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한 번은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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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한 번은 떠나야 한다
  • 승인 2017.11.0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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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hustlejin@http://


새책 | 마흔 넘어 걷기 여행

 

김종우著
북클라우드刊

화병(火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 상처를 돌봐온 화 전문가이자 걷기 여행 주치의로 알려진 김종우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그가 유럽과 아시아 7개국을 종주한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한의사이자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걷기 여행만큼 인생을 성장시키는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걷기는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운동이며, 여행은 인생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적,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맞는 중년이야말로 걷기 여행을 떠나야 할 적기이며, 자신만의 걸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기다.

저자는 심장병이 있음에도 히말라야 3000m를 오르는 도전에 성공한 이후 걷기 여행에 매료됐다. 이후 10여 년 동안 서울과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 등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산티아고, 이탈리아 아말피와 돌로미티, 터키의 리키안 웨이, 일본의 규슈 올레, 프랑스 파리 등 세계 트레킹 명소를 누벼왔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저자의 인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세계의 트레킹 명소 7곳을 소개하며, 걷기와 여행이 몸과 마음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지, 또한 의미 있는 걷기 여행을 위한 명상법과 걷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인생을 되돌아볼 시기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기이자, 걷기를 예찬하는 건강서다.《마흔 넘어 걷기 여행》에서는 저자가 10여 년 동안 걷기 여행을 떠났던 곳 중 가장 추천하는 세계의 트레스 명소 7곳과 그에 버금가는 세계의 길로 자리 잡길 바라는 한국의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여행기는 특별하다. 여행지에서 본 풍경의 아름다움, 재미있고 이색적인 에피소드를 아름다운 글귀로 포장한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다. 히말라야에서는 거친 숨으로 끝없는 계단을 오르면서 자신의 민낯과 죽음을 생각하고, 산티아고에서는 길 위에서의 명상과 함께 걷는 사람과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파리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보다 새벽 공원에서의 산책, 작은 교회에서의 쉼을 이야기한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리키안 웨이에서는 낮의 열정적인 걷기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휴식으로서의 밤의 걷기를 예찬한다. 

물론 아름다운 길을 걷는 만큼 빼어난 절경에 대한 찬사를 빼놓을 수는 없다. 푼힐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의 웅장한 모습, ‘신의 길’이라 불리는 아말피의 해안가 절벽 길, 일출에 태양보다 빨갛게 불타오르던 돌로미티의 트레 치메 등 시선을 빼앗는 절경들이 책 곳곳에 펼쳐져 있다. 게다가 자연에서의 걷기에 그치지 않고, 파리, 서울 등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도시 걷기의 매력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친절하다. 세계의 트레킹 명소를 소개해줄 뿐만 아니라, 걷기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들을 책의 앞뒤에서 소개한다.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는 걷기 자세, 장거리 트레킹을 위한 걷기의 기술,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은 물론이고, 여행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설명은 바로 ‘명상’이다. 저자가 화 전문가이다 보니, 마음을 다스리는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걷기 여행에 특화된 걷기 명상은 걷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보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외에도 먹기 명상, 새벽 명상, 대화 명상 등 여행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명상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꼼꼼히 준비하여 걷기 여행에 푹 빠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갔다 온 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즉, 여행을 일상에 적용하여 플러스 인생을 만드는 방법이다. 여행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기록법이나, 여행에서의 하루를 일상에 어떻게 적용시키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때문에 이 책은 걷기 여행의 안내서이자, 준비서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저자가 걸어온 세계의 좋은 길들을 눈과 상상으로나마 함께 따라 걷다 보면, 독자도 어느새 걷기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장소를 마음속으로 정하고 있을 것이다. 걷기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 걷기 여행을 통해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떠오를 수도 있다. 좋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지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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