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보고르식물원의 약용식물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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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보고르식물원의 약용식물구역
  • 승인 2019.07.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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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41)
한의약연구소장

인도네시아 보고르식물원 내의 약용식물원구역을 찾아간다. 간판은 ‘Taman Koleksi Tumbuhan Obat, Kebun Raya Bogor’의 인도네시아어로 적혀 있다. ‘보고르 큰 식물원의 약용식물 수집 정원‘이란 뜻으로 보면 되겠다. 여기는 피부·생식기 관련 식물구역, 호흡기계 관련 식물구역, 구강·소화기계 관련 식물구역, 근·골격계 관련 식물구역, 내장기관 관련 식물구역, 여성건강 관련 식물구역, 해열 관련 식물구역, 방향·약초 관련 식물구역, 최음·강장 관련 식물구역, 항암 관련 식물구역, 뱀 해독 관련 식물구역 등 11 구역으로 구분되어 약초들이 재배되어 있다.

보고르식물원으로 가기 전에 반둥 시내의 반둥공대 약용식물원과 반둥의 약초회사 식물원에서 약초 조사를 마쳤다. 이날 먹었던 점심이 탄로 났는지 심한 배앓이로 반둥의 식물원에서 힘들게 사진 촬영을 마쳤다. 반둥시에서 보고르식물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4시간 동안 두터운 잠바를 덮고 배를 움켜쥐고서 누워 이동했다. 두 번째 찾아간 보고르식물원 약용식물구역에서도 아픈 배를 쓰담으며 68종의 약초를 겨우 카메라에 담았다.

보고르식물원 약용식물구역에는 후추과(科) 식물의 대표인 후추(Piper nigrum)를 비롯해서 모두 5종의 후추과 식물이 보인다. Piper betle(베틀후추), Piper caninum, Piper retrofractum(가필발), Piper sarmentosum(가구)이다. 동남아시아 주민들은 빈랑의 익지 않은 열매에 석회를 묻혀 베틀후추에 싸서 껌처럼 씹는다. 빈랑 열매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용하여 왔으며 세계적으로 담배와 술, 카페인 다음으로 애용되는 기호품으로 여겨진다. 특히 타이완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과 장거리 운전을 하는 기사들이 졸음을 쫓기 위해 빈랑 열매를 자주 찾는다.

타이완에서 발행하는 잡지인 <타이완광화(光華)>는 ‘빈랑과의 전쟁’ 이란 기사에서 빈랑의 발암성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빈랑은 구강암의 원흉’이란 제목의 표에서는 “빈랑 속의 알칼로이드 성분이 실험동물에 종양을 발생시키고 점막하선유증(粘膜下線維症)을 일으켜 이들이 암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먹는 석회도 구강내의 환경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빈랑 내의 폴리페놀성 성분의 자극을 강하게 해준다”는 기사내용이다. 한약으로서 효능이 좋은 빈랑나무이지만 이처럼 유해한 효능도 있으므로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생강과(科) 약용식물도 6종 찾는다. 갈랑갈(Alpinia galanga), 초두구(Alpinia katsumadae), 자바백두구(Amomum compactum), Curcuma aeruginosa, Curcuma zanthorrhiza, Curcuma zedoaria이다. 뿌리줄기의 한약명이 대고량강인 갈랑갈은 열매를 홍두구라 부른다. 생강과 비슷한 향미를 가지고 있지만 향은 생강보다 강하다. 뿌리줄기는 태국 요리에서 즐겨 사용되는 향신료이며 고기나 생선류 요리의 냄새 제거를 위해 활용한다. 한방효능은 조습행기(燥湿行氣), 온중지구(溫中止嘔)로서 복부 부위가 부르고 그득하며 통증이 있는 증상, 입 냄새 제거에 좋다. 소두구는 강장, 담즙분비 촉진, 식욕증진 효능이 있는 한약이나 카더몬으로 부르는 향신료로도 사용한다.

우리나라 식약처의 의약품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에는 한약 아출(莪朮)은 봉아출(Curcuma phaeocaulis), 광서아출(Curcuma kwangsiensis) 또는 온울금(Curcuma wenyujin)의 뿌리줄기를 그대로 또는 수증기로 쪄서 말린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일본약전>은 한약 아출의 기원식물을 식물 아출(Curcuma zedoaria)로 규정하고 있다. <중화본초>에는 이 Curcuma zedoariaCurcuma aeruginosa과 같은 식물로 보고 있으나 세계적인 식물학명 목록 웹사이트인 <Plant List>에는 두 종을 다른 식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두 식물은 다소 혼란스런 약초다. Curcuma zanthorrhiza는 한국과 중국의 공정서에는 수재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약울금으로 부르는 생강과의 약초다.

협죽도과(科)의 인도사목과 사엽나부목이 자라고 있으며, 우리에게 핑거루트로 잘 알려진 Boesenbergia rotunda도 재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전통의약으로 폐질환, 고혈압, 당뇨, 피부질환에 사용하는 겨우살이무화과(Ficus deltoidea)도 보인다. 치자나무, 부상화, 알로에, 뽕나무와 열대과일인 두리안, 망고스틴의 나무도 분포하고 있다.

자카르타를 찾은 당일 인도네시아 수도 한복판에서 외국 관광객 1명과 현지인 1명이 사망하고 범인들은 모두 사살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 일행들은 식물원 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중에 TV 화면을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 외국의 한약답사를 12년 동안 다니다 보니 이같이 위험한 일들을 가끔씩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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