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者는 義也’, 사람과 생명을 살리는 공동선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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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者는 義也’, 사람과 생명을 살리는 공동선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 승인 2017.11.0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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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hustlejin@http://


인터뷰 : 김미경 서울의료원 한방과(침구과) 주임과장

 

10년간 개원의로 활동해오다가 공공 의료기관 근무하게 돼…
복지 시스템 연계 해줄 수 있어 기뻐

환자들이 먼저 양방과의 협진 요청…
한방에 대한 인식 개선되면 협진 사례 늘어날 것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지난해 서울특별시 산하 시립 병원인 서울의료원 내에 한의과가 개설됐다. 이는 북부병원에 이어 두 번째 한의과 신설 사례로, 현재 서울의료원 내에는 한 명의 한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북부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서울의료원으로 적을 옮긴 김미경 한의사(41)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미경 한의사.

▶지난해 서울의료원 내에 한의과가 개설됐다. 서울의료원 내 한의과 신설이 한의계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서울의료원은 서울특별시 산하 시립 병원으로서, 전문의만 해도 110명이 넘는 종합병원이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립 공공 병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한의과 신설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 산하 다른 공공 병원인 북부병원은 2012년 처음으로 한의과가 신설된 후, 본원인 서울의료원에도 한의과가 신설되었으니 앞으로 다른 공공 병원에도 한의과 신설이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되리라 여겨진다.

▶북부병원에서 서울의료원으로 적을 옮겼다. 북부병원과 무엇이 같고 또 다른지. 
2016년 2월 서울의료원에 한의과가 신설돼, 공공병원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의사가 한의과 신설에 필요한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취지하에 북부병원에 근무하고 있던 제가 이 곳 서울의료원으로 파견되어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올해 2월경에 한의과장 정식 채용 공고가 나서 지원을 했고 서류 전형, 면접 등을 거쳐 정식으로 채용되어 이직하게 됐다. 저같이 부족한 한의사가 서울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 근무하게 된 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북부병원은 같은 서울특별시 산하 시립병원으로서, 북부병원 재직 시 봉사활동이나 외부 강연 같은 공공의료서비스에 참여 등의 근무 경험이 서울의료원으로 이직한 뒤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북부병원보다는 종합병원 급의 규모가 큰 곳으로 옮겨졌다는 것 외에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지금은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진료 업무가 조금 바쁜 편이어서 다른 외부 일정은 거의 없이 진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혼자서 진료를 보느라 힘들 것 같은데. 
물론 힘들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당연히 (한의사 인력이)충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같이 일하는 간호사 선생님도 한 분이어서 저와 둘이서 하루 평균 30명 정도의 환자분들을 상대하기에는 약간 벅찬 느낌이다. 바쁠 때는 50명 이상의 환자분들도 오셔서 조기에 접수를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료원)원장님께서 1일 진료 환자수가 계속해서 많아지고 환자분들의 한방 치료 요구가 많아진다면, 한의사를 한 명 더 채용하실 계획이라는 말씀도 해주셔서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저로서는 환자수가 많아서 다소 힘들더라도 한의과의 확대를 위해서라면 더 바빠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주로 어떤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나.
종합병원 내에 있는 한의과라서 그런지 다양한 질환의 환자분들이 오시지만, 주로는 통증 환자와 마비 환자, 내과계열 환자분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또한 공공병원의 특성에 맞게 사회적, 경제적 취약계층(의료급여환자)의 환자분들도 하루 평균 10여명 정도로 비중이 꽤 높다. 처음 오시는 분들 모두 이런 종합병원 내에 한의과가 있는 것에 대해서 놀라시며, 한방과 양방 진료를 같이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좋다고 말씀하신다. 앞으로 이런 종합병원에 한의과가 많이 신설되면 참 좋겠다고 바라시기도 한다. 특히, 통증 치료에 있어서 기존 양방 처방약만 받고 끝나던 진료가 직접 침구시술을 하면서 그 즉시 처치, 시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만족도가 높으신 것 같다.

