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책만 보게 되는 교육 시스템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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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책만 보게 되는 교육 시스템 문제 있어”
  • 승인 2018.08.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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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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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영철 전한련 정책국장

유급에 대한 두려움에 학생 의견제시 어려워…설문조사 및 토론회 등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올해 상반기는 한의대 교육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역량중심교육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지니고 있을지, 나영철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정책국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한련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내게는 지금보다 더 다니고 싶은 한의대,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전한련 활동을 하게 됐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곁에 있어서 전한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전한련은 최근 어떤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가.

요즘에는 여러 단체들과의 대외 협력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교육 문제와 한의계 콘텐츠 생산을 위한 협력을 검토했고,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의대생들과의 교류도 고려했다. 또한 학생들의 관심사로 꾸준히 교육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교육 과정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도 준비 중이다.

 

▶각기 다른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물리적 거리가 멀다보니 한 번 모이는 것이 어렵다. 날짜도 정하기 힘들고 장소도 정하기가 힘들다. 자주 모이지 못하다 보니 논의할 것이 쌓이고 모이면 다 얘기해야하니 밤늦게 끝나게 된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든 모임이다. 그래도 다 함께 무언가 하나씩 만들어가고 해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과 옆 사람에 대한 믿음이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의대 교육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학생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다른 것들도 많지만 나는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서 책만 보게 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 중에는 한의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학생들도 더러 있다.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 총체적으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경험하지 못하니 학습 동기부여가 별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한의대를 입학하고 해부학 실습을 시작할 때 한의사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으며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가. 필수적인 것도 배우면서 동기부여도 될 수 있게 다양한 실습을 통해 꿈을 구체화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한의대 교육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학생들의 의견 반영은 아직 잘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구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진솔한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현 유급 제도 아래에서 학생들은 혹여나 시험 문제가 이전보다 어렵게 나와서 유급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이 두려움이 학생들이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한다. 학생들 중 누군가가 교육 문제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가 어떤 과목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오면 교수님께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왔다는 소문이 나돈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칼날이 향하게 되고 더더욱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게 되는 게 문제라 생각한다.

유급 문제와 더불어 몇몇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겁을 주는 발언과 태도도 를 보이기도 한다. 대다수의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러나 일부는 강의에 대한 피드백이 기분 나쁘다며 피드백을 남긴 사람이 있는 학번에 협박 발언을 한다. 또한 학생들이 교육에 대해서 무엇을 아냐며 무시하는 분들도 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더 그렇다. 학생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줘도 어려운 것이 교수들인데 학생들의 말을 무시하는 교수에게 학생들이 의견을 내기란 쉽지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교수님들이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학생인 우리도 의견을 잘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학생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의견에 대한 근거도 마련하고, 특정 교육 문제에 대해 다양한 구성원이 논의할 수 있게 토론회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이나 교수, 한평원, 한의협 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몇몇 학교들은 대학 본부가 지원을 잘 안 해줘서 인증평가 기준을 못 맞추다가 겨우겨우 맞추기도 한다.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게 대학이 교원 수, 실습 환경 조성 등에 좀 더 힘써줬으면 좋겠다. 교수들은 교육 받는 학생들을 좀 더 생각해줬으면 한다. 교수들이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 다 알려주려 하더라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야 잘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의 이해 수준은 어떠한지 자주 확인해주시면 좋겠다. 한평원은 한의학 교육의 구심점을 잘 잡아주셨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바라는 점, 교수님들이 바라는 점,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 등을 잘 조율해주길 바란다. 한의협은 WDMS 재등재를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 WDMS 재등재 과정에서 한의대가 의사양성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 세계 기준에 맞춰 실습 시간이나 교육 과정이 따라가게 될 텐데,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이 졸업 이후 훌륭한 의사가 되는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한련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전한련 회원 간의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2학기에는 전국 한의대생들이 스포츠로 교류하는 자리인 전한련컵과 다양한 학우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정책팀의 경우, 1학기 때는 한의대 교육 문제와 문재인 케어에 대해 학우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정책 강연을 열고 카드뉴스를 발행했었다. 2학기에도 새로운 주제와 콘텐츠로 학우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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