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상원의 도서비평]학교교육의 변화는 한의학을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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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원의 도서비평]학교교육의 변화는 한의학을 살릴 수 있을까?
  • 승인 2018.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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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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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평균의 종말: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사람의 감성에 평균이 있을까? 이것은 말도 안되는 질문이라고 치부할 것이다. 1990년대 천연물의약품을 개발한다고 질병별 빈용 처방들에서 평균보다 빈번하게 사용된 약재를 선택해 신약개발 실험을 한 것이 과학적이라 할 수 있을까? 대추, 생강, 감초가 만병통치 신약이 되었겠다. 우리는 평균과 통계라는 개념을 가지고 한의학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빅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평균적인 인간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21세기북스 刊

저자는 고등학교시절 공격적 성향을 가진 학습부적격 학생으로 고교를 중퇴한 후 다시 공부를 하여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교육학 교수가 되었다. 교육현장에서 평균이하의 평가를 받았던 저자가 교육학 전문가가 되었으니 평균 학업에 대한 문제를 가장 잘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평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평균인가?’, ‘언제부터 평균이 언급되고 어떤 문제를 야기했나?’에 대해 말한다. 인간에게서 평균을 찾는 여정은 19세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미국 평균체형을 가진 여성 조각상인 ‘노르마’를 만들었으나, 노르마와 같은 체형의 여성이 아무도 없었다. 또, 전투기 조종사 체형을 조사하고 평균을 냈는데 평균에 해당하는 체형이 하나도 없었다. 산업적으로도 평균적인 평범한 사람을 중요하게 여겨 고용하였으나, 2천 년대에 와서 평균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개별 능력을 중시하는 회사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람마다 뇌의 기억수행 패턴은 평균적 패턴으로 비슷한 것이 아니라 현저하게 다르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평균 인간은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의학도 이런 평균주의를 기반으로 발달했다. 평균 신장과 체중을 가진 사람을 상정하여 약물치료를 하고, 맞지 않는 사람은 ‘특이체질’이라고 치료의 대상이기보다 관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동물실험에서도 평균인간을 대상으로 약량을 결정해 약물을 투여한다. 실험동물과 비슷한 장기와 기운을 갖고 있는 평균인간이 있다고 전제한 것을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항암제의 부작용을 겪는 환자에게 약량이나 줄여주는 의사는 그 항암제가 왜 부작용이 나는지 과학적인 설명을 할 수 없다. 효과도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하는데,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부작용이 없는 사람을 통계적으로 제거하여야만 한다. 평균적 인간만을 위한 의약이다. 한방의 오치는 병의 깊이나 원인을 잘못 본 것일 뿐이다. 오치를 한의사는 설명할 수 있다.

양약의 부작용과 한방의 오치는 평균의 인간이냐 그 사람만의 병이냐가 근본적인 차이다. 침(鍼) 자리를 cm로 나타내지 않고 사람마다 거리가 다르게 이야기하는 동신촌(同身寸)법이 평균적 인간 사회에서는 비과학적이겠지만 평균 인간보다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보다 과학적인 방법이다.

저자는 ‘단지 평균을 중시해서 독창적이고 독특한 것을 배제하는 현재의 학교 교육은 개혁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평균은 과학적 진리가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병은 평균적으로 말할 수 없다. 평균과 과학에 대한 재평가는 한의학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상원 /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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