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2049년 외치는 심장을 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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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2049년 외치는 심장을 고치다
  • 승인 2019.03.2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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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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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서민교수의 의학세계사

잠에서 깨어난 외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보았다. “여기는 또 어디야?”

서민 著, 생각정원 刊

시계를 보니 서기 2049년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인공심장 수술한 것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몇 년 있다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다시 외계인을 호출했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죽을 뻔했다. 우연히 만난 외계인의 도움으로 신석기시대에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오며 가슴 통증을 고치기 위해 많은 의사를 만났었다.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화타, 이븐시나, 퀴닌 등등”

그러나 아무도 가슴의 통증을 고치지 못했고, 2018년 서울에서 흉부외과 의사에게 심실 보조 장치(인공심장) 수술을 했었다.

“누구세요?” “전 외치라고 합니다.” “네~ 전 닥터 정입니다. 어떻게 오셨지요?” “글쎄요, 전 지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왔는데..... 지난번에 수술하고 잘 지냈었는데, 운동을 무리하게 하고 나서부터 어지럽고 숨이 차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네요. 혹시 제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를 아시나요?” “그럼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수술을 받으셨어요? 혹시 멸종된 구식 의사가 남아있는 것인가.”

외치는 황당했다. 불과 30년 사이에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시대를 거꾸로 간 듯하다. 높은 콘크리트 건물이 별로 없고 아스팔트 길도 거의 없어졌다. 하늘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땅에서는 초소형 개인 자율자동차로 이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 손목시계와 같은 것을 하나씩 차고 있었다.

닥터 정은 외치를 일단 진단기기에 눕혔다. 유리관처럼 생긴 뚜껑이 닫히면서 외치 몸의 깊숙한 곳이 앞 화면에 보였다. 닥터 정은 외치의 인공심장에서 오류가 일어나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시술은 20여 년 전에 없어진 것으로 지금은 안 쓰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수술하지 않고 검사기기를 통해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한열조절, 압력조절, 조습 조절 등을 통해 치료한다고 하였다.

외치를 치료하기 위하여 나이 많은 의사를 수소문하였다. 그리고 수술할 수 있는 의사에게 일단 인공심장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외치는 회복하는 약을 먹었다. 약은 본인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생약을 처방받았다.

수명이 늘어나고 인구가 줄고 있기에 모든 것은 인간 중심의 사회가 되었다.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통계적으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화공약품보다는 자연에서 발효시킨 생약 제재를 사용한 약물치료가 주를 이루었다.

외치는 예전처럼 회복되었지만, 가슴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외치는 2018년 한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으로 700만원에 해준다는 말에 수술한 것을 후회하였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제 어떻게 치료하지요?” 외치는 닥터 정에게 물었다. “일단 진맥부터 하겠습니다. 손목을 내어 보시지요.” “심장이 커졌군요. 심장도 약하고요. 심장이 커진 이유는 마음이 급해서 생긴 것입니다. 매사에 걱정이 많으시지요? 친구들, 가족들, 모두 걱정이네요. 이런 것들이 심장에 무리가 되고 심장을 비대하게 만들어서 숨도 차고 가슴도 아픈 것입니다.” 외치는 전에 중국에서 화타에게 마음이 병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어도 무시했었다. “이것이 병의 원인이었구나!”

외치는 병의 원인을 파악한 후 침대에 누웠다. 눕자마자 유리 뚜껑이 닫히고 치료가 시작되었다. 간질거리기도 하고 따끔거리고 하고 따뜻해지고 하면서 치료는 계속되었다. 이것은 동양의학의 침구 치료를 응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지고 나서 사람들은 손목시계로 24시간 건강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후가 나타나면 곧바로 주치의에게 연락이 와서 원격으로 치료해 주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어도 한의학의 기와 경락에 대한 실체를 밝힐 수 없었다. 따라서 동양의학에서 진단의 방법으로 사용한 진맥을 대체할 진단기기도 만들 수 없었다. 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마음과 연관 지어 병의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을 다시 의학계에서는 받아드렸다.

외치는 인류문명이 다시 사람과 자연 중심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미래 지구의 모습 또한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치는 외계인에게 부탁해서 다시 신석기시대로 돌려달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야겠다. 안 믿겠지만....”

이 이야기는 『서민교수의 의학세계사』를 읽고 뒷부분을 이어서 필자가 쓴 글이다. 저자인 서민은 따분하고 재미없는 의학사를 설명하기 위해 알프스에서 냉동 상태 미라로 발견된 외치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자신의 가슴 통증을 고치기 위해 외계인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오는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한국에서 인공심장 수술을 받고 병이 나은 것으로 끝맺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 위와 같은 글을 덧붙이고 싶다.

미래 의학을 주도하는 한의학!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지 않은가?

 

정유옹 /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 전통의학史 연구소

정유옹
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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