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40> - 『藥材質正紀事』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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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40> - 『藥材質正紀事』③
  • 승인 2018.10.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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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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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 약재가 그려진 古本草圖

『藥材質正記事』는 일본의 막부와 대마도, 그리고 조선인 의약관계자들의 합작으로 이뤄진 셈인데, 당시 조선의 식생과 자생약초에 대해 조사한 과정과 내역이 그대로 담겨져 있어 현장감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자료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 각각 2권씩 분산되어 보관되어 있는 것 또한 그저 우연이 아닌 것만 같다.

◇ 『약재질정기사』

대마도와 왜관을 양축으로 하여 이뤄진 조선산 약재조사에 대해서는 일본인 학자 다시로 가즈이(田代和生)가 지은 『江戶時代 朝鮮藥材調査の硏究』(慶應義塾大學出版會, 1999.)에 상세히 논구되어 있다. 국내에도 『왜관-조선은 왜 일본 사람들을 가두었을까』(정성일 옮김, 논형, 2005)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2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글로 번역하여 대마도 종가문서자료집 제5편으로 펴낸 『약재질정기사』의 첫머리에는 본편에 앞서 44쪽을 할애하여 약재 그림(본초도)이 총천연색으로 인쇄되어 실려 있다. 이 그림들은 본 책과 달리 현재 일본의 동경대학교 사료편찬소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대마도 종가문서 가운데 하나로 원래 명칭은 『藥材禽獸御吟味被仰出候始終覺書』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本草圖繪는 동물, 식물을 모두 합해 총 44종 47장에 달한다.

본초도 역시 본문 권1에서 일인 의관 하야시 료키(林良喜)가 작성한 物名목록과 동일하게 禽部, 獸部, 魚部, 蟲部, 果部, 菜部, 草部, 木部 순으로 구분하여 수록하였다. 번역판에서는 해당 동식물의 천연색 원화를 그대로 수록하고 하단에 각각 간략한 설명과 함께 『동의보감』에 나타난 약효를 기재해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원화에 들어있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낱낱의 본초명을 수록순에 따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百舌鳥, 鴛鴦(雌雄 2도 수록), 큰사슴(糜), 노루(麞), 고라니(麂), 고슴도치(蝟), 드렁허리(鱔), 민어(鮰魚), 달팽이(緣桑螺), 土桃蛇, 斑猫, 모과(木瓜), 薺苨, 胡蔥, 苜蓿, 免絲子, 升麻, 木香, 遠志, 細辛, 藍藤, 漏蘆, 王不留行, 麻黃, 秦芁, 白芷, 黃芩, 白鮮, 白薇, 澤蘭, 玄胡索, 草蒿, 白頭翁, 白附子, 野茨菰, 草烏, 白朮(2종 수록), 羌活, 五味子, 酸棗, 食茱萸, 山茱萸, 紫檀, 가래나무(楸) 등이다.

더러는 상용약재로 잘 등장하지 않는 동물성 래원의 약종으로 야생하는 짐승이나 조류, 파충류, 어류도 포함되어 있지만 초본류는 대부분 지금도 흔히 약용으로 사용하는 종류들이며, 광물성 약재는 단 1종도 없다. 채색 그림은 매우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 고본초를 상고하는데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중일 3국 가운데 우리만 고본초도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고려 이전은 그만두고라도 세종조에 『향약집성방』을 펴낼 때에도 중국에 가서 약재의 품종을 質定하였으며, 성종대에 『향약본초도』를 펴냈다는 기록은 있으나 현재 남아 전하는 본초도회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중국본을 가져다 다시 간행한 조선판 『증류본초』나 『식물본초』등 본초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마저도 완질이 전하지 않고 약재그림이 들어 있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간혹 방서에 단편적으로 한두 가지 약재 그림이 산견되기는 하지만 상용 약재를 고증하기엔 턱없이 빈약하다.

이런 입장에서 이 책은 조선 후기에 畵員과 채약꾼을 동원하고 약재에 밝은 의원과 약재상에게 檢定하여 전문적으로 이뤄진 약재 조사의 결과를 세밀하게 채색화로 그려 남겼다는 점에서 고본초 연구나 향약재 감별 연구에 매우 결정적인 자료임에 분명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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