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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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궁합’
  • 승인 2018.04.0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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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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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궁합

우리나라는 종교와 상관없이 역학에 관심이 많은 나라인 것 같다. 그래서 신년이 되면 토정비결이나 신년운수를 보는 사람도 많고, 몇몇이 모이면 점을 잘 보는 곳이 어디냐라는 등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로인해 결혼을 앞둔 사람의 경우 대다수 궁합을 보기도 하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처럼 역학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잠식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출연 : 이승기, 심은경, 연우진, 김상경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던 조선시대, 송화옹주(심은경)의 혼사만이 가뭄을 해소할 것이라 믿는 왕(김상경)은 대대적인 부마 간택을 실시하고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은 부마 후보들과 송화옹주의 궁합풀이를 맡게 된다. 사나운 팔자로 소문나 과거 혼담을 거절당한 이력의 송화옹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부마 후보들의 사주단자를 훔쳐 궐 밖으로 나가 후보들을 차례로 염탐하기 시작한다. 송화옹주가 사주단자를 훔친 궁녀라고 오해한 서도윤은 사주단자를 되찾기 위해 그녀의 여정에 함께 하게 된다.

이승기가 군 입대 전에 촬영했지만 군 전역 후에 개봉하게 된 <궁합>은 2013년 91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관상>의 뒤를 잇는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중 2번째 작품이다. 우선 <궁합>은 전 세대가 관심 있는 사주로 운명을 내다보고, 이를 활용해 옹주의 부마를 간택한다는 독특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반듯한 이미지의 청춘스타 이승기와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내는 몇 안 되는 20대 여배우인 심은경이 함께 출연하고, 부마 후보로 연우진을 비롯하여 강민혁, 최우식 등이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 괜찮은 캐스팅 라인업을 보여주며 관심도를 높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궁합>은 <관상>에서 1시간이나 지나서 출연하지만 등장장면부터 카리스마를 뿜어대던 이정재 같은 배우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들의 케미도 제대로 살지 못해 장르의 특성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조복래와 개그맨 이수지 커플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이야기 구성이 뒤로 갈수록 흥미가 점차 떨어지면서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로 끝이 나는 등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사극이기에 의상을 비롯하여 미술적인 부분은 매우 아름답고 아기자기하여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히 알고 있는 사극의 흐름을 그대로 차용하지 말고 좀 더 색다른 이야기로 접근했다면 ‘궁합’이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제대로 살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학 3부작 중 마지막인 <명당>은 올해 개봉예정이며, <궁합>을 보고 난 후 연인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모든 것들과 궁합이 착착 맞아 떨어지길 기원해 본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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