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28> - 『萬瘡回春』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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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28> - 『萬瘡回春』①
  • 승인 2018.07.0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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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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實戰臨床에서 거둬진 外科治驗方

조선 후기 창양옹저를 전문으로 치료했던 의원이 자신의 실제 경험처방들을 모아 기록한 외과경험방서 하나를 살펴보기로 한다. 민간에 전승된 대부분의 경험의서가 그렇듯 저자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점이 흠이지만, 표지의 이면 한 구석에 ‘上元壬子正月初日, 冊主 金藥局宅’이라고 적은 필사기가 적혀 있다. 때문에 이 책자의 작성시기와 함께 실제 의원을 경영하던 김씨 의원이 작성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여타 관련 정황을 참고해 볼 때, 이 책의 작성연대는 1852년 혹은 1912년경으로 보여 대략 조선조 말엽 전통외치술의 전승양상이나 잔존한 형태를 볼 수 있는 자료로 여겨진다.

◇ 『만창회춘』

위에 나타난 필사기의 기록으로 보아 임자년 정월 초부터 기록하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노경에 이른 경험 많은 의원이 평소 자신이 펼쳤던 외과 경험을 집약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려던 의도에서 작성을 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필사본 1책으로 되어 있으며, 전통방식의 선장본이다. 표제는 ‘濟衆錄’이라 되어 있고 본문 첫 장의 권수제에는 ‘靈神扁(編)’이라고 되어 있는데, 본문과 裏題面 여기저기에 回春錄, 혹은 濟衆軒 등 서명인지 당호인지 분간하기 아리송한 명칭이 여럿 기재되어 있다. 한편 표지이면에는 “萬瘡回春, 只在此方, 百無一失, 壬子二月二十日爲限定”이라고 쓴 또 다른 등사기가 적혀 있는데, 저자가 여기에 적어놓은 ‘萬瘡回春’이란 별칭이 오히려 외과치료를 중점으로 경험처방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기도 하려니와 다른 서명과 분명하게 구별짓기에 적합한 것 같아 여기서는 이 서명을 대표서명으로 드러내 소개하기로 하였다.

저자 또한 이런 심중을 은연중에 표시해 두기도 하였는데, 뒷 표지에는 “壹名回春錄, 上元壬子二月二十七日終曆”이라고 쓴 필사기가 적혀 있다. 본서의 앞뒤로 기록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임자년 정월부터 대략 2달 정도 시일을 들여 이 책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서발이나 목차가 따로 갖춰지지 않아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된 저술 수준에 이르진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의 첫머리엔 ‘靈神篇’이라는 문목을 두고 腹浮百病에 통용하는 補中丹으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창양종기에 쓰이는 약방을 중심으로 처방별로 기재하였다. 기술방식을 살펴보면, 병인병리나 병증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곧장 방명 아래 간단하게 압축한 처방의 효용과 용도, 그리고 줄을 바꾸어 처방 구성과 병증별 가감법, 용법을 적어놓았기에 단순히 처방집 형태를 지니고 있다.

몇 가지만 사례를 들어보자면, 종창에 통용하는 萬病丸, 瘡孔에 넣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甘遂丸, 제반창양에 쓰는 白雲散, 痰核이나 痰塊를 다스리는 萬應丸 등이 차례대로 열거되어 있다. 특히 煉回丹 아래에는 菜毒經驗方이라는 주기가 달려 있어 실전적인 임상효험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있다. 또 土疾菜毒, 痰滯복통에 쓴다는 鍊金丹을 비롯, 蘇桂丸, 保安萬靈丹, 靈神丹 등등 주로 환산단고 제형으로 이뤄진 처방을 편성하였다.

다른 한편 風瘡에 쓰는 白雲膏에는 馬齒莧이 주재인데, ‘쇠비렴’이라는 향약명이 약재명 아래 병기되어 있어 대개 민가인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향약재를 활용하여 효과가 신속하고 확실한 외용약을 준비해 두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눈에 띠는 몇 종을 열거해 보자면, 靈砂(煉法), 백사기 가루를 주재로 사용한 烏鷄散, 積廦痃疝에 쓰이는 濟衆丹, 종기를 치료하는 百甲散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대풍창에 쓰는 燻鼻散(三百六十四穴, 皆通於鼻, 故速效也.), 天綠丸(治大風瘡), 換肌散(治大風症, 年深毛落) 등이 나오고 洗眼湯, 眼中釘翳를 치료하는 안약, 구설생창을 다스리는 珍舌神丹, 인후독창에 쓰는 淸咽至聖丸, 硼砂散, 淸咽含化丸, 그리고 口疳瘡을 다스리는 朋梅散, 全身瘡瘻에 膩粉丸, 陰瘡에 五寶丸, 下疳瘡에 十寶散 등이 이어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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