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다양한 지식 모아 갈증 해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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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다양한 지식 모아 갈증 해소하고 싶어요”
  • 승인 2017.09.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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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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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희범 ‘Pre-Intern’ 운영자

 

“Pre-Intern은 체계적 진료접근 추구하는, 출처기반의 자료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발전적인 진료를 위해 고민을 하던 젊은 한의사가 모임을 만들었다. 체계적인 진료접근을 추구하는 한의사들의 모임을 내세우고 있다. 공보의 시절 미국에는 의사가 의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걸 캐치하고 벤치마킹해 운영 중인 Pre-Intern의 정희범 원장을 만나보았다. 

 

◇정희범 한의사.

▶Pre-Intern은 어떤 모임인가.
체계적인 진료접근을 추구하는 한의사들의 커뮤니티다. 올 1월에 시작해, 현재는 1400명 이상의 회원들이 가입해있고 지금도 평균적으로 보름에 100여명씩 꾸준하게 새로 가입하고있다.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보의 시절 수련을 안 받았음에도 2차 병원으로 배치받았다. 학교에서 분명히 교수들이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시험도 열심히 봤고, 실습도 돌긴 했는데 내가 부족해서인지 ‘이 환자 뭔지 잘 모르겠는데’, ‘교과서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이건 지금 협진을 의뢰해야하는 시점이 맞나’,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등등 매일 고민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래도 책임감은 있어야하니 1년차에 주말이나 밤낮 안 가리고 그냥 병원에서 살다시피 공부하며 지냈다. 설날에도 당일 빼고는 병원에 있었을 정도였다.

누가 수련시켜 줄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비슷한 방향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알음알음 선배한테 묻고, 옆에 선생께 묻고, 병원에 있는 친구들한테 물으며 숙지했다. 또 책보고 인터넷 검색 등을 했다. 처음에는 학교생활을 제대로 안했나 싶었는데, 자료를 찾다보니 미국에는 의사가 의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한국의 자료들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의사가 모르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고, 정말 큰 실수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다수인데 외국 자료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자료가 친절하게 차근차근 바로바로 응용 가능하도록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논란이 있을만한 부분들은 항상 참조(Reference)가 달려있었다는데 정말 행복했다.   

점점 진료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고민도 점점 줄어들고, 계속 이렇게 해나가면 자부심을 갖고 잘 진료 보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4년간 근골격계부터 내과까지 간단한 정리를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정리해나가는 방식이 수련을 받은 비율이 낮은 한의계에 좋은 대안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4년간 만든 자료보다 훨씬 좋은 질을 갖춘, 경험이 풍부하게 녹아있는 자료를 더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기존 자료는 아무래도 작은 숫자로 만든 자료이고, 한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만든 자료라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름을 Pre-Intern이라 짓고, 평소 SNS 통해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민족의학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된 능력 있는 선생들을 찾아다녔다. 일단 일이 흐르다보니 ‘이거 확실히 도움은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Pre-Intern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가장 유명한 것은 패널토론이다. 진행방식은 주제에 대한 적합한 패널들을 섭외한다. 주로 재활의학과, 침구과 전문의 선생들이고 복수면허자 분도 계신다. 패널이 섭외되면 “장요근의 진단, Indication, 치료시 접근 방법, 주의할 점”, “한의원에서 3차병원으로 이송시켜야하는 허리통증환자”등 주제만 적힌 대본을 나눠준다. 그러면 각 선생들이 자신이 찾은 논문, 지식, 경험에 기반 해 발언을 한다. 진행팀은 녹취록을 만들고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 등을 가져와서 시각화한다.  

예를 들어 “이럴 때 골절을 의심하면서 압통점을 체크하거나, 타진을 시행해 봐야합니다”라는 글귀에 타진 동영상을 올려두는 것이다. 또한 발표자의 발언의 근거, 출처는 확인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한다. 의심이 가거나 이견이 있으면 회원들이 질문하고, 반문자료를 올린다.

