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흑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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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흑금성
  • 승인 2018.08.1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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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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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공작

해도 너무하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질 듯한 폭염의 나날이 연이어지면서 기상관측 이래 서울 최고 온도를 기록하는 날 집 앞 대형마트 온도계에는 41도가 찍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급기야 폭염이 바꿔놓은 현상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폭염이 반가운 곳이 있는데 바로 극장이다. 더위를 피해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작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덕분에 <신과 함께 2>는 연일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1편에 이어 쌍천만 관객 동원을 노리고 있다. 이 기세를 이어 받아 이번 주에는 <공작>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과연 폭염과 어떤 상관관계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출연 :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된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그의 실체를 모르는 가운데 흑금성은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다. 그는 수 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과 두터운 신의를 쌓고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90년대 초반 끝난 미국과 소련을 양대 축으로 한 동서 냉전은 줄곧 스파이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같은 민족끼리 남과 북으로 분단된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 국가임에도 본격 첩보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또한 남으로 내려온 북의 공작원인 일명 남파 간첩이 소재가 된 적은 있었으나, 북으로 잠입한 남측의 스파이를 그린 영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다룬 영화로써 이전 할리우드에서 볼 수 있었던 첩보물과는 확연히 다른 한국형 첩보영화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실제 있었던 흑곰성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공작>은 실화 영화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전하고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와 <범죄와의 전쟁>, <군도> 등을 연출하며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사회의 이야기를 표현했던 윤종빈 감독의 작품으로 액션 위주의 첩보물이 아닌 소위 구강액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총보다 강한 말’로 펼쳐지는 치열한 심리전과 북한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재현하면서 또 다른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물론 이 부분이 화끈한 액션으로 폭염을 날려버리고 싶었던 관객들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천만 배우 황정민을 필두로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의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말과 표정 등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올 칸느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이자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인 하정우가 없는 <공작>이 하정우 주연의 <신과 함께2>와 선의의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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