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동국대 교수·한양방 통합적 지식 기반의 임상한의학 교육 -한방부인과학을 중심으로
임상 교수 입장에서 과목 간 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임상 환경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는 데 학생의 수업시수는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통합을 해서 필요 없거나 중복되는 내용을 걸러내 새로운 교과목 강의를 위한 시수확보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계내과, 심계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정신과, 한방소아과, 침구학 등에서 ‘두통’을 가르친다. 두통만 6~7번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한 번에 교육해야 하지만 안하려는 이유는 교육 공급체계(대학)와 공급자(교수)의 입장은 변화보다는 답습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르치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과목 간 통폐합을 해서 새로운 형식의 강의를 제안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수요자들(학생)의 관심이 강하지 않은 면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의대생들이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게 생각하고 있고 교육 개혁에 대한 열망이 결집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교수진의 보충이 어려운 것도 심각한 문제다. 내가 있는 병원은 제일 젊은 교수가 50세가 다 되가는 정교수다. 이게 현실이다. 젊은 교수진의 보강이 이루어지는 지속가능한 대학교육 체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한방부인과를 비롯한 한의학 교육 과정에서 한방과 양방, 고전적 한의학, 현대의 한의학 등의 통합을 생각해야 하고 한의사들이 의료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를 양성하려하는가? 의료인이다. 한국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게 내 관심사다. 한의학 자체는 그 의료의 배경이다. 그런데 지금도 많은 교육자들이 한의학자를 만들려 하는 것 같아 염려된다. 그렇기에 과목 간 통합교육이 안 되는가 싶기도 하다.
한의대 교육을 통해 '한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에 대한 합의는 돼 있다. 그러나 그 각론에서 실천이 더딘 것이 문제이다. 미래를 염려한다면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양방의 예를 든다면, 인공지능(AI) 의사가 나오는 입장에서 미래 사회에 남아있을 의사 직종에 대한 질문이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 진단검사, 영상의학과 영역은 AI가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내과 영역 또한 인공지능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남는 건 외과와 정신과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내과와 외과가 통합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한의사의 입장은 더욱 심각하지 않은가!
우리는 한의학만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인지, 한의사와 한방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봐야한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미래에 지속가능한 의료인으로 만들고 싶다.
학생들에게 어두운 미래에서 등댓불을 보여주는 교육자가 많아야 한다.
정리=김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