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악인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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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악인들의 전성시대
  • 승인 2019.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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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악인전

모든 이야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다수의 이야기는 ‘권선징악’이라는 결말로 끝나는 편이다. 이를 위해 주인공 역시 정의롭고 착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중적인 캐릭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로인해 예전 같으면 조연급에 불과했던 캐릭터들이 당당히 주연의 자리를 꿰차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출연 :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보스 장동수(마동석)는 접촉사고를 가장해 접근한 남자(김성규)에게 공격당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남자는 사라지고, 졸지에 피해자가 된 장동수는 분노로 들끓는다. 일련의 사건들을 놓고 봤을 때 이 사건 역시 연쇄살인범의 범죄임을 확신하고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 정태석(김무열)는 장동수가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자 증거이기에 결국 또 다른 검거 대상이었던 조직 보스와 손을 잡게 된다.

<악인전>은 영어 제목인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폭, 경찰, 악마(연쇄살인범)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물론 모든 경찰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악인전>에서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설정으로 나오기에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착한 캐릭터라고 볼 수 없다. 결국 모든 주인공들이 기존 영화의 캐릭터들처럼 정의롭고 올곧은 캐릭터가 아니라 누가 더 나쁜가를 경쟁하듯이 관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뻔한 대결구도에서 벗어난 의외의 색다른 영화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2005년에 발생했던 천안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인 긴장감과 함께 연쇄살인범의 뻔뻔한 모습에 그 사건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결국 나쁜 주인공들이 서로 힘을 합쳐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반전이 등장하는 등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니기에 관객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영화적 재미 또한 전하고 있다.

2017년 흥행에 성공했던 <범죄도시>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제작한 영화답게 한국형 범죄 액션의 묘미를 보여주는 <악인전>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기에 전작에서는 경찰이었다가 이번에는 조폭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며 제 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뽑아내고 있다. 여기에 김무열과 김성규의 악한 연기들과 <대장 김창수>를 연출했던 이원태 감독의 선 굵은 연출이 어우러지면서 올해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어 전 세계적으로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악인전>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지만 잔인한 장면보다 긴박한 추적 액션 장면이 더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 감상하면 시원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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