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약, 간독성 등 한약에 대한 불안감 해소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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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한약, 간독성 등 한약에 대한 불안감 해소해줘”
  • 승인 2017.10.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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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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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험한약으로 간 질환 치료하는 허민 원장(성민한의원)

"임상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충분하기 않은 것 아쉬워"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보험한약으로 간 질환을 치료하는 허민 원장(47‧성민한의원). 간독성에 대한 트집 잡고 있지만, 대부분 한약은 양약에 비해 부드럽고 안전하게 간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작용이 탁월하다는 그를 만나보았다.

▶보험한약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3년 출간된 이준우 원장의 저서 <보험한약입문>을 읽으면서 보험한약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보험한약을 적절히 활용하면 환자들에게 한의원 문턱을 낮추어줄 뿐 아니라 첩약 매출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보험한약 사용을 확대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56가지 보험한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보험한약은 한의학이 건강보험에 처음 진입하던 1987년 당시 26개로 정했다가, 1990년에 56개로 늘렸던 바가 있다. 수많은 처방들 중에서 임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엄선했을 것 같은데, 그 배경과 선별기준에 대해 남아있는 자료가 없었다. 당시 간계내과 강의시간을 통해 우석대 한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에게 <보험한약입문>을 소개하고 보험한약부터 공부해보도록 격려했던 기억이 난다.


▶간질환에 보험한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간장질환의 흔한 원인은 급성 A형간염, 만성 B형간염, 간경화, 알코올성(비알코올성) 지방간, 과음, 스트레스, 대상포진 등 간기능을 손상시키는 질환, 약인성 간손상(결핵약, 무좀약, 비만치료제, 아세트아미노펜) 등 다양하다. 주소증은 소화장애, 변비, 만성피로, 안구건조증, 몸살감기증상 등을 호소한다. 간장질환 환자들에게 보험한약은 본인부담금만으로 부담없이 처방하기가 편할 뿐 아니라 효과가 좋아 한약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간의 작용은 크게 소설작용(疎泄作用)과 장혈작용(藏血作用)으로 나눌 수 있다. 간기능이 실조(失調)되면 두통(頭痛), 어지럼증, 협통(脇痛), 소복통(少腹痛), 정지변화(情志變化), 출혈(出血), 안목증상(眼目症狀), 이롱이명(耳聾耳鳴), 월경부조(月經不調), 황달(黃疸), 피로(疲勞)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황달(黃疸)이 없더라도 이런 증상들이 급성간염, 만성간염이나 간경변, 지방간 등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병력청취와 간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ALT(간기능검사)는 간의 염증과 관련된 특이적인 효소이므로 간장질환 진단과 처방에 기본적인 검사항목이며 처방할 때 기준이 된다.

무엇보다 요즘 20~30대에서 유병율이 높아져 주목을 받고 있는 급성A형 간염은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면 소화불량, 감기 등으로 오진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간의 염증에 특이적인 수치라 할 수 있는 ALT가 정상보다 현저하게 상승한 경우 습열형(濕熱型)에 인진호탕, 기허습체형(氣虛濕滯型)에 소시호탕 등을 사용한다.

간기울결(肝氣鬱結), 간혈부족(肝血不足), 간담습열증(肝膽濕熱證) 등 여러 가지 증상의 변증유형에 ALT가 40IU이하인 경우에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팔물탕(八物湯),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 등 보험한약을 투여하면 간의 소설작용(疎泄作用)과 장혈작용(藏血作用)이 개선되어 증상이 개선됨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하면 간경화, 알코올성 간질환, 약인성 간손상 등으로 간세포의 괴사가 발생하면 특이적으로 ALT가 적어도 100IU이상 수천까지 상승하게 된다. ALT수치가 수만 이상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광범위한 간세포 괴사를 의미하므로 전격성간염으로 인한 간부전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간경변 말기에는 ALT가 높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간부전이 올 수 있다. 예후에 따라 현재 56종 보험한약 중에 소시호탕, 대시호탕, 인진호탕, 시호소간탕 등 간장질환 보험한약을 처방한다. 타이레놀이나 항진균제 등으로 발생한 간손상은 물론이고 알코올성 간질환에도 ALT가 정상보다 높은 경우는 평위산(대금음자 대용), 황련해독탕을 투여하기 전에 간장질환 보험한약을 우선 처방한다.

 

▶진료에 있어서 사용하기 전과 후의 차이가 있다면.

