이나 담배값을 올릴지 내릴지도 다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아닐까. 특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의계의 많은 문제들도 정치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많은 정치적인 사안들을 이야기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어 이제는 ‘정치적이다’라는 말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인 것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운다'라며 우리 삶과 밀접한 정치 이야기를 꺼리는지에 대해 토론해보고 싶다. 


▶무료진료 나눔을 펼치기도 한다. 현장에서 진료를 받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길벗의 경우 진료봉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연대'를 중점에 두고 활동을 한다. 실제로 다른 의료봉사와 달리 길벗은 한의사만 본진을 보며 면허가 없는 학생들은 예진, 본진보조 그리고 진료 외 연대활동들을 하게 된다. 연대란 병을 치료하는 의사를 넘어서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왜 그들이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그들의 삶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 간에 정기적인 모임은 어떻게 가져가고 있나. 
정기적으로 매년 총회를 개최하여 길벗의 학생, 한의사 대표를 선출하고 예산심의 및 전국 길벗 학생 한의사 회원들의 어울림 장을 갖고 있다. 또한 본과 3,4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진로간담회를 실시하여 고학년 학생 회원들이 길벗 선배 한의원을 방문해 참관실습을 하고 전문의, 대학원, 임상 등의 진로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한의사 회원과 학생 회원들이 함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밖에 각 학교별로 학기 중에 의료연대활동을 할 시에 그 지역에 있는 한의사회원과 함께 연대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동아리 내 자체 소모임이 있어 현재 길벗 한의사 집행부와 학생 집행부가 함께 맛집을 탐방하는 소모임이 있고 메이데이나 민중총궐기 등 큰 집회가 있을 때에 한의사회원들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길벗 활동을 통해 느끼는 바가 있다면. 
길벗활동을 통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살아있다’는 생동감이다. 개인적으로 김기택 시인의 '멸치'라는 시를 좋아하는데, 건어물 시장에 말라비틀어진 멸치 안에는 사실 바다의 힘찬 물결이 있고 그 물결이 파도와 해일을 만들어 고깃배를 부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길벗활동을 하기 전 수험기간 동안은 주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 정해진 길대로 가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생명력 없는 마른 멸치 같았다. 하지만 길벗활동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고 실천해나가면서 나만의 삶의 목표가 생겼고, 이에 활력을 얻어 바다와 해일 같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로 판명된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과 같이, 국가폭력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 사람들과 문턱이 높아 의료시설에 자유로이 드나들기 어려운 지체 장애인들 등 현재에도 많은 한국의 민중들이 단순 질병과 상해가 아닌 국가 폭력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 등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배웠다. 사회의 불건강을 치유해 모두를 건강하게 하는, ‘사람을 살리는 의술’을 실천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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