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93> - 『臟腑聰論』②
상태바
<고의서산책/ 893> - 『臟腑聰論』②
  • 승인 2019.11.3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현토 개편한 학습용 의학입문서

전호에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저자미상의 의서로 조선 후기 의학교과서로 애용된『의학입문』 ‘장부총론’을 골자로 여러 가지 내용을 자가 편집하여 ‘臟腑聰論’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엮은 사본류 의서이다. 저작시기는 東武 李濟馬(1837~1900)가 지은『동의수세보원』(1901년 초간)에 나오는 장부론과 四海說 등이 채록된 것으로 보아 대략 구한말~일제강점기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전본과정에서 표지와 본문 일부가 결락된 부분이 있는 欠本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심정을 불러일으킨다.

◇ 『장부총론』

상한 부분은 『의학입문』 傷寒序로부터 시작하여 仲景張先生傷寒纂要의 내용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 역시 앞부분과 마찬가지로 원문에 한글로 된 구결을 붙여 읽기 편하게 배려하였다. 상한장의 말미에는 육경분류와 12경락을 음, 양으로 상하 2분하여 배열하고 이를 다시 수족경으로 2개조씩 한데 묶어 도해화 하였다.

예컨대, 양경의 첫 번째는 족태양경에 방광, 수태양경에 소장경을 배치하였는데, 방광경이 본이 되고 속성은 수가 되며, 소장경이 표가 되는데 화가 그 속성을 이룬다. 이와 마찬가지로 양명, 소양, 태음, 소음, 궐음 경락의 수족경을 모두 12장부와 표본으로 구분하여 서로 한눈에 대비하여 볼 수 있도록 배열해 놓았다.

이어 오행상생상극이 작은 제목으로 등장하는데 매우 기본적인 내용이라 새삼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의학에 처음 입문하는 초심자를 위하는 입장에서 엮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이 또한 매우 당연하게 들어가야 할 내용으로 여겨진다.

이어 등장하는 내용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는데, 이름 하여 ‘漢字集’이라는 소제가 붙어 있다. 의서에 나오는 질병명과 각종 난해자를 한글로 풀이해 놓은 것인데,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책의 특징을 새삼 부각시켜 주는 특색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痒 랄 양, 縮 오그라질 축, 溢 넘칠 일, 疽 부럼 저, 瘍 頭瘡 양, 緛 연할 연(조그라들 연), 瘤 무사막(무사마귀) 유, 霍 급할 곽, 膹 가득할 분, 戾 거시릴 요, 核 씨 , 鼽 코피 환 ……” 등인데, 간혹 요즘 뜻풀이와 다소 다른 내용도 보인다.

게다가 해당부분이 기재된 곳 가까이에 찢겨진 한자옥편의 낱장이 끼워져 있는 것어 눈에 띤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데, 잠깐 고개 돌려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또한 등사자가 관련 내용을 간추려 채록하느라 여러 자전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검출하여 참조하며 고심했었던 흔적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의학학습용 난자풀이가 상하 4단으로 배열하여 앞뒤 12줄 도열해 있으니 도합 48자에 대한 뜻풀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사전 기능보다는 초보자들이 쉽게 혼동할 수 있는 글자를 미리 숙지시킴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것이다.

한편 한자집이라고 이름붙인 것 또한 일제강점기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漢字, 漢文, 漢學, 심지어는 오랫동안 우리 의학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된 漢醫라는 명칭에 이르기까지 漢자가 붙은 수많은 명칭들이 대부분 우리 고유문화와 학문이 중국에서 유래한 지식체계로 여기게끔 덧칠한 일제의 의도된 명명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또 傷寒用藥賦가 이어지는데. 잘 알다시피 앞의 『의학입문』상한편의 仲景張先生傷寒纂要에서 이어지는 부분으로 이 역시 이 책이 『의학입문』의 장부론과 상한론을 주축으로 엮어진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필사본 의서, 그것은 끊임없이 창의적인 고안이 덧붙여져 再生되는 活物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