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개의 시선
상태바
여섯개의 시선
  • 승인 2004.02.06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다양한 색깔로 음미하는 이 시대의 ‘인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을 맡은 인권 프로젝트 영화.
박찬욱, 임순례, 정재은, 박진표, 여균동, 박광수 등 여섯 감독이 ‘인권’이라는 화두를 놓고 각각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6개의 단편은 감독의 수만큼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권’이란 주제 자체가 지루하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각 감독들은 자신들의 스타일로 무장해 다양한 개성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A감독은 폭소를 일으키고 B감독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가 하면 C감독은 난해한 미장센으로 집중을 유도한다.

한 편의 영화에서 꽤 이름난 감독들의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영화가 끝나고 혹여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이게 될까? 아니다. 각 감독들의 개성은 그대로 살아있어 마치 딸기, 오렌지, 포도 맛이 몽땅 들어간 종합과일캔디같다.

‘그녀의 무게’(임순례 감독)는 취업을 앞두고 다이어트와 성형을 고민하는 여고생 이야기. 쌍커풀 수술비를 벌기 위해, 혹은 용돈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의 유혹을 받는 여고생의 현실을 경쾌하게 터치했다.

‘그 남자의 사정’(정재은 감독)은 성범죄자로 신상이 공개된 남자의 이야기를,

‘대륙횡단’(여균동 감독)은 뇌성마비 장애인이 광화문 네거리의 지상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모험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신비한 영어나라’(박진표 감독·사진)에서는 젊은 부부가 L과 R발음을 좋게 해준다는 욕심으로 어린 아들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혀를 떼어내는 요즘세태를 여과없이,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얼굴값’(박광수 감독)은 못생긴 사람의 인권을 뒤집어서 ‘미녀’에 대한 인권문제를 들고 나왔다. 예쁘게 생긴 주차장 매표요원과 언쟁이 붙은 운전자는 난데없이 ‘얼굴값한다’는 식으로 매표요원을 몰아붙이며 신경전을 이어간다.

‘밑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박찬욱 감독)은 한국인처럼 생긴 네팔 노동자가 길을 잃은 후 행려병자로 오인 받아 한국의 정신병원을 6년간 전전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다.

오진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