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92> - 『醫方類聚』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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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92> - 『醫方類聚』⓸
  • 승인 2017.09.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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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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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방유취 연구의 回顧와 展望

 

◇ 『의방유취』

필자가 『의방유취』 연구에 착수한 지 어언 2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오늘날까지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간 적지 않은 연구 성과를 이뤘지만 여전히 조선원간본을 펴내지 못하고 번역조차 이루지 못한 채여서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올해 초 그간 발표한 논고들을 모아 『의방유취 연구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펴냈지만 여전히 향후 연구방향에 대해 고심하는 중이어서 이 자리를 빌려 몇 가지 주안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의방유취』자체에 주목한 연구는 한의학적, 역사적 의의를 밝히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이지만, 분야별 연구나 인용서 연구에 비해 양이 많지 않다. 이것은 기존연구가 주로 문헌고증이나 실전의서의 복원에 치중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고려시기의 의서에, 중국의 경우에는 잃어버인 고대중국 의학문헌의 복원에 주목하며, 자국의서를 위주로 집중해 온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의방유취』의 자체 수록내용과 가치를 부각하는 쪽으로 연구를 확장하여 전개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분야별 연구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총 91개 문 가운데, 이론과 처방, 이외에도 식치(39편), 금기(45편), 침구(65편), 도인(48편)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음을 감안하면 활발한 테마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의방유취』는 소갈이나 안과 질환에 대한 기술이 매우 광범위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감염병, 기생충, 소화기 질환, 피부질환, 암종, 외과 및 골절외상 등 매우 다양한 질환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식치는 28문 39편에 총 698개나 되는 식치방이 수록되어 새로운 식의약품 개발 및 건강식이법 보급과 관련하여 중요한 분야이다. 식치 연구는 동아시아의 음식문화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식치를 적극 이용함으로써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고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중국과 일본은 자국 의서의 복원 자료 혹은 고증학적 입장에서 문헌연구를 진행해 오면서, 고대의약문화를 내재화하는데 주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어의촬요』나 『비예백요방』같은 실전된 고려의서를 고증하고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고유의학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는데 다소 미진한 편이다. 또한 지금까지 밝혀진 수록문헌 외에 다양한 인용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문헌 비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넷째,『의방유취』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간 연구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자국의 연구성과를 참고하거나 원문만을 이용하는데 주력, 외국의 선행연구를 제대로 참고하지 못하거나 비슷한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아울러 한국의  성과를 해외에 알리는데 소홀한 점, 또한 반성해야 한다.『의방유취』가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때, 각국의 학자들이 연구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각자의 연구진행 결과를 알리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의방유취』데이터베이스 사업을 통해 일반에게도 활용성을 확장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1998년부터『의방유취』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추진, 원문과 해제정보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의방유취』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영어 및 다국어 서비스가 보강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한의학계에서 자체 연구되어 온 것이 위주였으며, 여타 관련 분야에서의 전문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사의 경우에도 조선전기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약분야 연구가 미흡한 편이다. 특히 세종시대의 치적으로 뛰어난 과학기술 수준이 손꼽히지만 의약학 분야에 있어서는 명의 사례조차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의방유취』를 한의 분야에서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의과학 문화유산으로 부각하기 위해선 다각적인 접근과 융합연구가 절실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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