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망해가는 조직의 특징
상태바
[김영호 칼럼] 망해가는 조직의 특징
  • 승인 2019.12.06 0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호

김영호

doodis@hanmail.net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김영호 한의사

SNS에서 ‘망해가는 조직이나 회사의 특징’을 적어놓은 글을 보았다. 행복한 가정은 다양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거의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다는 얘기처럼 짧지만 통찰력이 뛰어난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회의가 많다. 2. 회의를 해도 CEO만 얘기한다. 3. 신사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4.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회사도 하나?’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5.CEO의 대외봉사활동이나 사교가 잦아진다. 6. 그래서 사장은 항상 바쁘고 직원은 한가해진다. 7. 장기적인 전략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기에도 벅차다. 8. 실력 있는 직원이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9. 문제가 생기지만 그대로 방치한다. 10. 오해와 변명이 일상이 된다.

참 재미있다. 망해가는 조직에 대한 내용이 몇 개 더 있지만 와 닿는 것들 10개 정도만 가져왔다. 이런 회사는 입사해서 안 되고, 만약 지금 다니는 회사가 이런 상황이라면 빨리 퇴사를 고민하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잘 되는 회사는 회사 입구의 분위기부터 다르다고 한다. 역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랄까. 반면 망해가는 회사는 조용하고 정체적이며, 획일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한다.

위의 10가지에 살을 붙여본다면 우리 한의계 내의 중앙회, 지부, 학회, 학교, 한방병원, 한의원 그 어떤 조직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망해가는 조직은 아마 이럴 것 같다.

회의가 많다. 요즘처럼 단톡방이 활발한 시기에 회의가 많은 이유는 온라인 상으로 충분한 의견 교류가 없다는 반증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CEO의 평소 행동과 의견에 따라 눈치만 보다보니 온라인 대화창에는 침묵만 흐른다. 온라인에서 자유롭고 활발한 의사소통이 안 되니 CEO는 회의를 자주 소집한다.

하지만! 막상 회의를 소집하면 주로 CEO만 얘기한다. 회의 때 마다 CEO의 말이 길어진다. 혹은 CEO의 심복과 같은 임원이 CEO의 의중을 대신 얘기하며 회의를 끌어가기도 한다. 이런 회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이 나올 리 만무하다. 조직의 대표가 얘기도 하지 않은 것을 굳이 꺼내면 ‘아 그럼 당신이 한 번 해봐!’라는 소리와 함께 혼자 일을 떠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아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이 없다. 의미 없이 길기만 한 회의로 조직 구성원들은 지쳐간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아이디어를 내놓더라도 CEO의 첫 마디는 ‘다른 회사도 하나? 다른 곳은 어때?’인 경우가 많다. 다른 곳이 하지 않은 일을 처음으로 시작할 용기가 있는 대표자라면 조직이 망하지도 않는다.

조직의 역량이 갈수록 떨어지니 CEO의 선택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외부의 공신력 있는 기관들과 MOU를 맺고 봉사활동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마음이 공허하면 화장이 짙어지고, 내실이 빈약할수록 외부 일정이 잦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회장은 늘 바쁜데 직원들은 한가해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우왕좌왕이다. 그 문제에 대한 담당자만 갑자기 분주해진다. 구성원끼리의 소통이 부족한 조직에서 내 영역이 아닌 일을 함께해줄 동료는 흔치 않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조직에 대한 애정이 있는 직원들이 이직을 준비한다. 그리고 서서히 조직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조직에 오래 몸담고 한 분야에 전문적인 구성원들이 떠나고 나면 이제 문제가 생겨도 방치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회장이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 할 사람은 없다. 지금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에 치명적인 문제들이 하나둘 쌓여간다. 멀지 않은 시기에 해결하지 않은 이슈들은 엄청난 부채가 되어 구성원의 권리와 미래를 파괴한다. 부당한 일에 즉시 대응하지 않는 개인과 조직은, 지금 대응하지 않은 선례가 빌미가 되어 더 큰 희생을 요구받게 된다. 우유부단하고 온화한 것처럼 보이는 리더가 조직을 망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되면 내외부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게 된다. 회장의 자질 문제와 과거의 과오들이 하나둘 수면위로 떠오르고 해명을 요구하는 분위기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CEO의 대응 패러다임은 오로지 ‘오해다. 실제와 다르다. 나를 음해하는 세력들의 주장일 뿐이다’는 변명이 유일하다.

망해가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망해가는 조직이나 회사의 수장은 절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 과거의 유산이 모두 무너진 후에야 훌륭한 리더의 가치와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지금 내가 속한 모든 조직을 살펴보자. 망해가는 조직의 리더 일수록 외부인들의 좋은 평가를 위해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지 세력을 모으기 위해 후원과 포상이 잦고 외부행사가 많아진다. 혹시 여러분이 속한 조직은 어떤가? 옹졸한 어둠은 온화한 가면을 쓰고 찾아오는 법이다.

김영호
12년간의 부산한의사회 홍보이사와 8년간의 개원의 생활을 마치고 2년간의 안식년을 가진 후 현재 요양병원에서 근무 겸 요양 중인 글 쓰는 한의사. 최근 기고: 김영호 칼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