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가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우리는 자신과 상관없는 가족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어느 순간 감정이입이 되어 울고 웃는다. 그로인해 이러한 가족 이야기는 영화 흥행의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속에 거의 빠지지 않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가 변화됨에 따라 가족의 의미도 많이 변하고 있어 최근 영화에서도 색다른 가족의 형태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할머니(키키 키린)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의 가장 오사무(릴리 프랭키)는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쇼타(죠 카이리)는 유리에게 물건 훔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유리는 쇼타를 오빠로 부르며 그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쇼타의 돌발행동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된다.
<어느 가족>은 일본의 유명한 독립영화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자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이자. 그런데 평범한 것 같은 제목인 <어느 가족>의 원제는 <좀도둑 가족>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실제로 온 가족이 물건을 훔치고, 훔쳐 온 물건을 먹거나 사용하는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어린 아이에게도 물건 훔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우리가 익히 봐왔던 가족 영화들과는 큰 차이점이 있지만 이것은 단지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결시키는 장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볼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항상 가족의 이야기를 주되게 담았던 감독답게 <어느 가족> 역시 큰 감정의 기폭 없이 잔잔한 흐름으로 6명의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치 옆집 사람들 같은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 덕분에 편안하게 집중해서 볼 수 있다.
사실 예전에는 가족이라 하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로만 인식되어졌지만 최근에는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개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어느 가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누구도 혈연 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이 힘들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들, 비록 이들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전 가족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정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가족만의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가족들이 흩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영화의 결말 역시 충격보다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진한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