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인간은 왜 사회적 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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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인간은 왜 사회적 동물인가
  • 승인 2018.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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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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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울트라소셜: 사피엔스에 새겨진 ‘초사회성’의 비밀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열광하듯, 소셜 미디어에 관심을 기울인다. 소셜 미디어는 무엇이며, 어떤 특성을 가졌기에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까?

장대익 著, 휴머니스트 刊

우리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다. 영장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가장 크고 복잡한 사회 네트워크 덕분에 사회성이 가장 강력한 종으로 진화했다. 초사회성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단면을 가지고 있고 인류문명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면서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스토리이자 묵시록이라고 말한다.

‘초사회성’은 개체가 아닌 관계와 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공감, 협력, 배려, 마음 읽기와 문화 전수 능력은 초사회성의 출발점이었으며 문명 건설과 문화발전의 원동력으로 작동하지만, 차별, 소외, 서열, 복종 등 초사회성의 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타성은 갈등과 사회 문제를 낳기도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초사회성의 탄생에 관해 이야기로, 일종의 시뮬레이션 세포로 타인에 공감할 때 반응하는 거울신경세포계는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기 전에 이미 내 뇌에서 저절로 작동하는 공감 회로라 할 수 있다. 누구나 공감신경세포를 갖고 태어난다. 거울신경세포계는 타인을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흰 공막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쉽게 읽을 수 있고, 상대방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생각과 느낌, 의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사회적 눈의 진화, 내 이익보다는 공정함을 먼저 생각하는 사피엔스,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술수를 쓸 수 있는 고차원의 마음읽기, 복잡다단한 절차를 전수하고 축척해 가는 능력 등은 인간이 관계 속에서 진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2부는 초사회성의 본능에 관한 이야기로, 매슬로의 인간의 5단계 ‘욕구 피라미드’는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기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사회적 욕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만이 아니다. 청소년이 부모보다 또래 친구에게 더 영향을 받는 것은 친구들이 미래의 자원이기 때문이다. 어른에게 직장동료나 이웃 주민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현재의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욕구는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를 사회적 방식으로 충족시켜주기 위한 더 근본적 욕구로 보았다. 또 친사회적 행위는 좋은 평판을 남긴다. 값비싼 이론에 따르면, 이타적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할 만큼의 능력과 의향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신호다.

3부는 초사회성의 그늘에 관해서,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의 뿌리는 같다. 배측 전대상피질은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 모두와 관련이 깊다. 뇌는 그저 똑같은 고통일 뿐이다. 또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생각하는 빈도가 만성 신체적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비슷했다. 집단 따돌림은 피해자를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히는 것과 똑같은 범죄 행위로 보았다. 또 지위가 높아지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면 지위가 올라간다. 실험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이 단지 공격성과 관련된 호르몬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지위나 서열을 높이려고 하는 동기와 관련이 더 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하나의 성과다. 위계 서열을 규제하는 호르몬이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은 지위 서열이 바뀌는 상황이나 사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다. 인간의 사회적 서열과 스트레스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다층적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자살 테러범으로 돌변하는 일은 비합리적인 권위에 복종하는 본능을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4부는 초사회성의 미래에 관해, 인간과 기계의 공감에서 인간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동물 순서대로 정서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일종의 유사성에 기반한 공감이다. 개를 닮은 로봇보다 인간을 닮은 로봇의 고통에 연민을 더 많이 느끼는 인간의 반응이 신기하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에게 보이는 정서 반응은 똑같았을까? 그렇지도 않았다. 동종일 경우에도 유사성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며, 대상이 내집단에 속한다고 여길 때 공감이 더 컸다.

사회적 로봇의 출현은 로봇 발전의 역사에서 가히 분수령을 이룰 사건이 될 것이다. 정교한 기계에 불과했던 로봇이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우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읽어내고 우리에게 어떤 표정으로든 감정교류를 시도하는 로봇이라면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행위자다. 인간에게 반응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은 더 이상 기계 덩어리가 아니고, 우리와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마어마한 충격이다. 그 충격의 원천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된 초사회성에 있다. 울트라 소셜!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과거이며 미래다.

응용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인류가 역사를 거듭하면서 자기와 비슷한 존재로 봐 줄 대상의 범위를 점점 더 확장해 왔다고 주장했는데,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된 것처럼 공감의 동심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의 초사회성 지수는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까?

35년 전쯤에 칼 세이건은 외계의 존재가 우리를 만나러 왔다면 친구일지 적일지 묻는다. 지구에 찾아올 정도의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라면 대규모 파멸의 위험을 넘어선 존재일 것이고, 엄청난 공감력의 소유자들일 것이다. 그러니 외계문명과의 조우를 두려워하지 말것! 그는 인류가 ‘문명의 사춘기’를 거치고 있다는 말로 우리 문명의 현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시인 김진돈 /운제당한의원장, 송파구립도서관 통합운영위원장, 전 송파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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