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39> - 『藥材質正紀事』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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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39> - 『藥材質正紀事』②
  • 승인 2018.10.0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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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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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위기에 처한 朝日 의약교류사

전호에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이 책 『藥材質正記事』는 일본에서 막부의 명령으로 조선의 식생과 자생약초를 조사하려고 동래의 왜관에 파견되었던 藥材質正官 고시 쓰네에몽(越常右衛門)이 현지에서 조사한 내역을 자국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결과를 담아 모아놓은 문서자료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 각각 2권씩 분산되어 보관되어 있다.

◇ 『약재질정기사』

일본에서는 대마도종가문서 가운데 하나로 쓰시마역사민속자료관[對馬歷史民俗資料館]에 소장되어 있다. 수년 전 필자도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 초빙연구원으로 방문했을 당시에 일부러 시간을 쪼개어 대마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며칠을 기다린 끝에 다행히 일정 가운데 하루를 할애하여 이 사료관에 소장되어 있는 의약자료 중 조선판 의서를 직접 조사하고 살펴볼 수 있는 기쁨을 누렸다.

조선판 의서 가운데 『天地人物氣候相應圖』나 『醫學正傳』과 같이 일부는 국내에서 전존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자료도 있었으며, 귀중본 여부를 떠나서 통신사절의 손을 거쳐 이곳에 전해졌을 내력과 사연을 되새겨 보노라 남다른 감회가 느껴졌던 당시 기억이 새롭다.

아울러 사료관측에서는 귀중본을 수장한 일본내 다른 도서관에서처럼 관람이나 이용에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거나 제한을 두지는 않았으며 충분한 편의가 제공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보존 상태는 심각한 지경이어서 이른 봄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하여 충해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료관측에서는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내세워 자료보존이나 방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시급히 보전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였다.

전서의 개략적인 구성과 수록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1에는 1721년 에도로부터 조선의 鳥獸와 草木을 자세히 물어서 보고하라는 막부의 지시 사항이 적힌 書狀이 맨 앞에 실려 있다. 이어 하야시 료키(林良喜)가 작성한 物名이 적힌 목록 2책이 들어 있는데, 禽部, 獸部, 魚部, 蟲部, 果部, 菜部, 草部, 木部로 나눠져 있다. 각 항목별로 조선과 일본에서 부르는 명칭을 조사한 것인데, 담당관을 왜관으로 파견하여 조선인들로부터 확인받았다.

제2권에는 1722년 스기무라 우네메(杉村采女)가 보낸 서장으로부터 李同知라 불렸던 李碩麟이 왜관에 드나들면서 조사에 협조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또한 그의 하인과 小通事가 거제도에 가서 1달 동안이나 머물면서 일한 내용도 적혀 있다. 이 밖에도 과거에 潛商(밀거래)한 전력의 金僉知라는 인물, 그리고 밀양 醫員 박첨지, 동래부의 內裨將 李主簿, 경주의 의원 이참봉, 박서방, 仙岩寺 승려 玄悟와 運水寺 승려 緇白의 활동도 드러나 있다.

제3권은 1723년부터 1727년까지 4년간의 기록이다. 왜관에서의 조사를 주도했던 고시 쓰네에몽이 1722년말 대마도로 돌아갔는데, 그는 1년 6개월 정도 조선에 체류한 셈이다. 그 이후로는 가네코 규에몽[金子九右衛門]이 뒤를 이어 활약하며, 조선인 이동지의 활동상도 기록되어 있지만 이전에 비해 내용이 소략하다.

제4권에는 1721년부터 1722년(경종 2) 12월까지 기록으로 앞의 권1이나 권2와 시기가 겹치지만, 내용은 왜관에서의 약재 조사에 협력한 사람들에게 지불한 비용 등 실제 내역이 적혀 있다.

일본은 이 책『약재 질정 기사』를 바탕으로 1726년에 『東醫寶鑑湯液類和名』이란 책을 완성하였으며, 갖가지 약재에 대한 변별과 고정을 통해 정확한 약초지식을 갖게 되었다. 이 자료는 『동의보감』을 비롯한 조선의학의 성과가 일본의 전통의학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의약교류사 측면에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라 평가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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