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기록, 힘닿는 데까지 책으로 써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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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기록, 힘닿는 데까지 책으로 써낼 겁니다”
  • 승인 2017.08.3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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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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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방임상이야기 3권’ 출간한 저자 양주노 원장

 

책 집필하면서 스스로 공부…환자 치료 사례 바둑 두듯 복기(復棋)
한의학, 대만 전통의학보다 결코 앞서있지 않아…한의계 반성하고 더욱 정진해야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한의학 학·석사, 의학 박사를 수료하는 등 한의학뿐만 아니라 자가면역, 종양, 피부 질환까지 한·양방 등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한의사가 있다. 그는 수 년 전부터 꾸준하게 임상 기록을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해오고 있는데, 최근 한방임상이야기 3권을 출간했다. 저자인 양주노(44·수원 경희예당한의원)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원 경희예당한의원 양주노 원장.

▶한방임상이야기 3권을 출간했다. 이전과는 다른 어떤 임상 사례들이 소개 됐나. 
2009년에 1권을, 2013년에 2권을, 올해 3권을 출간했다. 이전보다는 ‘질환의 폭’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의 질환에 대한 여러 가지 루트(route)를 떠올려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 넓어진 것 같다. 

▶계속 임상에 관련된 책을 내고 있다. 여간 쉽지 않은 작업인데 출간의 목적이 궁금하다. 
출간하는 것은 참 어렵다(웃음). 출간의 목적은 한국 한의학계에는 이런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주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여러 양의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우리(한의계)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서양의학에서도 방법이 없어서 묻는 것일 테다. 뜬구름 잡는 식으로 간에 열이 있다는 둥, 폐에 한기가 찼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면 믿을 리가 없다. 증거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이리 저리 찾다가 직접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다. 

책을 집필하다보면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된다. 바둑을 두는 것처럼 환자의 치료 사례를 복기(復棋)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환자의 질환을 고쳤음에도 조금 더 다른 방식이 좋지 않았을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앞으로 똑같은 질환을 치료하게 되면 어떻게 더 좋은 방법으로 다가갈까 등의 고민이 자연스레 들곤 한다.
 

▶경희대에서 한의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아주대 의과대학에서 방사선종양학 의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한·양방 학위 모두 보유했다. 
박사과정도 동(同)대학으로 가려고 하니 똑같은 한방에서 재미가 없겠더라. 솔직히 ‘여태까지 들어온 이야기를 들어서 뭐 하겠나’ 싶었다. 물론 반복하다보면 지식이 더 깊어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양의계)이 우리를 보는,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계속 쳇바퀴를 도는 것보다 다른 학문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방사선종양학과로 가게 됐다. 

가서 보니 교수님이 참 좋은 분이셨다. 환자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한방, 양방 따질 때냐고 말씀하실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나도 동일한 생각이었다. 


▶2000년, 전통의학을 배우기 위해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결코 한국의 한의학이 앞서있지 않다. 대만의 전통의학을 하는 사람들을 우습게볼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아니다. 우리는 깨끗하고 규모 있는 한의원 환경에서 진료한다고 하더라도 내실에 있어서는 그쪽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금 한의학계는 뚜렷한 변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만의 전통의학은 계속해서 조금씩 발전하고 앞서나가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나.

눈을 제대로 뜨고 다시 보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한의계는 더욱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일본학회에서 발표하는 내용들을 듣다보면, ‘어?’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벌써 연구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대체적으로 빠르게 시도하는 편이다. 우리는 다분히 분발해야 한다. 


▶한·양방 협진은 대체적으로 잘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편이다. 서로 보완관계를 갖고 상생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데. 
한·양방 협진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온 편이다. 일단 우리부터 자세를 바르게 하면 좋겠다. 한의사들의 학습부족, 한의계의 고집에 대해 반성하고 고쳐나가자. 왜 자기 것만 좋다고 하는 건지. 

우리는 자료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 않나. 구체적으로 환자의 어디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객관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염증이나 암 수치가 높다면 낮아져야 하고, 위에 용종이 있다면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니 ‘찔림’을 당하면 화를 내게 된다. 왜 자꾸 싸우나. 웃으면서 말로 하자. 의사는 병을 보는 사람이지, 핑계를 대는 사람이 아니다. 

서양의학이 부족할 때는 한의학이 보조하고, 한의학이 부족할 때는 서양의학이 보조하면서 상생의 길을 가야하는데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고, 함께 협업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한·양방 협진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하나의 질환을 둘이 같이 보고, 병에 대한 개념을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는 골격계 질환도 많이 보니까 디스크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또 아프기 시작했다면 이유가 뭘까. 단순하게 수술 실패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환자의 체질이, 자가면역질환이 있어서 상처를 째면 덧나기 쉽거나 잘 아물지 않는다든가 할 수 있다. 혹은 수술 후에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서 수술 전에 손상되었던 신경의 통증이 약물을 끊음과 동시에 다시 발생한 것, 즉 이미 형성된 신경통증이 다시 재발한 것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어떻게 구분을 하느냐? 양의사들과 이야기 하고 공유하면 훨씬 낫다 편하다. 한·양방 협력하면 부작용도 적고 훨씬 좋다. 둘이 합쳐 새로운 걸 만들어서 내보내야지, 우리끼리 싸우고 배척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임상진료에 힘써왔다. 앞으로의 소망은.
크게 바라는 것 없다. 내원하는 환자가 내일까지 살아있으면 좋겠다. 오늘 왔으면 내일까지, 내일 오면 모레까지. 중증질환 환자들은 살아 있으면 감사하다. 잘 고쳐서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게 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가치 있는 학문이고 환자에게도 나에게도 좋다. 한방임상이야기 4권도 출간할 계획이다. 힘닿는 데까지 계속 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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