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 스스로 질문 만들고 연구자와 함께 답 찾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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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 스스로 질문 만들고 연구자와 함께 답 찾고 싶어”
  • 승인 2018.12.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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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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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PBRN 연구 한 이향숙 교수

PBRN,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확실한 연구 방법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PBRN. 즉, 개원의중심연구망 또는 진료기반연구망이라는 한의계에서 조금은 생소한 연구를 진행 한 이향숙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교수. 그는 연구년 동안 보완대책의학분야의 PBRN을 연구하는 기관인 호주보완통합의학연구소에서 방문교수로 근무했었다. 앞으로 한의계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구년 기간에 PBRN에 대해 연구했다. 한의계에서 아직은 생소한 용어인데 PBRN이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2016년 여름부터 1년간 호주 시드니기술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의 보건의료학과 내 호주보완통합의학연구소에서 방문교수로 근무했는데 이곳에 가게 된 이유가 바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완대체의학 분야의 PBRN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PBRN (Practice-Based Research Network)은 우리말로 개원의중심연구망, 진료기반연구망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꼭 1차진료의로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주로 1차진료의사 위주이므로 1차의료연구망이라고도 한다. ‘개원의들이 연구자들과 연결되어 조직한 연구네트워크’로 ‘1차의료에서 접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근거중심의 진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임상의 스스로 연구 질문을 만들고 이에 답하기 위한 자료를 모으기 위한 조직’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여기서 핵심은 임상가 스스로 연구 질문을 만들고 이에 답하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계기는 무엇인가.

그 동안 임상연구,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등의 연구를 통해, 또 과기부에서 지원하는 한의약 분야 전문연구정보센터인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를 통해, 한의사들에게 필요한 임상근거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일을 주로 해 왔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내가 생산하는 근거가 일선 한의사분들 진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민을 하게 되어 돌파구를 찾다가 임상의가 필요한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연구자와 함께 답을 찾는 PBRN이라는 연구방법을 알게 되어 호주로 연구년을 가서 배우게 됐다. 마치 대학원 시절 동물실험을 하다가 생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임상연구방법론이라는 돌파구를 찾게 된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PBRN으로 보완·대체의학 관련 연구 현황을 분석하는 등 관련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

연구년 기간에 PBRN을 통해 수행된 보완대체의학 관련 연구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곧 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그 논문의 결과가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보완대체의학 PBRN은 현재 세계적으로 약 10여개 가량 있고 주로 카이로프랙터, 오스테오패쓰, 통합의료인 PBRN들이다. 여기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주로 자신들이 어떤 치료들을 하고 있고, 그 치료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어떤 환자들이 자신들의 치료를 이용하는지, 어떤 평가도구를 활용해서 진료결과를 평가할 수 있을지 등을 보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양방 PBRN들에서는 가정의학의나 소아과 위주로 결성된 PBRN들에서 주로 보완대체의학 관련 연구들을 수행했는데 보완대체의학 이용 현황 및 이들 이용자들과 의사 사이의 소통의 문제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외에도 PBRN 멤버들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주제들은 무엇이든 연구 질문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사실 3차 의료기관들에서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들로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3차 의료기관에서 나온 결과들을 개원의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개원의 위주의 한의계에서는 필요한 근거들의 스펙트럼이 넓고 또 다양하기 때문에 개원의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주제는 개원의들이 제공해야 하고 이를 연구자와 협력하여 답을 얻어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 PBRN에 쌓인 자료를 이용하여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관심사에 맞는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한의학 진료에서 침구치료의 안전성 확립’을 주제로 한의원 기반 대규모 설문 연구를 시행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나.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지원과 UC Davis의 의학통계학 방희정 교수의 자문으로 우리나라 한의사가 하는 침구치료가 안전한지 한의원 기반으로 대규모 전향적 관찰연구를 수행했고 222명의 한의사들이 3만 7500건 가량의 침치료와 관련된 이상반응을 보고해 주셨다. 평소 한의원에서 하는 치료를 그대로 하면서 온라인으로 이상반응을 보고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진료기반 연구라고 자부한다.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제일 많이 쓰는 침구 치료는 호침(95%), 전침(30%), 뜸(24%)의 순이었고, 근골격계 질환이 압도적으로 많았다(85%). 1만번 침구치료를 하면 1270번에서 최소 한 건 이상의 이상반응이 보고되는 빈도를 보였는데, 출혈, 침 맞은 자리 통증, 멍이 가장 흔한 이상반응들이었다. 이상반응의 98%는 경미한 것으로 분류되었고, 3만 7500건 침구치료 중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이상반응은 봉약침 시술 후 아나필락시스 반응, 교통사고 환자에서의 봉와직염 및 포도막염의 2건만 있었다. 임상경력이 5년 미만인 한의사들에서 발침 지연이나 누락 등의 실수가 좀 더 흔한 것으로 나타났고, 여자환자, 항응고제 복용 환자에서 출혈이 보다 흔했다.

종합해 보면 침구치료와 관련된 이상반응은 흔하지만 심각도가 경미하므로 잘 훈련된 한의사에게 침구치료를 받으면 안전하다는 것이 저희 팀의 결론이고 곧 논문이 출판되는 대로 널리 알려드릴 예정이다.

 

▶PBRN을 성공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한의계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침구치료 이상반응 연구에서 1만 8654명의 한의사에게 이메일과 문자로 여러 차례 참여를 부탁했으나 1.2%인 222명만 실제로 데이터를 모아주셨다. 애써 주신 분들께는 여전히 무한 감사드리지만 설문연구에서 반응률 1.2%는 연구자에게는 당혹스러운 수치다. 데이터 건수는 많아도 1.2%의 한의사들이 제공한 데이터가 한의계 침구치료를 대표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본 연구의 최대 약점이다.

모두들 진료 기반 연구, 한의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연구결과를 요구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한 크고 탄탄한, 지속가능한 지원시스템이 없다. 한의사의 진짜 질문을 수합하고 한의사가 연구자와 함께 이에 답할 수 있게 해 주는 PBRN은 한의계 대표 연구플랫폼으로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외국에서, 혹은 병원시스템에서 비싸게 수행되는 연구 결과를 개원의가 매일매일 진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개원의에게 필요한 근거와 3차 의료에서 나오는 근거 사이의 간극을 알 수 있다. 또한 연구자는 매일 환자와 부딪히는 개원의만큼 질문을 잘 만들기 어렵다.

차근차근 준비하여 K-PBRN(본인이 한의계 PBRN에 미리 붙인 이름이다)이 시작되면 정말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멤버가 되어 한의계를 대표하는 PBRN으로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돈이 드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본인에게 필요한 연구에만 진료는 그대로 하면서 참여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필요한 근거를 차곡차곡 만들고 바로바로 진료에 활용하면서 진료에서의 개인의 보람과 한의계의 발전을 모두 이루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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