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25> - 『隨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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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25> - 『隨錄』②
  • 승인 2018.06.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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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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養老, 노인복지와 더불어 살기

磻溪 柳馨遠(1622~1673)이 우반동 골짜기에 파묻힌 채 젊음을 바쳐 이루어낸 이 책은 李瀷, 安鼎福, 丁若鏞 등과 같은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별히 星湖 李瀷(1681~1763)이 『星湖僿說』제10권 人事門에서 養老에 대한 논의를 펼친 것도 또한 이러한 영향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 『수록』

개화기에 이르러서는 이 책에 실린 논의들이 근대적인 한국 사회사상으로 이해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근세 한말의 유학자이자 애국사상가였던 海鶴 李沂(1848~1909)는 그의 문집『李海鶴遺書』에서 약관의 나이인 20세에 반계의 이 『수록』과 다산의 저작들을 읽고 나서 비로소 실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술회할 정도였다.

이 책은 유형원의 실학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일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시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저서 중의 하나이다. 아쉽게도 현존하는 수록 내용 가운데 의학과 직접 관련된 부분은 많지 않다. 이 책의 속편에는 儀禮, 風俗, 度量衡, 도로, 노예, 籍田 등에 관한 논의를 항목별로 기술하였는데, 여기에 養老에 관한 논설이 전개되어 있어 찾아봄직하다. 양로설은 『수록』권26 속편下에 들어 있으며, 발문인 書隨錄後에 앞서 양로와 養老攷說이 실려 있다.

비록 여기에 실린 주된 논의가 養老禮와 養老宴을 비롯한 양로제도에 대하여 『周禮』와 『禮記』,『唐志』 등의 문헌에서 전거를 찾아내고 歷代史誌에서 역사적 근거와 전례를 고거한 것에 머무르고 있다하지만 후대 양로제가 국가정책제도의 기본 틀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로란 제도적으로는 주로 고령에 이른 조정의 元老들을 대접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대개 해마다 노인들에게 쌀과 고기를 보내 위로하고 잔치(養老宴, 耆老會)를 베풀던 美俗에서 비롯된 것인데, 나중에는 별도의 관청(耆老所)을 두어 관리하였으며, 내의 가운데 전담할 의관(耆老所藥房主簿)을 따로 선발해 파견하였다. 따라서 조선시대 양로 제도는 현대적 관점에선 노인복지 정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 전기 의서에서도 이미 養老란 말이 사용되어 왔고 『壽親養老書』나 『養老奉親書』와 같은 의서가 사대부의 교양서로 읽혀질 만큼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때, 조선시대 양로는 사대부가 효를 실천하는 적극적인 방편으로도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정조 시대를 거치면서 康命吉의 『濟衆新編』에서도 養老門이 주요 문목으로 편성되고 여기에 다루어진 내용이 주로 노인들을 위한 식치 처방들이 대다수임을 상기해 본다면 사회적으로나 의료면에서도 노인의학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음이 분명하다.

양로에 대한 논설 가운데 이런 말이 들어 있다. “…… 우리나라 초기의 법은 80세가 된 노인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나라에서 잔치를 벌이고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왕은 80세가 된 노인을 모아 宴享하였고, 왕비는 80세가 된 부인들을 모두 궁중으로 불러들여 연향하였다. 이 사실은 역시 (중국사람)董越의 『朝鮮賦』에 나타나 있으니 헛말이 아닐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세말이 되면 洗鋤宴을 벌였는데, 이는 농사가 끝났기 때문에 베푼 잔치였다.”

또한 “…… 차례로 일어나 춤을 추는데, 노인이 앞으로 나오면 일가의 젊은이들은 감히 그 자리에 끼어들지 않고 옆자리로 비켜 공손히 서 있다가 …… 풍악이 울리면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면서 한껏 즐긴 후에 놀이를 파한다. 시골 풍속도 오히려 이러한데, 더구나 국가에서 이 양로 제도를 시행한다면 민심을 감동시킴이 과연 어떠하겠는가? 백성의 가난이 날로 심해져서 자리를 마련할 여유가 없게 되자, 이런 놀이도 없어지고 말았으니, 또한 한스럽다.”라고 하였으니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복지 방안을 고민할 때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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