급성간염, 만성간염 환자들이 황달기에 한의원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황달이 개선되더라도 잦은 소화장애와 만성피로 등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인진호, 시호가 들어간 간장질환 보험한약을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면 한약과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진료하는 한의사에 대한 깊은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가 하면 ALT가 정상이라도 B형간염바이러스보균자와 저혈압, 유전적으로 약물을 대사하는 효소를 잘 만들지 못하여 감기약도 복용을 꺼리는 환자들, 심지어 한약도 전혀 복용하지 못한다는 속수무책의 환자들에게 간장질환 보험한약이나 생간건비탕, 인진청간탕 등 첩약은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성 B형간염 예방접종이 처음 시행된 1980년대 이전 출생자들는 수직감염으로 가족들 전체가 보균자 혹은 만성간염으로 평생 고통을 받는 분들이 많다. 보험한약 인진호탕을 투여한 정**씨는 46세(2013년 당시) 태음인 여성으로 2013년 3월에 만성피로, 변비 및 소화장애를 주소증으로 처음 내원하셨던 분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간경변, 간암으로 간성혼수가 온 적이 있으며, 본인과 형제들이 모두 B형간염보균자라고 하셨던 분이다. 내원 당시 수년째 고혈압, 고지혈증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1년여 기간 발톱무좀으로 항진균제를 복용하면서 AST, ALT 각 40으로 정상이었으나 만성피로와 함께 유난히 자주 체하고, 체하면 꼭 변비가 온다고 했다. 간세포에 B형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하면 소화기능이 약하고, 무엇보다 항진균제 복용과 관련되어 간손상의 위험성이 있음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에도 2015년 여름까지 발톱무좀약을 복용하다가 중지하였고, 이후에는 월 1~2회 내원하여 간혹 AST, ALT를 체크하면서 최근에도 침구요법과 인진호탕을 복용하고 있다. 보균자들은 자칫 간경변 없이 간암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간섬유화 기전이 관련돼 있으며, 이를 위해 인진호탕이나 생간건비탕 등은 간보호, 섬유화 억제에 효과가 밝혀져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에서 중요한 검사는 감마GTP로 알코올을 섭취한 양과 비례하여 수치가 올라가므로 감마GTP는 알코올 섭취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가정 유효한 검사이다. 하지만 정작 알코올성 간질환에 처방을 선택할 때는 ALT의 상승여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ALT상 100IU 이상 현저히 상승한 경우 인진호탕, 생간건비탕 등을 처방해야 하겠지만, ALT가 정상인 경우는 황련해독탕, 대금음자 등을 처방하도록 되어있다.

 

▶보험한약의 활용빈도는 어느 정도 되며 적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65세 이하 환자들 중에 보험한약을 처방하는 비율은 20%가 못되는데 반해, 65세 이상 전체환자 중 50%정도는 보험한약을 처방한다. 진료현장에서 보험한약 활용빈도는 심사평가원의 정액, 정률제 등 수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65세 이하의 경우 침치료와 함께 보험한약을 처방하면 별도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부담만 커지게 된다. 게다가 보험한약의 품질에 대한 확신의 결여, 가루약 복용의 불편함 등 보험한약 사용에 대해 한의사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한의원마다 애용하는 보험한약이 있다는 사실은 적응증에 따라 보험한약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정제나 연조엑기스 형태로 제형의 다양화가 이루어진 점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임상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충분하기 않은 것이 늘 아쉽다.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간장질환 환자들은 누구보다 첩약을 기피하면서도 일단 보험한약을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면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진료하는 한의사에 대한 깊은 신뢰로 이어진다. 한약의 간독성 등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가지게 된 막연한 한약에 대한 불안감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다.

 

▶보험한약 사용 확산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되는가.

현재 한의학에 대한 정부방침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 보급하여 국민들에게 한의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한방병의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한의약 사업 육성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추나의 급여화를 위한 시범사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보험한약 사용의 확산을 위해 시급한 것은 효과적인 단미제 및 보험한약이 추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간장질환 보험한약으로는 현재 56종 보험한약 외에 만성간염에 검증된 인진청간탕(茵蔯淸肝湯)과 인진사령산(茵蔯四苓散, 茵蔯五苓散에서 肉桂를 뺀 처방), 단미제로 후박, 나복자 지유 등이 추가된다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한의사들의 보험한약 사용을 위한 동기부여를 위해서 무엇보다 침치료 병행시에도 보험한약 조제료 및 처방료가 현실화되도록 협회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가령, 만성간염, 간경변으로 인한 창만(脹滿)이나 부종(浮腫), 복수(腹水)이라면 보험한약과 침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수가의 현실화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향후 보험한약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보험한약이 보장성강화의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이라면 처방조제료의 현실화, 근거에 기반한 각 질환별 매뉴얼 확립, 효과가 좋은 보험한약 추가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각 질환별 한의원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다. 보약으로서의 한약은 아쉽게도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신 건강기능식품과 차별화된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으로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의학의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험한약 사용을 검토하는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양방에서 간독성에 대한 트집 잡고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분 한약은 양약에 비해 부드럽고 안전하게 간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작용이 탁월하다. 일례로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간기능을 손상시키는 것 등을 생각하면 고지혈증도 간단한 검사를 통해 황련해독탕, 인진호탕 등을 처방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필요하다. 환자들의 인식을 바꾸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미 많은 한의원들이 접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의 경우도 항바이러스제 복용과 더불어 인진사령산, 생간건비탕, 인진청간탕 등 검증된 처방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혈액검사, 초음파 등 현대적인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여건들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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