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812> - 『肺病漢方治療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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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812> - 『肺病漢方治療法』②
  • 승인 2018.03.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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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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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시대를 밝혀줄 海山의 폐병치법

본문의 첫머리에는 ‘폐병한방치료법’이라는 제목 외에 ‘肺癆證治’라는 부제가 괄호 안에 별도로 기재되어 있다. 폐병이라는 통칭으로 널리 회자되었던 폐결핵에 대해 전통적인 한의 질병명에 해당하는 ‘肺癆’라는 명칭을 함께 드러내어 오래 전부터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대처해 왔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읽혀진다.

 ◇ 『폐병한방치료법』

이 책은 크게 病論과 證治로 양분되어 있다. 먼저 상편에는 제1장 폐병의 원인과 예방, 제2장 폐결핵과 한의학, 제3장 察證, 제4장 療養에 관한 諸問題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폐결핵과 한의학에서는 병명에 대한 고찰과 아울러 폐병과 음양허실, 滋陰降火法과 引火歸源法, 升陽散火法 등 전래의 한방치법이 소개되어 있다.

또 폐병과 약물의 기미에서 개별 약재를 서의학적인 효능설에 의거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기미론에 입각하여 유효하거나 무용한 약물과 금기약물에 대해 실제운용법을 다루었다. 약재 중에서는 시호와 반하의 효능을 분석하였고 특별히 칼슘주사에 대해서 기미론적으로 香溫性陽性藥으로 정의하였다.

나아가 폐병과 신경쇠약증, 폐병과 감기 등 유사질환과의 상관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전개하였다. 폐결핵의 병발증으로 신경쇠약증이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양자 간에 상호연관성이 없으며, 폐병이 亢奮 상태라면 신경쇠약증은 鬱滯상태라서 서로 반대되는 치료법을 적용해야만 한다고 설파하였다. 또한 감기도 초기증상이 유사하지만 전혀 반대되는 病性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제3장 찰증에서는 찰색, 호흡, 食性(음식물의 기호), 감정, 맥, 경락 등으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는데, 이 가운데 찰색은 이미 발행된 조헌영의 대표작 『(통속)한의학원론』의 증후편을, 맥에 대해서는 같은 책 맥학편, 경락에 대해서는 경락편을 참조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자신의 주저를 토대로 임상각과와 세부질환에 대한 치법을 논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4장 영양에 관한 제문제에서는 식이를 비롯하여 성욕, 임신, 운동과 안정, 일광욕, 온욕과 沙浴, 한증, 습포마찰, 냉수마찰, 해수욕, 觸手, 수장마찰, 지압, 침구 등에 대해 폭 넓게 다루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성욕에 대해서는 수많은 문학과 예술작품 속에 등장하듯 매우 특징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폐병환자에게 성욕문제는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다른 질병은 대개 성욕이 감퇴되는데 폐병은 반대로 성욕이 항진되는 일이 많으며, 그 위에 병환의 기간이 길뿐만 아니라 연령으로 봐서 청년기에 그 병이 많고 천품이 다정다감한데다가 병적으로 이성에 대한 동경이 강열해지니 그러한 조건 속에서 성욕을 장기간 억제한다는 것은 자제력이 보통으로 강한사람은 불가능한 일이다. …… 음양론적으로 볼 때 이론적으로도 폐병에는 성욕이 항진되는 것이요 또 실제에도 그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인지 상편의 끄트머리에는 ‘修養五條’라 하여 폐결핵 환자가 지녀야 할 5가지 조목의 金言을 제시해 놓았는데, 여기에 대문만을 적어 두니 참고해 보기 바란다. ① 폐결핵 공포증을 고치라 ② 병으로 벗을 삼으라 ③ 조급하게 굴지 마라 ④ 돈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지 말라 ⑤ 약으로만 병을 치료하려고 하지 말라. 시대가 바뀌었어도, 폐결핵이 아니어도, 만성병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경구가 아닌가 싶다.

하편에서는 허로, 해수, 혈, 痰, 汗, 火, 소화, 대변, 수면, 감기 등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는데, 특히 감기조에서는 폐병과 감기의 구분, 肺病疑似感氣, 감기의사폐병, 感氣誤治, 폐병환자의 감기치법으로 상론하였다. 끝으로 112조의 처방을 가나다순 색인과 함께 수록하였는데, 저자의 아호인 ‘海山’이 출전으로 밝혀져 있는 처방이 상당수에 달하며, 처방마다 評解가 달려있어 그가 공론만을 내세우는 이론가가 아니라 실천적인 임상가였음을 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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