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그 시절 영국에는 두 명의 ‘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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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 시절 영국에는 두 명의 ‘퀸’이 있었다
  • 승인 2018.12.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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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는 공적인 장소에서 사적인 소비를 하는 ‘핫 미디어’이고, TV는 사적인 장소에서 공적인 소비를 하는 ‘쿨 미디어’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서 영화는 극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보지만 절대 떠들어서는 안 되고, TV는 집에서 떠들면서 봐도 되는 매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극장에서 영화를 떠들면서 본다는 것을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극장을 마치 콘서트장으로 변모시킨 영화 한 편이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감독 : 브라이언 싱어출연 : 라미 말렉, 루시 보인턴, 귈림 리, 벤 하디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으로 보컬을 구하던 로컬 밴드에 들어가면서 노래를 시작하게 되고, 이후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라는 이름으로 밴드 ‘퀸’을 이끌게 된다. 시대를 앞서가는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성장하던 ‘퀸’은 라디오와 방송에서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음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려 6분 동안 이어지는 실험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로 대성공을 거두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데뷔라는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결국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멤버들과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메인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와 ‘퀸’의 명곡을 함께 보고 들을 수 있는 ‘퀸’의 대표곡과 같은 제목의 영화이다. 혹시 음악영화이다 보니 ‘퀸’의 노래를 모르면 보는데 큰 지장이 있을까 걱정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설상 노래를 제대로 모른다 해도 우리는 암암리에 ‘퀸’의 노래를 들으며 지내고 있기에 2~3곡 정도는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다. 특히 80년대 팝송이 크게 유행하던 때 학창시절을 보냈던 관객들이라면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며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싶어질 것이다. 또한 영화의 오프닝과 결말은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약 7만 2,000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 위성중계로 150개국의 약 19억 명이 시청했던 역사적인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의 장면을 재연하며 열정적인 ‘퀸’의 모습에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이 콘서트의 실황 장면은 얼마 전 지상파 방송에서 33년 만에 재방송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강한지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미처 챙겨보지 못한 관객들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보길 바란다.

영화는 퀸의 유명곡들이 탄생한 과정과 양성애자이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 등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어 ‘퀸’의 팬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퀸’의 실제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며 작품의 리얼리티에 큰 힘을 실었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이기에 극적인 장면을 위해 일정정도 각색된 부분은 너그럽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 멤버들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면서 영화적 재미를 주고 있다. 싱어롱 상영관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현재 70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음악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을 기록했으며,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중 박스오피스 3위를 달리고 있다. 유난히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열정적인 음악으로 대중을 매료시켰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와 ‘퀸’의 노래를 한가득 담긴 <보헤미안 랩소디>를 감상하면서 큰 목소리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겨울 추위를 확 날려버리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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