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가족 사기단을 둘러싼 기묘한 비밀
상태바
[영화읽기] 가족 사기단을 둘러싼 기묘한 비밀
  • 승인 2019.08.17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기생충

자고로 영화제에서 출품되는 영화들은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방점을 둔 작품들이 대다수라 일반 관객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 더욱이 영화제 수상까지 한 작품이라면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형식의 영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화 흥행을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다. 실제로 아카데미를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국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고,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 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역시 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그래서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었는데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딜레마를 딛고 천만 영화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전원백수로 살 길은 막막하지만 사이좋은 기택(송강호)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는 명문대생 친구로부터 고액 과외 자리를 얻게 된다. 대학생도 아닌 기우는 과외를 위해 학력증명서 등의 문서를 위조하는 등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게 된다.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한 기우는 사모님 연교(조여정)의 마음에 쏙 들게 과외지도를 하게 되면서 신뢰를 얻는다.

그토록 문을 두드렸으나 열리지 않던 칸 영화제의 문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에게 큰 힘을 주었고, 뒤를 이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 등 좋은 성과가 있었지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받질 못하고 있었다. 매년 희망사항으로 끝나곤 했던 한국영화의 구애가 드디어 올해 <기생충>으로 통하게 되었고, 이에 화답하듯 관객들도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본 덕에 좋은 결과까지 얻게 된 것이다. 사실 <기생충>은 혼재된 장르로 인해 섣불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고, 안티 히어로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등 기존의 영화와 다른 구성으로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명확하게 살아있는 출연자 모두의 캐릭터가 예측 불허의 내용과 제대로 어울리고 있으며 이를 블랙코미디의 대가인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으로 승화시키며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영화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렇듯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를 비롯하여 극중 캐릭터들의 대사를 통해 사업실패의 원인들을 얘기하며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며 많은 시사점들을 제공하고 있다.

거기에 송강호를 비롯한 중견 배우들과 최우식, 박소담 등의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한 편의 가족 사기 소동극을 보여주다가 중반 이후부터 전 가사도우미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장르가 전복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으로 전개 되는 등 전반적으로 관객들의 허를 찌르며 끝까지 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이처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영화라는 것과 약간 피상적으로 보이는 두 가족의 모습 등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될 수도 있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에 걸맞게 만들어진 영화 <기생충>을 아직도 안 본 관객들이 있다면 한번 쯤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영화제에서 수상한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같이 높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