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모르면 어렵고, 알면 간단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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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모르면 어렵고, 알면 간단해지는 것”
  • 승인 2018.08.3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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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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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서’와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출간한 노의준 원장

‘고법의 개요’ 포기 후 찾은 새 임상접근법…정인적방과 정병전방 이해하길

 

[민족의학신문=안양, 박숙현 기자] 상한금궤방을 임상에서 쉽게 활용하기 위해 ‘약서’와 ‘상한금궤방’을 출간했다는 노의준 원장(할아버지 한의원). 십 년간 활용했던 상한금궤방 접근법 ‘고법의 개요’를 포기한 그가 모든 외부활동을 중단해가며 찾아낸 새로운 돌파구는 무엇이었을까. 노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간인 ‘약서 - 상한금궤약물의 임상단서’와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 기본방편’은 어떤 내용인가.

‘약서’는 상한금궤약물의 임상단서를 밝히고자 쓴 책이고, ‘상한금궤방 사용설명서’는 상한금궤처방을 실제임상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본방편은 실제 임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본방 40여 가지를 정리했다.

 

▶책의 출간 계기는 무엇인가.

한약은 한의학의 정수다. ‘한의학서’를 보면 내용의 95%는 약에 관한 내용이고, 이외에도 한 시대의 주류를 이룬 사람들은 대부분 약에 대한 테마를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도 약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아닌가. 그 중에서도 상한금궤처방은 약의 시작이라고들 한다. 여기서부터 후세방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약을 어려워한다. 약이 어려운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나라고해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다보니 쉬워진 것이다. 그래서 한약이 쉽고 간단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한약을 쉽고 간단하게 배워 임상에서 사용하도록 책을 냈다. 한자위주의 일반 한의학의서들이 지닌 엄숙주의를 버리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읽는 참고서처럼 쉽게 썼다.

 

▶책은 어떤 식으로 집필했는가.

10년 동안 상한금궤방만 사용하는 임상을 해왔었다. 이 때 상한금궤방을 활용하기 위한 접근법이 ‘약징’이었다. 그 중에서도 약징을 재해석한 ‘고법의 개요’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 방법을 활용할수록 한계가 느껴졌다. 점점 이론과 현상의 괴리가 느껴지고, 부족한 부분과 오류도 많았다. 이 방법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겠다 싶었다. 그 때가 2012년이었는데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고법의 개요를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고법의 개요를 따라하던 임상의 원장들이 많아서 논란이 있었다. 이후 일체의 외부활동이나 가족행사도 참석하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3년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막했다.

그러던 중 형색성정의 암묵지(形色性情의 暗默知)와 신체증상의 명시지(身體症狀의 明示知)라는 개념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정신질환이 한의학으로 잘 치료된다는 생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신질환의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환자와의 대화다. 헛소리를 하는 환자들도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감정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까다롭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분노, 불안, 우울 등의 여러 감정을 드러내는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본인의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하게 하는 방식을 활용하게 됐다. 그리고 이 사진 하나하나마다 단서약물을 설정한 다음, 이 단서약물을 근거로 처방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 것이 2013년도였고, 이 개념을 완전히 정리한 것은 2016년이었다.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 따르면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지를 인정하고, 관찰과 수학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도록 해서, 새 힘을 획득하라는 것이다. 한의학은 전통지식인데, 전통지식은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음양오행 등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전통지식의 음양오행을 통한 접근은 모호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쉽고 간명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임상접근법은 다섯 가지다. 간단하고(간명성), 누구나 이 방법으로 재현할 수 있고(재현성), 이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유용하고(유용성), 이론과 실제가 부합하는 진실성을 가지며(진실성), 누구보다 높은 치료율을 가질 수 있어야(득효성) 한다.

이러한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임상의 증례를 귀납적으로 고찰 했다. 예를 들어 한 질환의 증상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증상, 그리고 나타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증상이다. 이렇듯 발현도와 중요도를 중심으로 증상을 구분하면 내가 아닌 누가 사용하더라도 유사하게 재현되는 임상접근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요소들을 충족하는 임상접근법을 만들고 싶었고, 이러한 접근법을 위해 내가 생각하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책을 썼다.

 

▶독자들이 특별히 눈여겨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처방에는 크게 ‘정병전방(正病專方)’과 ‘정인적방(正人適方)이 있다. 정병전방은 정해진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특효방이고, 정인적방은 병이 아니라 몸을 보고 그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인적방은 상한금궤방을 비롯한 고방에 속하고, 정병전방은 후세방에 속한다. 즉, 상한금궤방을 익히지 않고 후세방만 익히는 것은 정병전방만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병전방만 활용하는 것은 실제 임상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처방은 고방에서 출발했고, 고방은 기초다. 그리고 기초의 대부분인 정인적방을 알아야 후세방(정병전방)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정인적방과 정병전방을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한약처방을 쉽고 간단하게 배워 편하게 약을 쓰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임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그리고 독자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한약을 제대로 쓰고 싶은 원장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상한금궤처방의 입문자는 쉽게 입문할 수 있고, 숙련자는 더욱 깊이가 생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실용서다. 한의학은 실용의학이고, 실용이 배제된다면 치료의학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이 책은 원장실에 두고 사용하길 바란다. 환자가 오면 환자와 함께 읽으면서 병에 대한 설명 등에 활용하길 바란다.

 

▶신간을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후기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는 ‘진리의 언사는 단순하다(The words of truth is simple)’고 했다. 진리는 쉽고 간단하다는 이야기다. ‘모르면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나 알고 나면 쉽고 간단해진다. 처방도 그러하다.’ 그것이 이 책의 일관된 내용이자 핵심이다.

 

▶출판 기념 강의를 연다고 들었다.

정신과질환과 근골동통질환의 프로토콜을 주제로 무료강의를 진행한다. 나의 학문적 목표 중 하나가 여러 질환의 표준적 임상 매뉴얼, 즉,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다. 프로토콜은 치료법이 표준화 되어야 하고, 학술적으로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의학의 문제는 표준화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만들고 싶다. 프로토콜은 고방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고방과 고방에서 따라 나온 후세방을 접목해야 한다.

강의를 위해 정신과질환과 근골동통질환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연구해온 프로토콜 중 가장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프로토콜들은 내가 추구하는 간명성 등의 임상접근법을 충족하고 있다. 근골동통질환은 실제임상에서 많이 다루고 있고, 정신질환은 치료가 어렵다. 그러면서도 한의학이 강점을 가지는 특징적인 질환이다. 향후 이러한 프로토콜을 여러 원장들과 공유해 실제임상에서 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내가 제공한 프로토콜을 활용한 한의원 네트워크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출간 계획은 무엇인가.

상한금궤방 기본방을 집필한 다음 전방편도 준비하고 있다. 상한금궤 270여방 중 임상에서 사실상 쓰이지 않는 20~30여개 처방을 제외한 250여 처방에 대한 사용설명서이고,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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