진행팀은 또 토론 중 부족한 부분들은 팩트를 체크해서 올린다. “과연 건을 유착박리하여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가”, “약침액의 용량을 높이면 용량 의존적인 치료의 가능성이 있는가”, “봉침이 효과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X-ray가 없는 환경에서, 골절을 체크하기 위해 소리굽쇠를 사용한다면 민감도와 특이도는 어떻게 되는가?” 등등 말이다.   

이게 여러 한의사들의 갈증을 해소 시켰는지, 13명으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지금처럼 커졌다. 요즘 더 유명해진 것은 ‘Pre-Intern 필진’이다.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에서 활동하시던 선생님들이 Pre-Intern 패널 토론 진도에 맞춰서 부족한 부분, 좀 더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 기고해준다. 한의계에 숨어있는 능력자 분들이 많다. 


▶반응은 어떤가.
“한의계에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게 정말 감동이예요” 최근에 한 선생님께 받은 카톡으로 많은 것을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강의에서는 한 선생께서 Pre-Intern 고맙다며 강의비 외에 소정의 금액을 쥐어주시기도 하셨다. 가끔 그렇게 정말 고맙다고 마음을 전달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난다.

일단 공보의, 임상 초년차 분들께는 무척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반응도 무척 좋다. 근골격계 1차 자료를 마쳤을 때 설문조사에서, 도움이 되는 정도에 대한 평가에서 ‘8.27점’을 기록했다. 운영진에서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점수가 8점이었다. 사실 그 아래 점수면 괜한 정보만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병원 수련의 선생님과 전공의 선생님들의 반응이 좋다. 실제로 한 수련 병원에서 거의 단체로 다 가입하신 곳도 있다. 일단 기획한 목표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프리인턴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체계적인 진료접근을 추구하는, 중립적이고 출처기반의 자료를 제공하는 한의사들의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 한의계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4차 산업. 그 전에, 한의계의 ‘준비’가 아니라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 한의사는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과거의 원리를 지키며 살라고 요구받는 업종이다. 4차는 커녕 3차도 멀어 보인다. 과거에서 지혜를 얻을지, 현재 돌아가는 지식을 취득하여 활용할지는 그 업계의 자율적인 권한이어야 한다.
 
한의사 의료기기, 혈액검사 등 여러 판결을 공부해보면 법리적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 법이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진료를 못 본다는 생각이 든다. ‘생약제제가 실제로는 한방원리로 제조된 것이라도 이를 서양의학적 원리로 제조된 것으로 판단해’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세상은 변해가고 한의사의 환경도 변해가고, 정보를 얻는 출처, 논문들도 다 계속 개념이 변해 가는데, 한방원리 그것만은 변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한방원리가 뭔지 계속 이야기해보면 ‘옛날의 그거’ 정도다. 실체도 모호하다. 한방진료는 계속 국민들을 위해서 적합한 형태로 변해나가려고 하는데, 한방원리가 ‘옛 그것’일 뿐이다. 지금 현장에 있는 한의사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한의계내에도 여러 갈등이 첨예한데, 이건 계내가 지원받는 법안이 너무 열악해서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에서도 CEO가 무리하거나 말도 안되는 결정하면 아래에서 팀장들끼리 싸우고 죽어나가지 않나? ‘비슷한 고민을 나도 했다’는 이야기가 20년 전 선배 입에서도 나올 정도면, 문제가 과연 내부에 있는게  맞긴 한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력이 없는 게 아니다. 한의계에 제대로 된 지원이 주어져야한다. 나는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나오기 전에 한의계의 준비가 아니라, 좀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구성원들이 그리는 미래 한의학은 어떤 모습인가.
한국의 보건 진료에 좋은 역할로 신뢰받으며 국민건강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좋은 진료를 볼 수 있는 기반이 많아져서, 많은 한의사들이 자신이 한의계에 들어온 초심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계속 좋은 활동으로 많은 한의사 분들의 갈증을 해결하고, 파편화된 한의사들의 역량을 모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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