▶양방과의 협진이 이뤄지기도 하는지 궁금하다. 
처음 신설되었을 때에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협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 분도 있겠으나, 양방 중심의 병원에 생긴 한의과에 대해 우려의 시선과 배타적이고 냉담한 반응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부병원에서 협진으로 침 치료를 받으셨던 환자분들이 서울의료원에 한의과가 신설되었음을 알고 꾸준히 협진 요구를 하셨던 점이 초기에 많은 도움이 됐으며, 그것을 계기로 재활의학과와의 협진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그 다음에는 신경과와 신경외과와의 협진이 점차적으로 확대됐고, 협진을 받으셨던 환자분들의 만족도와 반응이 좋은 것을 보시고는 다른 다양한 진료과의 양방 과장님들도 입원 환자뿐만 아니라 외래 환자에 대해 협진의뢰를 많이 하시게 됐다. 하루에 많을 때는 20명 정도의 협진 환자를 볼 때도 있다. 서울의료원은 각 과마다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는 편이고 환자분의 의무기록을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며, 협진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점들이 양방과의 협진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부분 환자들의 요청이 있은 후에 한의과 협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양방 과장님들이 먼저 협진을 내주시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라서 한계점이 있다. 앞으로 한의과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보다 많은 협진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 13군데 중 북부병원과 서울의료원에만 한의과가 있다. 한의과가 공공기관에 더 많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국민들의 한의학에 대한 좋은 인식과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마도 자연스럽게 공공기관에 한의과가 많이 신설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양방 중심의 병원이기 때문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양방 의사들의 반대 의견과 입김 작용일 것이다. 이 점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는 오랜 갈등이지만, 의료진들과의 대화와 소통, 의견 조율 등을 통해 꾸준한 신뢰를 쌓게 되면 한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학부생 시절, 복도에 “醫者는 義也”라고 붙어있던 현판이 떠오른다. 무릇 의사는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사람과 생명을 살리는 공동선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여야 함을 마음에 새긴다면, 한의사든 양의사든 거기에서 공통된 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 보편성은 시대가 변하여도 변치 않을 가치라고 여겨진다.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한 수익과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한의학의 보편적 가치인 공동선을 추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지역 주민과의 소통, 공공의료서비스 확대와 개선, 예방의학으로서의 교육활동 등을 통해 한의학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 개원 한의원이 아닌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의사로서 개인적인 소망을 나눈다면. 
10여년을 개원 한의사로서 지내오다가 공공기관에 근무하게 된 점이 저로서는 인생의 전환점이자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하다. 개원의일 때에도, 지금도 변치 않는 초심은 환자들을 섬기는 한의사가 되자는 다짐이다. 다만, 개원의일 때에는 사회 공공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면, 여기서는 의료 취약계층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공공의료팀에게 연락하여 협진의뢰를 하면 공공기관에 수급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와 퇴원 후 재가생활까지 돌보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향후 사회적·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아들과 같이 사시던 할머님이 불시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나서 아무런 연고도, 경제적 능력도 없이 계시다가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한 일이 있었다. 퇴원 후 살아갈 일이 막막하시던 차에 제게 하소연하는 것을 듣고 공공의료팀에 연락하여 도움을 드렸을 때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들이 취직이 안 되어 화병이 나신 어머님을 진료하다가 청년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공감하면서, 개인의 질병은 단지 개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야하는 분들의 절망과 분노가, 저의 작은 위로와 관심만으로도 희망으로 변화될 수 있다면, 그러한 일에 매일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환자들을 섬기는 한의사가 되자는 초심에서 더 나아가, 공동선에 기여하는 소명을 갖고 평화를 이루는 도구가 되는 한의사가 되자는 신념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싶다. 제 신념을 간략히 표현해준 시를 소개하면서 마무리 하고 싶다. 


거드름을 피우지 않으며
대접을 받고자 아니하며
기쁨의 얼굴로 더도 덜도 없이
받은 그대로를 전해주고
아쉬움을 느끼게
상큼 돌아가는 사람.

<참심부름꾼>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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